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진·자문단 구성 심혈 기울여 후원회 결성… 기금 500억원 목표
- 일로써 '젊은 재단' 증명할 것
- 예향 향한 '비타민 행정' 이끌어 예산 배분·심사·평가 체계 준비
- 동남문화권 등 중장기 계획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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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날아온 방사성 물질이 섞인 봄비가 내리다 잦아든 지난 7일 오전, 부산문화재단 남송우 2대 대표이사가 사무실이 입주한 해운대구 우2동 부산센텀벤처타운 건물의 화단 옆에 서서 활짝 웃고 있다. 강덕철 기자 |
이명박 정부가 '지역 뭉개기'에 아주 이골이 났다. 영남사람들이 수년간 갈구해온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계획을 무슨 소리냐는듯 걷어차버렸다. 지역 홀대. 어느 한 부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지역은 문화 향유에서도 찬밥 대우를 받고 있다. 간단하게 수치로 증명해보자. 서울 31.9%, 경기 6.3%, 부산 3%, 대구 2.7%. 2008~2010년 문예진흥기금(총 2506억 원) 전국 배분비율이다.
한국 제2 도시라는 부산도 문화 불모지라는 험한 소리를 겨우 면한 정도다. 부산국제영화제 부산비엔날레 부산국제연극제 같은 규모가 제법인 문화예술 인프라가 그나마 버텨 체면치레를 해왔다. 하지만 부산시정 목표인 '명품 문화도시'를 이루고 내처 '예향(藝鄕)'이 되려면 갈 길이 멀다. 이런 이정표에 도달하자면 풀뿌리 문화라는 지역 문화예술이 만개하는 게 꼭 필요하다. 동시에 시민의 애정과 행정기관의 끊임없는 지원 같은 '비타민'도 반드시 제공돼야 한다. 부산문화재단(이하 재단)은 이런 비타민을 제조하고 처방하는 곳. 2기 재단을 이끌기 시작한 수장 남송우(58) 대표이사를 만나 그 '처방전'을 점검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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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기자와 남송우(오른쪽) 대표이사가 대화하고 있다. 강덕철 기자 dskang@kookje.co.kr |
-소셜 네트워크 시대라고 합니다. 트위터에 띄운다고 가정하고, 재단 운영 방침을 한번 밝혀 보시죠.
▶예, 저도 많은 분들과 대화하고픈 마음이 굴뚝같아요. 21세기를 제러미 리프킨은 '공감의 문명시대'로 명명한 바도 있지만, 나눔과 공감은 중요하죠. 재단 운영 방침을 압축하면 '나눔과 공감'입니다. 참, 제 트위터 주소는 swnm이니 자주 이용해 주세요.
-나눔과 공감이라…. 공감이 갑니다. 그건 그렇고 줄곧 '야권'에서 활동해오다 이번에 재단 수장이 됐는데 이것, '을'에서 '갑'으로 변한 게 아닙니까?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웃음). 그런데 전 지금껏 재단의 공식 지원을 받은 바 없기에 갑을 관계란 말, 좀 생소하게 들립니다. 갑을 관계, 계약관계 아닙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계약행위와 담 쌓고 살았습니다. 아, 전세 살았을 때, 집 계약은 자주 했네요. 어쨌거나 이제 여러 문화예술 단체·개인에 대한 지원 업무를 맡게 되니 그 말이 갖는 의미가 현실적이면서도 상징적으로 와닿습니다.
-지난 2월 초순 취임 후 새 이사진을 짜기 위해 여러모로 여론을 살펴본 걸로 압니다.
▶이사진 구성을 위해 많은 분들을 만나고 추천도 꽤 받았죠. 4월 안으로 그 일을 아퀴 지으려고요. 연령층을 안배하고 장르별 적절한 포괄을 고려했습니다. 영역을 넘어 지역문화를 관망하는 데 필요한 시각을 제공할 수 있는 분이면 더욱 환영입니다. 마당발 활동가를 알면 추천 좀 해주시죠.
-이사진은 재단의 허리니 선정에 신경이 많이 쓰이겠네요. 그 외에 후원회와 자문단도 구성한다면서요?
▶재단-문화예술 현장 간 소통을 통한 공감대 형성이 미진했다고 봐요. 자문단 구성으로 이를 해소하고, 현장의 애로와 건의, 좋은 아이디어들을 수렴코자 합니다. 그렇다고 지역문화예술계 문제들이 한꺼번에 다 풀리지는 않겠지만, 해결 방향에 대한 공감대는 만들 수 있겠지요. 문제 해결하는 발판인 셈이죠. 자문단이 현안을 푸는 데 도움을 주는 알찬 자문을 척척 내놓는다면 참 좋겠습니다. 해서, 자문단 조직은 각 문화예술계의 인사들과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로 구성하렵니다.
후원회 조직 구성은 시작 단곕니다. 재단 기금 액수는 현재 183억5000만 원입니다(매년 40억 원씩 2018년까지 적립, 500억 원 모으기가 목표다). 타 지역 재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지요. 이래선 재단 자체사업이 힘듭니다. 후원회 결성으로 한번 힘을 올려볼까 합니다. 자체 기금 확보에 적격이죠. 한데, 후원회장을 찾기가 쉬운 일이 아니네요.
-모든 게 '인(人)'에 달렸죠. 그래서 주변서 재단을 "젊게 만들어라"고 요구하잖아요.
