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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의 연극이야기 <37> 불온과 흥분이 공존했던 국민연극경연대회 ①

흥행경쟁·배역경쟁도 모자라 일제에 의한 공개 경쟁까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2-02 20:45:15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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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동양극장의 청춘좌 단원들.
예나 지금이나 경쟁은 사람의 마음을 흥분시킨다. 한국의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대입시험'은 경쟁 중에서도 대표적인 경쟁이 아닐까 한다. 10대의 대부분은 이 시험을 의식하고 살아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적인 관심도 대단하다. 이 날이 되면, 비행기도 함부로 뜨지 못하고, 출근 시간도 늦추어진다. 일기예보를 살피는 눈도, 시내 교통 상황을 살피는 눈도 예사롭지 않게 변하기 일쑤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시험. 이 시험은 수많은 경쟁자와의 보이지 않는 경쟁의 극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연극인이나 영화배우가 되면, 이러한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여겨졌던 시절도 있었다. 과거의 배우들은 학교 공부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대신 그들은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남들을 웃기고 노래를 잘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멋들어지게 추고 다른 사람 흉내를 내는 능력. 무엇보다 무대에 올라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감동과 위안을 주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학교 공부나 정규 교육 혹은 일반적인 출세와는 다른 차원의 삶이었고, 다른 차원의 공부였다.

하지만 연극배우들도 궁극적으로는 사람 사이의 경쟁을 피할 수는 없었다. 가장 실질적인 경쟁은 흥행에서의 경쟁이었다. 배우들은 누구나 자신이 출연한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기를 바란다. 경제적인 이익도 기대하지만,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그들은 관객의 박수갈채와 환호성을 먹고 사는 존재들이다.

극단 내부의 경쟁도 피할 수 없었다. 배우가 된다는 것은 다른 배우들과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것을 뜻했다. 동시에 그들은 배역을 두고 상대와 경쟁해야 한다. 어떤 배우는 평생 주역을 하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맡은 배역이 주역이든 조역이든 단역이든 무대 위에 서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했다. 1분을 출연해도 무대에 서야 했고, 1시간을 출연해도 무대에 서야 했다.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타인과의 배역 경쟁을 필연적으로 겪어야 했다.

식민지 치하의 배우들도 경쟁은 피할 수 없었다. 그들은 동료들과의 배역의 경쟁에도 나서야 했고, 다른 극단과 인기 경쟁에도 나서야 했다. 그러던 차에 한 가지 경쟁이 또 생겼다. 일제는 조선의 극단들을 효과적으로 통제·관리하기 위해서 '조선연극협회'를 창설했고, 곧이어 '국민연극경연대회'를 개최했다(1942년 9월 18일~11월 25일). 일제의 허가를 받은 극단들만 참여해서, 일제 정책에 야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연극을 공연해야 하는 행사였다. 하지만 당시 조선 극단들은 이러한 일제의 정책에 저항할 수 없었다. 그 시대는 서슬 퍼른 시대였고,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연극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가끔, 당시 그들의 심정을 상상해본다. 스스로를 당대 최고라고 일컫던 극단(원)들이, 비록 자의는 아닐지라도, 공식적으로 경쟁에 나서야 하는 상황. 황철의 '아랑', 심영의 '고협', 유치진의 '현대극장', 대중극 최고 극단이라 자부하던 동양극장의 '청춘좌'. 어느 극단이 라이벌 극단을 누르고 당대 최고의 극단이 될까. 그들은 일제의 정책에 야합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겠지만, 동시에 호적수들과 공개적으로 겨룰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작은 설렘도 맛보았을 것이다.

어차피 인생은 양면적인 것 아니겠는가. 두려움은 성취감과 관련이 깊고, 상대를 의식하는 행위는 상대와 경쟁하는 즐거움과 직결되는 것 아니겠는가. 특히 황철과 심영은 1930년대 중반부터 이어온 라이벌 의식을 다시 이어가야 했다. 누가 승자가 되었을까. 신파극단의 오명을 벗기 위한 노력도 치열했을 것이다. 과연 어떠한 결과를 얻었을까. 혹 여러분은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일본에 가장 잘 영합했다는 비판을 받을지언정, 라이벌과 경쟁자에게 질 수는 없지 않았겠는가. 그렇게 그들은 연극을 시작했다.

연극평론가·부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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