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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하 교수의 화교 역사문화 답사기] 정체성 혼란 겪는 홍콩인

<2> 홍콩 : 살아 숨 쉬는 현대사 현장에서

  • 김동하 교수
  •  |   입력 : 2017-02-07 11: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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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이 나는 항구

홍콩은 중국 남단에 위치한 살아 숨 쉬는 현대 세계사 현장이다. 홍콩의 면적은 서울의 1.8배이지만 인구밀도는 6516명/㎢으로 오히려 서울(1만6492명/㎢)보다 여유롭다. 하지만 거주지가 한정적이어서 체감하는 복잡함은 서울 못지않다. Hong Kong은 향항(香港)의 광동어 발음을 영어로 표기한 것이다. 홍콩의 중국 표준어는 샹깡(Xiang Gang)이다. 한자처럼 향기로운 항구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이곳이 향료의 수출 항구였기 때문이다.
홍콩역사박물관에 소장된 남경조약 사본. 김동하 교수

지금의 홍콩 지역은 동진 시대(331년)부터 동완군 보안현(東莞郡 寶安縣)에 속해 있었다. 명조에 이르러 신안현으로 분리되었고, 영국 식민지 직전 청대 홍콩의 행정구역은 광주부 신안현(廣州府 新安縣) 관할이었다. 지금은 중국 IT산업의 메카가 된 동관시(東莞市), 즉 옛 동완군이 홍콩의 명칭과 관계가 있다. 현재 동관시는 홍콩과 90㎞ 거리에 있다.

동관시에는 완향수(莞香樹)라는 나무가 있었는데, 목질에서 나오는 유기물이 수년간 침적되면 독특한 향기가 났다. 이를 침향(沈香)이라 하며, 향료 혹은 약재로 쓰였다. 침향은 다양한 향료를 만드는 기본 재료로도 쓰인다. 침향은 홍콩 반도 끝자락인 침사추이(尖沙咀) 부두로 옮겨져, 광저우, 베이징으로 운반되었다. 이런 연유로 향료는 운반하는 항구로 심사추이 주변 지역이 홍콩촌(香港村)으로 불렸고, 이것이 지금 홍콩 지명의 유래이다.



아편전쟁과 홍콩의 탄생

명대 중국은 관영 조공무역만을 허용하는 해금정책(海禁政策)을 취해 왔다. 따라서 외국과의 무역이 원활하지 못했다. 1685년(강희제 24년) 청나라는 해금정책을 폐지하고 자국 상민(商民)과 외국간 무역을 허용했고, 광저우 닝보 등 4곳에 통상을 위한 세관을 설치했다. 문헌에 따르면 1689년에 영국 상선이 처음으로 광저우에 도착했다. 점차 교역이 늘어나자 1715년 5월 영국은 동인도회사를 앞세워 광저우에 가장 먼저 상관(商館, 동인도회사 대리점)을 설치하고 중국과의 무역을 본격화한다. 당시 광저우 세관은 영국 상관과 8조에 달하는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1728년에는 프랑스도 광저우에 상관을 세웠고, 미국 뉴욕을 출발한 첫번째 상선이 광저우에 도달한 해는 1784년(건륭 49년)이었다. 이후 청대는 서구 열강과 활발한 무역을 전개했다.
홍콩역사박물관 소장 아편전쟁 묘사도. 김동하 교수

18세기부터 중국산 차(茶)와 비단이 영국으로 다량 수출되었다. 반면, 아직 농경사회에 머물러 있던 중국이 영국에서 수입할 제품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아편전쟁(1차) 직후인 1842년 통계로는 청은 영국에서 면제품 등 상품 960만 달러어치를 수입했는데, 영국에 수출하는 상품은 차(1500만 달러), 비단(920만 달러)을 비롯해서 2570만 달러에 달했다. 차와 비단이 당시 영국인들 생활에 스며들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늘어나는 무역 적자를 영국은 아편으로 해소하려 했다. 영국 동인도회사는 인도 벵갈에서 대마를 재배해 만든 아편을 18세기 말부터 중국으로 수출했다. 당시 청나라 부유층은 아편을 담배 형태로 소비했으며, 사교 목적의 연관(煙館)을 두고 아편 흡연을 즐겼다. '아편과 20세기 중국(박강. 2010)'에 따르면 1890년 아편 흡연자 수는 중국 총인구의 10%인 4000만 명에 달했다.

마침내 도광제는 임칙서를 특사(흠차대신)로 파견하여 아편거래를 막게 했다. 광저우에 도착한 임칙서는 1839년 6월 3일부터 20일간 2만 상자(1175t)의 아편을 호문(지금 동관 虎門鎭)에 모아 소금물에 넣고 석회를 부어 분해한 후, 주강에 내버렸다. 중국정부는 1972년에 이곳을 소연지(銷烟池. 아편소각연못)로 복원하여, 교육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임칙서의 조치에 영국은 전쟁으로 대응했는데, 이것이 '아편전쟁'이다.
홍콩해사박물관 소장 아편 흡연 도구. 김동하 교수

1840년 6월, 4000여 명의 원정군이 광저우에 도착했다. 대포와 증기터빈으로 무장한 영국 함선 앞에 청나라 군대는 종이 호랑이였다. 1841년 가을, 영국군은 닝보를, 1842년 6월에는 상하이를 점령하고 남경으로 진격했다. 결국 1842년 8월 영국 함대의 갑판에서 '난징조약'이 체결되었다. 조약 제3조는 다음과 같다. '중국은 광둥성 보안현 연안에 있는 홍콩섬을 영국에게 넘겨준다' 이것이 홍콩 탄생의 배경이다. 당시 홍콩섬은 인구 3600명의 암석이 많은 어촌이었다.

