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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무인의 혼 사람의 길을 묻다 <11> 차력 무술인 고광종 씨

주먹으로 돌덩어리 격파… "장쾌한 차력은 나의 운명"

수도로 돌 깨는 싸움꾼 목격, 12살 때 험한 무술인생 시작

1970년대 선배들 조언 듣고 수련

나이트클럽·건강식품서 인생 쓴맛, 제자들과 세계를 무대로 활동

운동 잘해도 예의 없으면 소용없어, 후세 위한 건강수련원 만들고 싶어

  • 강춘진 기자 choonjin@kookje.co.kr
  •  |   입력 : 2010-11-25 19:09:19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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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쾌하다.

일면 거칠어 보이면서도 화려한 동작이다. 두께 4~6㎝에 달하는 돌덩어리를 손으로 깨는 순간 터져 나온 소리는 괴성에 가깝다.

내친김에 정권으로 두께 10㎝ 안팎의 돌덩어리를 깨겠다는 의욕을 보였지만 멈추기로 했다. 그는 차력 무술인 고광종 씨.

그는 바른말을 잘하고 약한 자를 보호했던 전 국회의원 김두한을 존경한다. 강한 자가 잘못한 것에 대해 분명하게 따졌던 '진정한 무인'이었기 때문이란다. 고 씨도 그동안 세상을 살면서 버스 안에서나 길 가다 약한 사람이 당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참견을 해 파출소에 끌려간 적이 자주 있었다.

무술 수련에 열중하고 있는 고광종 씨.
오지랖이 넓은 이 사람을 통해 새삼 힘 있는 사람이라면 제 목적을 위해 잔꾀를 동원하고 심지어 술수도 마다하지 않는 이 시대 '바른길'이 무엇인가 고민하게 된다. 용기가 있어도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세상 아닌가.

고 씨의 행동거지에는 단순함 속에서도 힘이 실려 있다. 그의 오른손을 얼핏 보니 철강처럼 단단했다. 손바닥에는 오래된 상처투성이. "다시 태어나도 차력 무술을 하겠다"는 그는 무예인들이 대접받지 못하는 시대라고 하지만, 자신은 여전히 무인으로서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력을 제대로 알면 여느 무술에서는 볼 수 없는 화려한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아직도 차력 무술 세계를 고수하는 그의 인생 역정은 예사롭지 않다.

■그를 키운 건 단순하고 우직한 마음가짐

돌덩어리가 격파되는 순간.
차력 무술계에는 고 씨처럼 돌을 바닥 등에 놓아두고 손으로 깰 수 있는 무예인은 드물다. 이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는 "이란 등 외국에서 차력 시범을 보일 때마다 현지 무예인들이 주먹을 보고 감탄했다"고 말했다. 그의 오른손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면 아무나 만들 수 없는 주먹이라는 점을 단박에 알 수 있다.

"무술 시범 대회에서 주먹으로 송판을 쪼개는 것을 보면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아요." 이순의 나이를 넘긴 그는 아직도 각종 대회에 무술 시범 출연 제의를 받는 일이 잦다. 그렇다면 주먹을 무쇠처럼 단단하게 만든다면 돌을 격파할 수 있을까. 물론 오랜 수련을 통해 운동을 한 사람이라면 돌을 들고 손으로 격파할 수는 있다고 한다. 그러나 돌을 바닥에 놓아둔 상태에서 손으로 깬다는 것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온몸에 기를 모아 눈 깜빡하는 사이보다 더 짧은 순간에 힘을 가하는 내공이 필요하지요." 그때 주먹의 순간(0.1~0.3초) 힘이 평소보다 30~50배 폭발하면서 아무리 단단한 돌덩어리도 쪼개진다. "전선에 합선이 일어나면 불꽃이 튀면서 순간적으로 쇠도 타는 원리와 같습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수련인 것만은 분명하다.

차력 무술인 고광종 씨가 오랜 세월 수련을 통해 쇠처럼 강하게 단련시킨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고 포즈를 취했다. 그는 이 손으로 두께 10㎝가 넘는 돌덩어리도 깰 수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그는 12세 때의 일로 기억했다. "어느 날 소풍을 갔는데 한 어른이 시냇가에서 수도로 돌을 깨는 것을 봤지요. 신기했어요. 덩달아 주먹으로 돌에다 때렸는데…." 손만 아팠다. 이 어린이는 당시 당수도 2단인 이종사촌 형으로부터 집 마당에서 당수도를 배우고 있었기 때문인지 오기가 생겼던 것이다.

"시냇가에서 돌을 깬 사람은 유명한 싸움꾼이었지요." 그해 겨울 동네 형이 새끼를 감은 나무를 대상으로 수도를 단련하는 현장에서 매일 수련했다. 때리고 또 때리고. "때려야 한다." 그런데 5일쯤 지나 손이 통통 붓고 상처가 났다. 결국, 아버지가 작은 칼로 상처를 찢어 피고름을 빼냈다. 피고름은 소주잔을 가득 채웠다. 험한 무술 인생은 그렇게 시작됐다.

