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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본 세계경제, 부산경제 <10> 환율전쟁

환율 둘러싼 '錢의 전쟁' 위안화 절상만이 답일까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0-31 21:11:58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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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경제학자들 "위안화 조정 점진적으로 필요"
- 금융위기 이후 美 대외적자·中 흑자… 세계적 불균형 심화

- 美 달러 무한공급 신흥개발국에 유입, 亞 통화절상 노려
- '제2의 프라자 합의' 간절히 원해

- G20 재무장관회의 '시장결정적 환율' 시스템 도입 합의
- 급변하는 자본이동… 한국의 자본시장은 어떤 대비책 있나

■중국의 환율을 바라보는 두 시각

경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가 열린 지난달 22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에서 참석 재무 장관들과 중앙은행 총재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자국의 통화(위안화)를 통제하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주요국이 취한 경제조치 중 가장 보호주의적인 것이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프레드 버그스텐(Fred Bergsten) 소장은 뉴욕타임즈를 통해 중국이 위안화에 대한 인위적인 절하를 즉각 중지해야 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국제경제연구소(IIE: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에 근무할 당시부터 미국의 입장을 가장 잘 대변하는 경제학자로 꼽혀왔다.

"점진적으로 위안화를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10월 19일 워싱턴의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만난 져스틴 린(Justin Yifu Lin) 세계은행 부총재(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절상 가능성에 대한 나의 질문에 시종일관 이런 입장을 취했다. 이것은 지난 10월 8일 중국의 중앙은행 총재(Zhou Xiaochuan)가 위안화는 점진적으로 절상될 것이라는 언급과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중국의 흑자와 미국의 적자로 대변되는 세계적 불균형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중국이 이 문제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요지의 답변이 돌아왔다. 짧은 면담 시간 때문에 아쉬워하자 그는 10월 초순에 있었던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 연석회의에 제시된 자신의 문건을 참조해달라고 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현재와 같은 세계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또 미래의 불균형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기축통화(달러)가 새로운 국제통화(예컨대 IMF의 특별인출권)로 대체될 필요가 있습니다."

■환율전쟁 혹은 무역전쟁

미국과 중국, 혹은 미국과 아시아국가, 혹은 더 나아가 선진국과 신흥개발국(Newly Emerging Economies)과의 환율문제가 긴장(tension)이라는 표현에서 전쟁(war)이라는 표현으로 바뀐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지난 9월 브라질 재무장관이 "주요국 간 통화를 둘러싼 긴장은 사실상 '환율전쟁, 무역전쟁(exchange war, trade war)'이다"라고 말한 사실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얼마 되지 않는 동안 환율문제는 세계경제의 가장 큰 현안으로 부상했다. 그것은 이 문제가 2007년 세계금융 위기 이후 지금의 세계경제 상태를 가장 잘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위기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비틀거리는데 중국, 아시아 국가를 비롯한 신흥개발국은 눈부시게 회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세계경제 상태는 국제금융상으로는 선진국 특히 미국의 대외적자와, 신흥개발국 특히 중국의 대외흑자라는 세계적 불균형(global imbalance)으로 나타난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미국은 부실금융문제 해결과 경기 회복을 위해 엄청난 돈을 풀었고 그 결과 천문학적 규모의 국가부채를 짊어지게 되었다. 또, IT버블과 주택버블로 소비자들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것 이상으로 소비를 하였고 그것 역시 천문학적인 대외무역적자가 되었다. 그런데, 미국이 국가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발행한 채권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개발국의 대외흑자로 나타나고(주로 중국이 이런 채권을 구입함), 미국의 대외무역적자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개발국의 무역흑자로 나타난다. 이런 대외적자(대외무역적자와 국가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교과서적인 방법은 대외 적자국의 통화는 평가절하하고 대외흑자국의 통화는 평가절상하면 된다.