이후에도 영국과 프랑스의 외침은 계속되었다. 영국의 동의 없이 ARROW호를 수색한 사건과 프랑스 선교사 처형 사건을 빌미로 제2차 아편전쟁(1857~1860)이 일어났다. 이를 근거로 영국군은 홍콩 남단인 구룡반도를 점령했다. 1860년 10월, 영국과 체결한 '베이징조약'에 의해 구룡반도 남부지역도 할양되게 된다. 이에 따라 홍콩섬에서 시작했던 영국의 지배권이 선전강 경계까지 넓어지게 된다. 이에 영국은 지금의 홍콩 대부분을 포함하는 지역을 신계(新界. New Territories)라고 명명하고, 262개 섬을 포함한 홍콩 대부분을 99년간 조차(租借)하는 '전척향항계지조례(展拓香港界址專條)'를 1898년 6월 9일에 북양대신 이홍장과 체결하게 된다. 이후 100년간 홍콩은 영국 식민지 역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홍콩역사박물관

이러한 홍콩의 역사를 첫장부터 배우기 위해 우리가 찾은 곳은 홍콩역사박물관(香港曆史博物館)이다. 홍콩역사박물관은 1962년에 '홍콩박물미술관'으로 개관하였다가, 1975년에 '홍콩예술관' 과 '홍콩박물관'으로 분리되었다. 1998년에 '홍콩역사박물관'으로 이름이 바뀌었으며, 현재의 침사추이 지역으로 이전하였다.
홍콩 학생들이 임칙서 석상을 살펴보고 있다. 김동하 교수

홍콩역사박물관은 8가지 섹션으로 나누어 홍콩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고 있다. 이중 3개 섹션은 고대 중국의 역사를, 1개 섹션은 홍콩 민속 콘텐츠를 전시하고 있다. 우리가 보고 싶었던 '아편전쟁과 홍콩의 할양', '홍콩의 개항' 등도 각각의 섹션을 구성해 전시되고 있었다. 앞서 소개한 '전척향항계지조례'는 100년이 1997년 6월 30일에서야 종료되고, 영국과의 협상을 거쳐 1997년 7월 1일 자로 홍콩은 중국에 반환된다. 그 결과 '현대도시와 홍콩의 반환'이라는 주제로 1997년 이후로 신분이 바뀐 홍콩을 보여주는 섹션이 있었으며, 일본 식민지 시기(1941~1945) 섹션이 따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이했다.

'아편전쟁' 섹션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인물은 실물보다 큰 임칙서(1785~1850) 석상이었다. 우리가 방문한 날에도 많은 홍콩 학생들이 박물관을 찾았는데, 큐레이터들은 다이나믹한 광동어로 앞서 서술한 홍콩의 탄생 배경을 설명하고 있었다. 임칙서 석상 옆에 놓인 아편 상자를 들여다보는 초등학생들의 눈망울이 인상적이었다. 이 외에도 영국 점령시절 '자유무역항'으로서의 홍콩이 가진 사회 문화 경제 역할을 알 수 있는 여러 전시물들이 있었다.
학생들이 홍콩역사박물관에 있는 20세기 초 홍콩 생활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김동하 교수

추후 선전편에서 덩샤오핑과 함께 설명할 예정이지만, 홍콩은 1997년 7월, 중국에 반환된 이후 '1국가 2체제'라는 전세계 유일한 정치·사회 실험장이 되었다. 즉 영국식 민주주의 체제를 100년 동안 유지해왔던 홍콩의 중국 반환 후 '사회주의'로 전환하지 않고, 기존 체제를 유지하도록 반환 협상 당시 중국 1인자였던 덩샤오핑이 결정한 것이다. 결국 인구 710만 명의 홍콩은 다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영토가 되었지만, 영국식 정치 사회 사법 교육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특별한 지역(홍콩특별행정구)으로 남을 수 있었다.

불과 100년이라는 기간 '청나라-영국 식민지-중국령 특별행정구'라는 격변을 겪고 있는 홍콩 사람들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것은 사회학자가 아니더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연구기관들은 매년 관련 설문조사를 해오고 있는데, 2012년 11월 홍콩중문대 결과는 42%가 홍콩인이면서 중국인, 23%는 홍콩인, 22%는 중국인이면서 홍콩인, 12%는 중국인으로 자신을 표현했다. 홍콩대 조사(2013년 6월)는 홍콩인 38%, 중국인 23%, 중국의 홍콩인과 홍콩의 중국인 합계는 36%였다. 1997년 중국에 반환된 후 국민교육, 원정출산 등 여러 가지 중국정부 측과 각을 세우는 이슈가 발생했고, 이에 따라 조사 결과도 변함을 알 수 있다. 최근(2016년 12월 홍콩대)에는 홍콩인이라는 동질감은 8.09(10점 만점), 중국인 6.88, 중국 국민 6.25를 나타냈다. 또한 64%가 홍콩인 혹은 중국의 홍콩인을, 나머지 36%는 중국인 혹은 홍콩의 중국인으로 본인의 정체성을 답했다.

우리는 이처럼 복잡한 홍콩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줄 또 다른 실마리를 찾아보기 위해서 1887년에 영국정부가 홍콩 방위를 위해 세운 리위먼(鯉魚門) 포대 위에 조성된 '홍콩해안경비박물관(香港海防博物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김동하 부산외대 중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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