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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책과 세상 <38> 더 많은 '뽀로로'들이 필요하다

한국만화가 동심(童心) 뿌리 돼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3-02 19:53:01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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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애니메이션 '뽀로로'.
전 국민을 하모니의 감동에 푹 젖게 했던 TV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은 재방송으로 몇 번씩 봐도 재미있다. 엔니오 모리코네 작곡의 '넬라 판타지아'를 들으며 영화 '미션'을 다시 떠올렸고,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들어라"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는 즐겨라" 등 박칼린 감독의 말에서 어떤 깨달음까지 얻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애니메이션 메들리 곡을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곤 했다. 그 익숙함에 흥겨워지는 건 순식간이다.

문득, 영광스럽게도 '남자의 자격' 합창곡으로 선정된 만화주제가는 어떤 곡들인지 알아보았다. '옛날 옛적에' '달려라 하니(이진주 원작)''날아라 슈퍼보드(허영만 원작)'를 빼고 '개구리 왕눈이'(후지TV, 1973), '메칸더 V'(TV 도쿄, 1977), '미래소년 코난'(NHK, 1978), '빨강머리 앤'(후지TV, 1979.), '꼬마자동차 붕붕'((NHK, 1985)는 모두 일본만화였다. '남자의 자격' 프로그램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우리가 일본만화에 얼마나 많이 노출돼 있는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위의 만화들은 우리가 일부러 일본 TV를 통해 본 만화가 아니라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으로 봤던 작품들이다. 필자 역시 초등학교 시절 요한나 슈피리의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다카하카 이사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으로 우리 TV에서 먼저 보았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강머리 앤'에 푹 빠져 소녀시절을 보낸 뒤에도 우리 TV에서 방영하는 다카하카 감독의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을 보려고 집에 일찍 가곤 했다.

전 세계 애니메이션의 60%가 일본제라니, 위력이 대단하다. 1964년 도쿄올림픽이 끝나고 초고도 성장기에 돌입한 일본의 어린이들은 만화잡지에서 만화를 봤고, 그 가운데 인기를 끈 만화를 TV 애니메이션으로 봤다. 거대 만화시장과 연동하며 정착한 일본 애니메이션은 서구와 달리 다양한 장르를 장기시리즈로 제작했다. 사물에 솔직하게 감응하는 어린이 독자들의 인기를 끈 만화잡지 속 만화만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고, 국적을 구분하지 않는 한국 어린이들도 이를 보며 자랐다.

일본만화에 대한 반감 같은 건 없다. 좋은 작품이라면 국적을 가릴 필요가 있겠는가. 문제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가 어떤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TV 주인공이 등장하는 책을 보면 가지고 싶어 한다. 한국의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에서 만든 '뽀로로'를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서점에 데려 가보면 느낄 것이다. 뽀로로로 단어놀이도 하고, 퍼즐도 맞추고 싶어 하고, 병원놀이 책 주인공도 뽀로로가 아니면 안 되고, 유아용 학습 책 12권이 들어있는 뽀로로 도서관 세트를 손에서 놓지 않으려 한다.

그림책 작가 김홍모 씨는 어린 시절 본 뒤 지금도 자신을 놓아주지 않는 주제인 '로봇 태권V'를 아들에게도 이야기해주고 싶어 그림책 '구두 발자국'을 그렸다. 눈 오는 날 아침 소년 홍모는 아무도 밟지 않은 눈 덮인 들판에 나가 발자국그림으로 커다란 로봇 태권V를 그린다는 내용을 동요 '구두 발자국'과 함께 들려준다.

이 순간에도 우리 TV에는 는 '짱구는 못말려' '소년탐정 코난' '꿈빛 파티시엘' '나루토' '이누야사' 등등 온 종일 일본만화가 반영된다. 이 작품들이 서점에서도 잘 팔리는 것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일본 원작의 '꽃보다 남자'는 여전히 가장 좋은 자리에 꽂혀있다. 우리 만화가 끼어들 자리가 있을지 걱정이다. 무엇이든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그것이 감정과 이성의 기초를 형성하는 나이의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산 주인공을 더 많이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동의대 문헌정보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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