■환율전쟁의 양상

미국의 워싱턴 D.C.에 있는 월드뱅크.
하지만, 현실의 경제는 교과서가 아니다. 세계적 불균형에 대한 원인 분석이 저마다 다르고, 이런 불균형이 화폐가치의 변동과 국가 간 자본 이동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또 화폐가치의 변화는 수출입 상품의 가격을 변동시켜 무역의 흐름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먼저 원인 분석. 미국과 중국은 저마다 상대방을 겨냥한다. 미국은 중국의 환율이 지나치게 저평가된 것이 원인이라 주장하며, 중국은 미국의 방만한 소비와 지나치게 낮은 이자율로 인한 버블을 그 이유로 내세운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 다음 화폐가치의 변화와 국가 간 자본이동. 미국이 소위 양적완화(QE: Quantative Easiness) 정책을 통해 무한정 돈을 찍어낼 때 이 돈은 한국을 비롯한 신흥개발국으로 엄청나게 이동하였다. 예컨대 2009년부터 최근까지 아시아 지역으로 유입된 돈은 무려 8500억 달러(자본 순유입의 개념)에 달한다. 그 결과 아시아와 한국의 증시는 지속적으로 상승하였다. 시장에서 예측하는 바와 같이 미국이 11월 중 제2차 양적 완화를 시행할 경우 달러화는 더 하락하고 시장에 풀린 돈은 미친 듯이(?) 아시아로 이동하게 된다. 그 결과,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아시아의 통화는 평가절상될 수밖에 없다. 과연 그것이 가능할지 의문이지만, 그렇게 될 경우 미국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달러 덕분에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일 수 있다. 결국 환율전쟁은 무역의 영역으로 이행되는 것이다. 이게 미국이 노리는 것이다.

■제2의 프라자 합의?

1985년 9월. 미국 뉴욕의 플라자호텔에서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의 재무부장관은 지리한 협의 끝에 미국의 달러화를 지속적으로 하락시키기로 합의하였다. '프라자 합의'로 이름 지어진 이 국제공조(International Coordination)의 결과 1987년까지 미국의 달러화는 독일의 마르크화와 일본의 엔화에 대하여 50% 이상 폭락하였다. 그 결과 미국은 당시의 대외적자 상황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

미국은 국제공조라는 이름하에 다시 한 번 이런 합의를 원한다. 그리고 이런 국제공조에 힘을 더하기 위하여 지난 9월 미 하원은 환율을 조작함으로써 사실상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나라에 무역보복을 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그렇지만 국제공조는 여전히 쉽지 않다. 1985년 당시는 5개국만의 합의로 이런 결과를 끌어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외형적으로 20개국의 합의(G-20)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중국은 '점진적'이라는 정치적 수사(修辭)를 앞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통이 아니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중국 역시 평가절상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그것은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그럴 필요를 느끼기 때문이다. 점차 증가하고 있는 인플레 압력을 해소하고 부동산의 거품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위안화의 평가절상과 금리인상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지금 중국도 자국의 통화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가령 최근의 빅맥 인덱스(The Big Mac Index)를 보면 중국의 위안화가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된 통화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2010년 10월 13일 기준, 무려 40% 정도 저평가 되었음).

■G20 전의 경주합의?

최근 경주에서 개최된 G20 재무부장관 회의에서 IMF 내에서의 지분재배치(주로 유럽의 지분을 줄이고 중국 등 신흥개발국의 지분을 늘리는 것)를 전제로 '시장결정적 환율(market determined exchange rate)'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합의하였다. 다소 모호하기는 하지만 과거의 '시장지향적 (Market-oriented)'이라는 표현보다는 진일보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중국의 위안화가 조만간 평가절상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시장결정적 환율이라는 표현 자체의 불명확성도 있지만 명확한 범위 혹은 목표(target)가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점진적인 평가절상이라는 중국의 기존 태도가 '시장'이라는 당의정을 바른 것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결과는 두고 보아야 안다. 오히려 이런 합의는 조만간 예정된 미국의 제 2 차 양적완화에 명분을 주는 것일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양적 완화를 통하여 다시 한 번 자신의 경제회복과 실업률 감소, 그리고 디플레 방지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산이 깊으면 골도 깊은 법

김기홍 부산대 교수·펜실베니아 주립대 교환교수
그렇다면 환율전쟁은 이제 종식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이제 시작이다. 점진적이건 급진적이건 위안화는 절상되겠지만(달러화의 하락은 필연이다), 문제는 우리 원화다. 1900을 넘긴 주식시장, 1100원대를 바라보는 환율. 나쁘지 않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국가 간 자본이동에 관해 우리는 아무런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의 환율, 주식시장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보다는(부분적으로 우리 펀드멘털도 기여한 바가 없지는 않다) 시장에 흘러넘치는 유동성에 힘입은 바가 너무 크다. 흔히 말하는 외국인의 매수 덕분이다. 그리고 미국의 양적완화로 이런 유동성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 그래서 우리는 '당분간' 이런 함박웃음을 더 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순간, 미국의 경기가 회복되어 흘러넘치는 유동성을 회수하려 할 때 그래서 우리 시장에 들어온 유동성이 밖으로 나갈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쉬이 짐작할 수 있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가장 큰 피해자는 자본시장이 거의 완전히 개방되어 있는 소규모 경제, 즉 한국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환율전쟁으로 인한 조그만 부스러기에 일희일비하는 대신, 안정적인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국제자본의 급격한 이동을 방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게 2010년 11월 G20을 맞이하는 우리의 작은 목표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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