▶초창기 재단이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일들을 좀 더 역동적으로 감당해 달라는 얘기죠. 인적 구성도 젊어져야 하겠지만, 활기차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라는 주문으로도 해석합니다. 물리적 나이가 젊다고 해도, 생각·실천이 젊지 못하면, 늙은 것이나 마찬가지죠. 재단이 젊다는 것, 일로써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듣기 거북할지 몰라도, 지역문화예술 육성지원사업이 곧잘 구설에 올라 잡음이 많았죠. 대책은 있나요?
▶왜 그 얘기가 안 나오나 했네요. 예, 민원뭉치죠. 저도 전에 문예진흥기금 심사를 하며 자주 느꼈습니다. 늘 문제가 되는 게 영역별 예산 배분 원칙과 심사 기준이더군요. 지난해 이랬으니까 올해도 그대로, 이런 식이죠. 이젠 영역별 예산배분의 원칙을 정해야 합니다. 각 영역의 창작 생산비용을 객관적으로 표준화하고, 이를 토대로 신청건수나 청구된 예산의 적정선을 계상해 표준형을 만들어 매년 준용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각 영역 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체·개인에 어떤 비율로 지원금이 배분될지 어느 정도는 합리적 표준안을 마련해야 하고요. 이를 위해 연구팀을 구성해서 안을 만들고, 이 안을 가지고 공청회와 자문단 간담회 같은 의견 수렴을 거쳐서 올 하반기에는 내년 시행 목표로 그 틀을 완비하고자 합니다. 온라인 평가시스템 제도를 도입해 심사 객관성과 합리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도 한 방안이에요. 또 심사위원도 다양하게 수를 늘리고, 부산 밖인 동남권에서 활동 중인 역량 있는 전문가들을 심사위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에요.
-민원뭉치가 지역에 활력뭉치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재단의 문화기획도 그렇게 되겠지요?
▶재단 존재 이유가 뭡니까. 지역문화가 갖는 정체성·방향성을 모색하고, 이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전문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을 돕고, 시민들이 이를 잘 향유할 수 있는 문화환경을 조성하는 거 아닙니까. 중장기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예비작업을 벌였고, 밑그림을 스케치했어요. 새 조직인 기획홍보팀이 그 일을 맡았습니다. 이 작업은 재단 자체 인력만으론 힘들어 외부 전문가들의 힘도 빌릴까 합니다. 여기엔 재단의 정체성, 지역문화의 육성과 발전방향, 실천 전략들을 담고요. 아, 국제문화도시를 꿈꾸는 부산이 그 위상을 높이는 데 필요한 대책, 동남문화권 형성 방안, 미래 세대들을 위한 교육 계획, 계층별 연령별 문화향유 프로그램도 넣어야죠.
-재단이 재단다워지길 기대해 봅니다. 앞에 소통에 대해 말했는데 그 문제 한 번 더 짚어 볼까요.
▶공감의 시대-걸맞은 문화예술 정책, 이 짝과 어울리는 또 다른 요소가 소통이죠. 문화예술계에서 생기는 대립 갈등을 화합 상생의 분위기로 전환하기 위해서도 소통하고 사람을 만나야죠. 재단이 여기서 연결고리가 되겠습니다. 재단의 존재가치와 위상이 걸린 문제 아닙니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자문단을 통한 소통과 함께 자문단 외의 소집단이 일반 시민들과 유대를 쌓는 자리도 구상중 입니다. 꼭 실천하겠습니다.
-잘 지켜보겠습니다. 그러자면 조직이 잘 굴러가야겠죠. 지난달 문예진흥실을 신설하고 사무처장을 폐지하는 등 조직 개편에서 재단의 개혁 의지가 읽힙니다만 한편에선 상부조직만 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맞습니다. 위 아래가 한 몸이 돼야죠. 재단직원이 늘어나 이제 24명입니다. 재단 전체가 초심이란 단어를 가슴에 새기고 새로운 각오로 힘껏 일해야죠. 재단 자체 평가시스템을 가동해 내부 긴장도를 높이겠습니다. 수장이 변하고, 직원들이 초심을 잃지 않으면, 해낼 수 있습니다.
기자가 이전 여러 문화현장에서 만났던 남 대표이사는 항상 목소리가 나직했다. 이번 인터뷰 목소리도 그랬는데 예전과 다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뭐랄까, 말투에서 비장미가 스며들었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취임 두 달여를 보내며 불면의 밤이 많았는지 얼굴도 까칠해 보였다. 방사성 물질이 섞인 반갑잖은 봄비가 잠시 그친 동안 사진촬영을 위해 그를 재단 입주건물 옆 화단가에 세웠다. 그곳엔 동백 꽃봉들이 새빨간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그것에 시선을 둔 채 그는 이렇게 말했다. "두 달 동안 제 역량이 어느 정돈지 깨달았습니다. 저 동백처럼 지역 문화가 꽃 피우려면 여러 종류의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도요. 주변 기대가 커 어깨가 무겁습니다만 제가 못할 때 시민 여러분들이 내리치는 죽비만큼은 언제든 달게 받을 겁니다."
# 남송우 대표이사는
강남주 초대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지난해 11월 사퇴한 후 지휘봉을 잡았다. 경남 거제출신으로 부산대 국문학과-대학원을 나와 문학평론을 하면서 '오늘의 문예비평' 편집인과 부경대 교무처장· 인문사회과학대 학장 등을 지냈다. 지역 문화예술부문 활동에 꾸준하게 참여해 왔으며 현재 동북아문화학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