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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의 연극이야기 <33> 때로는 말보다 음악에 끌리는 이유

1930년대 음악극 흥행서 연극의 활로 해답 찾아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1-04 20:28:06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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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연극 막간에 음악극이 인기를 누렸다. 사진은 당시 극단 '취성좌' 소속의 무대가수 강석연.
현대에 들어서면서, 연극은 사양 사업이라는 말이 줄기차게 떠돌았다. 주목받는 연극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비해 연극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하게 격감한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그것은 연극의 하향세와는 반대로, 뮤지컬은 욱일승천하는 기세로 붐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연극을 보지 않은 이들도 뮤지컬을 보는 것에는 흥미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연극에 비해 훨씬 고비용임에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생각도 널리 퍼져있다. 도대체 연극과 뮤지컬이 무엇이 달라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1920년대 중반부터 조선의 연극은 '음악극'(뮤지컬)을 상연 예제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1932년 태양극장 창립 공연작으로 선정된 작품 중에도 춘강 편 비극 '애곡'이 포함되어 있었다. 비록 대본은 남아 있지 않지만, 박진이 남긴 회고를 참조하면 관련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슈니츨러 원작의 '애곡'은 1929년 12월 11~12일 조선극장에서 토월회가 이미 공연했던 작품이고, 토월회의 마지막 공연이었던 1930년 1월 23~28일 공연에서도 재공연된 바 있었다. 1920년대 후반 토월회는 당시 대중극단에서 인기를 얻고 있던 막간을 도입했는데, 이 막간의 일환으로 음악극도 시도한 것이다. 훗날 박진은 자신들이 한 음악극을 뮤지컬과 동일 장르로 파악하게 된다. 그러다가 이러한 음악극을 태양극장의 창립 공연작으로 선정하기에 이른다.

태양극장은 토월회와는 달리 대중극('흥행극') 흥행을 공식적으로 표방한 단체였다. 따라서 이러한 단체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선택이 음악극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관객들은 지루한 대사로 이어지는 관념의 연극보다는, 밝고 경쾌하고 때로는 슬프지만 따라 부를 수 있는 음악으로 인해 선명하게 기억되는 연극(음악극)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박진은 음악(극)의 매력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관객을 위한 연극으로 음악극을 추천했다. 흥미로운 것은 작품 속에서 음악의 역할이다. 이 작품의 두 주인공인 누이 에레나와 동생 마리온은 아버지가 전쟁에 나가고 그 뒤를 이어 어머니가 죽자, 고아가 되어 세상을 떠돌게 된다. 눈 먼 누이 에레나가 만돌린을 연주하면, 동생 마리온이 이에 따라 노래를 하면서 구걸을 했던 것이다.

공연에서 남매의 구걸 행각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연출가는 심리적 동정심을 더욱 부추기려는 목적으로, '만돌린'이라는 악기를 무대에서 직접 연주하게 하고, 애절한 노래를 부르도록 유도하였다. 무대 위에 '생음악'을 배치하고 비극적 풍경을 강조하는 바람에 관객들은 슬픔에 더 깊이 젖어들 수밖에 없었고, 감정을 어루만지는 음악(극)의 매력에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뮤지컬이 그러하듯 말이다.

당시 에레나 역할을 맡은 김연실은 만돌린을 연주할 줄 몰랐지만, 무대 뒤에서 박진이 대신 연주하고 이를 마치 김연실이 연주하는 것처럼 연기했다고 한다. 이 일화는 음악으로 전달해야 할 것은, 음악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점을 새삼 상기시킨다고 하겠다. 연출가는 김연실이 음악을 연주할 줄 모른다고 해서, 그녀에게 대사로 연기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무대 예술은 말로만 전달되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혹여 현재 연극의 인기가 하락하는 이유 중에, 말에 대한 관습적인 의존 때문은 아닌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 연극은 아직도 말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다른 표현 형식을 찾는 일에 대해 상대적으로 인색하기 때문이다. 관객이 없다고 말하기 전에, 1930년대 조선의 대중극이 음악극을 선택했던 이유를 음미해보면 어떨까. 그들처럼 '없어진' 관객을 '되찾기'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적극적으로 살피는 일이 될 테니 말이다.

연극평론가·부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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