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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 스님의 쉽게 읽는 불교경전 <22> 해심밀경

참다운 佛法의 세계로 가는 길 인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2-31 19:54:00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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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역할을 로봇이 대신하는 시대가 열렸다. 청소하는 로봇, 대화해주는 로봇 심심이, 소에게 수유하는 로봇 등이 등장하고 있다. 그 로봇들은 입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행위하고 말하며 움직인다. 일상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다채로운 변수들을 수용하지 못하며 천편일률적인 반응에 국한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의 차이는 명백해진다. 그러나 과연 인간이라고 해서 인공지능 로봇의 신세를 완전히 벗어난 것일까? 당신은 어떤가? 당신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변수들에 어떻게 반응하며 어떻게 대처해 나가고 있는가? 당신에게 입력된 정보를 뛰어넘고 있다고 자신하는가?

뜬금없는 로봇 얘기냐 할지 모르겠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게 하는, 혹은 인간이 산다고 말할 때 그 삶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매우 비밀스러운 원리를 풀어내고 있는 경전 얘기를 하고 싶어 꺼낸 얘기다. 불법의 깊고 비밀스러운 이치를 풀어내고 있다는 뜻의 해심밀경(解深密經)이다.

해심밀경은 이 세상 모든 현상은 사람의 마음에 의해 그리고 그것이 변하여 나타난 것이라는 만법유식(萬法唯識)의 대의를 표명해 놓은 경이다. 대개의 경전들이 이 사바세계 범부중생들에게 부처님께서 설하신 것이라면 이 경전은 인간세상이 아닌 칠보로 장엄된 부처님 세계의 궁전에서 설해졌다. 경을 듣는 대상 또한 미륵과 문수 보살 등과 같이 최상의 지위에 오른 보살들을 상대로 하고 있다.

8품으로 되어 있는 이 경전은 유식불교의 소의경전으로 부처님의 세계는 깨끗한 정식(淨識)의 세계로 일체 현상을 초월한 세계라 사람들의 생각으로 판단하여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 하였다. 이는 곧 인간은 깨끗한 식의 세계에 들지 못하고 업식으로 세상을 판단하고 이해하고 살아간다는 다른 말과 같다.

이어지는 승의제상품에서는 부처님이 깨달은 진리인 승의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으며 생각으로 알 수 없고 분별을 초월한 것이라 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사바세계는 어떻게 존재하는가?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아뢰야식이 등장한다. 아뢰야식은 우리가 일으키는 모든 행위인 업이 종자가 되어 보관되어 있는 창고와 같으며 그 종자에 의해 우리의 모든 행위와 우리 자신과 객관세계의 모든 것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일체 모든 법이 내 마음인 업식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 유식의 대의이며 해심밀경의 대의이다. 마음을 떠나 존재하는 외부세계는 아무것도 없다. 이쯤에서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일체유심조(一體唯心造)라는 말이 떠오를 것이다. 일체는 마음이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마음이 없어지면 일체도 사라진다는 말인데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은 과연 그런가? 우리가 인식하는 외부세상은 너무나 리얼해서 결코 마음 따라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늘 고통스럽고 낭패를 본다.

이처럼 세상을 이해하는 접근방식 자체의 오류를 수정해 나가려니 해심밀경의 이해가 결코 간단치는 않다. 그래서 해심밀경의 중심사상은 크게 두 가지 부분으로 나눠 설해지고 있다. 이론문과 실천문. 이론문에서 설해지는 내용은 세상의 존재방식 즉 법에 대한 이론적 설명과 참다운 인간의 면모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쓴맛밖에 모르는 사람에게 단맛을 설명하는 격이니 받아들이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실천문을 통해 단맛을 보기 위한 방편을 설해놓고 있다. 평생 맛보지 못한 음식을 설명으로만 맛볼 수는 없으니 그런 맛이 있는 줄 알고 자, 이제 맛보러 가봐라 하고 방법을 일러주고 있는 것이다. 6바라밀과 함께 방편(方便)·원(願)·력(力)·지(智)의 4바라밀을 닦아야 한다. 또한 이 경전에서 부처님은 유식의 도리를 깨닫게 하는 참선법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해놓고 있다.

결국 우리는 내가 지금 이전에 일으킨 행위인 생각과 경험과 지식, 즉 지금 이전에 입력된 정보들, 불교적으로 말하면 업이 일으키는 부차적인 반응, 판단 등에 휩쓸려 끌려가는 로봇의 다른 모습일 뿐이다. 진짜 인간이 되는 길, 마음 따라 일어났다 사라지는 허공꽃 같은 세상이 아닌 참다운 법의 세계로 가는 길, 그 비밀스러운 길이 해심밀경에 열려 있다.

정해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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