"운동을 체육관에서만 할 필요가 있나요." 물론 기초 실력이나 기술을 배우기 위해 체육관 관장 등 '스승'의 지도를 꼭 받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 역시 1970년대 검도산, 오동석, 서윤호, 장팔 등 기량이 출중한 여러 선배 무예인으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고 기술을 익히는 법을 체득했다. 그러나 실천은 현장에서 이뤄졌다.

"지금도 마을 뒷산에 매일 오르내리며 주먹으로 바위나 나무를 치지요." 그는 아직도 새벽마다 윗몸일으키기 100회 이상을 한 뒤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장산으로 오른다. 그리고 산을 돌며 아무 바위나 나무를 향해 1000회 이상 주먹을 휘두른다. 그가 매일 수련 현장으로 뛰는 장산 재일쉼터 주변에는 이 억센 사나이의 주먹을 끊임없이 받은 바위와 나무가 적지 않다. 자연에서 펼친 수련의 결과는 강한 손이 말해주고 있다.

그는 2000년대 초 이란의 전통 무술을 3개월 정도 연마하고, 테헤란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한국 선수로 참가했다. 그런데 자신의 특기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대회 개막식 때 차력 시범을 보이면서 여러 나라 무예인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후 일본 중국 이라크 등 아시아 각국을 돌면서 한국 전통의 차력 무술의 매력을 맘껏 뽐냈다.

고 씨의 인생 역정에는 단순한 맛이 배어 있다. 어린 시절 태권도를 배울 때 아버지의 하얀 와이셔츠와 밀가루 포대로 도복을 만들어 태권도 대회에 출전하는 호기를 부린 적도 있다. 마냥 운동이 좋았던 그의 단순한 마음가짐 때문에 옆길로 새지 않고 지금도 주먹 수련에 열중하는 60대의 현장 차력 무술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굴곡 많은 삶…여전히 꿈이 있는 무예인

그는 1948년 전남 영광에서 태어났다. 3세 때부터 부모를 따라 전북 제주 등 곳곳으로 이사했는데, 어린 나이에 겪은 일이라 영문을 모르겠다고 밝혔다. 1960년대 후반 부산에 정착했다.

부산에서 차력 무술인으로 거듭난 고 씨는 인생의 쓴맛을 본다. 차력 무술인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1980년대 부산 서면에 있는 한 연예기획사에 전격 '스카우트'된 적이 있다고. 나이트클럽 밤무대에서 차력 무술 공연을 하면 출연료를 받는 조건이다. 후배와 제자들을 동행하고 부산을 비롯해 인근 경남 김해 등지를 돌며 한 업소당 25분간 무대에 올랐다.

당시 나이트클럽을 전전했던 중장년층이었다면 이들의 진땀 나는 쇼를 구경했을 법하다. 그러나 진창 고생만 했다. '남 좋은 일'만 실컷 하고 그만뒀다.

1990년대에는 건강식품 총판에 동업하면 큰 수익을 얻는다는 말에 속아 집 팔고 금 50돈 등 결혼 패물까지 처리해도 빚 청산을 할 수 없었던 적도 있다.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이레 동안 술만 퍼마셨다. "아무것도 몰랐던 것이지요. 당한 것이 죄라면 죄라고 할 수 있겠지요."

결국 운동에 전념하고 수련에 열중하는 인생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후 부산시 등에서 주최하는 축제 행사에 공식 초청되고, 제자들은 유명 행사의 경호원으로도 활동할 수는 길이 열렸다. 무예인으로서의 생활은 안정되고, 세계 무대에서 기량을 뽐낼 기회도 많았다. 그의 제자 7명 정도가 현재 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세상살이는 그렇게 단순한가 봐요. 어렵게 살 필요가 없잖아요."

고 씨는 스스로 정식 학교 배움이 짧다고 고백했다. 대신 어린 시절부터 한학을 꾸준히 하면서 예의범절과 사회 규범을 중시하며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했다. 그래서 '차력 무술은 예의에서 시작해 예의로 끝난다'.

"운동을 아무리 잘해도 예의범절이 없으면 소용없습니다. 자칫 잘못 흐르면 양아치나 불량배밖에 더 되겠습니까." 그 자신도 남포동 등 한때 부산의 중심가 조직의 유혹도 받았다. 그러나 샛길로 가지 않고 꿋꿋하게 버틸 수 있었다. "차력 무술을 계속하지 않고 인내력을 잃어버렸다면 다른 길로 갔겠지요. 차력은 나의 운명이고 전부입니다."

그는 말한다. "차력은 열 번, 백 번 이상이라도 할 수 있다는 고집과 끈기가 있어야 가능한 운동입니다." 그런데 안타깝다. "차력 무술이 후세에도 남기를 바라는데 하려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그는 꿈꾼다. "50년 가까이 축적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건강수련원을 만들어 후세에 물려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활이 어려워 아직은 마음뿐이다. 여기서 후원자나 자치단체의 지원이 따른다면 전통무술 발전에 적지 않은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차력 무술인 고광종. 그는 늘 꿈을 실현하는 길을 찾기 위해 고민하면서 주먹으로 돌과 나무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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