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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책과 세상 <43> 스테디셀러 만드는 원동력

좋은 책이 살 길, 독자에게 달렸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4-06 20:13:57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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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법정 스님께서 입적하고 난 뒤, '무소유'를 비롯해 스님께서 쓴 책들이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더 이상 출판을 하지 말라는 유지가 알려지자 책을 찾는 독자가 더 많아져 인터넷에서는 '무소유'가 경매에 붙여지기도 했다. 당시 서점에 근무하고 있던 필자도 '무소유'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여러 명에게 받았다.

2010년 베스트셀러 20위 권 안에 법정 스님의 책 '아름다운 마무리' '일기일회'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무소유' 4권이 들어있을 정도로 독자들의 관심은 컸다. 그러나 스님의 유지에 따라 2010년까지만 책을 판매하기로 했기에 스님의 책을 출간했던 출판사들은 판매되지 않은 책들을 현재 반품받고 있다. 그 책들 중 일부는 군부대, 교도소 등에 기증되고 나머지는 이미 폐기되었거나 폐기될 예정이라 한다. 그런 식으로 처리될 책들이 몇 십 만부에 이른다고 하니 '한 저자의 책 대량 폐기사태'라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독자들의 관심이 일순간 쏠리고, 출판사들은 이에 급히 대응하고, 그뒤 관심이 거짓말처럼 꺼져버리는 풍토에서 벌어진 안타까운 일이다. 고인의 뜻이 이래저래 훼손된 것 같아 속상한 이들이 많다.

출판계의 '대량 판매'와 관련해서는 이런 역설적인 경우도 있다. 한때 국민적 화제가 됐던 MBC TV 의 프로그램 '느낌표 선정도서'를 거부한 작가와 출판사 말이다. 인기 방송프로그램이었던 '느낌표'의 추천도서에 선정되기만 하면 순식간에 수십 만부가 팔려 많은 작가와 출판사들이 여기 선정되기를 원했다.

방송국 쪽에서 권정생 선생(2007년 작고)의 '우리들의 하느님'을 선정하려고 연락을 취하자 권 선생은 "이미 읽을 만한 사람들은 다 읽었다"며 거절했다. 출판사인 녹색평론사 김종철 대표에게도 "느낌표에 선정만 되면 몇 십 만부는 쉽게 판매되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는 말과 함께 거절당했다. 다른 몇 군데 출판사도 느낌표 선정을 거부했다. 독서운동의 차원에서 좋은 의도를 가진 프로그램이지만, 독자들이 선정도서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아 출판 생태계를 왜곡시키는 역기능 현상을 우려했던 것이다. 이런 태도는 스테디셀러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됐을 것이다..

독자들은 구체적인 요구를 통해 출판계에서 주인의 권리를 보장받기도 한다. 지금도 인기가 많은 국제신문의 '근교산' 시리즈가 처음 책으로 나왔을 때다. 배병주 기자의 '가볼만한 근교산'이 1998년 출간되었다. 1997년 12월 3일 외환위기가 터진 직후였다. '가볼만한 근교산'은 예상보다 훨씬 많이 팔렸다. 내로라하는 메이저 출판사의 등산 시리즈를 가볍게 따돌렸다. 당시 사회분위기 상 졸지에 직장을 잃는 중년남성들이 산을 오르며 마음을 달래고 시간을 보냈다는 것, 책 속 산행 출발 기점 정보가 부산이었기 때문이다. 여행책자들을 보면 대개 서울 출발 기준이다. 그러니 부산 경남 독자들에게 이 책이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이 책이 당시에 동보서적 영광도서 등 지역 대형서점에서 특히 많이 팔린 데는 그런 이유가 있었다. 초판이 모두 판매되고 난 다음에도 책을 찾는 독자들이 끊이질 않아, 서점에서는 신문사에 제발 재판을 빨리 찍으라고 독촉하는 일까지 있었다. 부산시민, 부산독자가 만들어낸 진짜 베스트셀러였다.

수많은 책의 탄생과 소멸을 현장에서 지켜보는 한 서점 관계자는 법정 스님 책을 반품하던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호기심 어린 쏠림현상과 출판사의 과욕이 빚어낸 결과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책을 단순상품이 아니라 문화로 남게 하는 힘은 독자에게서 나온다.

동의대 문헌정보학과 강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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