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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모의 한국미술과 부산 <8> 전선에 선 문화예술인들

6·25때 종군 작가단·화가단 결성

전시하 국민들 사기앙양 앞장

자포자기하듯 예술 탐닉하기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0-17 20:36:58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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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덕 화백의 작품 '월하의 3·8선'
한국전쟁은 문화예술인이라고 해서 피해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화가도, 소설가도, 시인도, 음악가도 모두들 전선에 아니면 전선 없는 전선에서 싸워야 했다. 이런 상황은 남다른 감수성을 지닌 그들에게는 더욱 가슴 시린 일이 되었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애초에 문화예술인들을 전선에 동원한 것은 다름 아닌 김일성이었다. 그는 남침 준비를 마치고 로동신문에 소설가 한설야, 이기영, 김남천, 이태준, 김사량, 한글학자 이극로, 독립운동가 허헌 등을 동원해서 평화통일을 위해 투쟁할 것을 호소하며 공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항하여 남한에서 6·25 전쟁과 함께 예술가들이 전선에 나선 것은 전국문화단체 총연맹 구국대였다. 이름마저 비장한 이 조직은 인민군이 서울을 접수하기 전에 한강을 건넌 구상 등 도강파 문인들에 의해 최초로 '종군문인'이라는 포목완장을 차고 정훈국업무를 수행하면서 시작되었다. 같은 날 대전으로 후퇴한 이들은 '문총구국대'를 구성하고 대장에 김광섭을 세웠다. 그리고 대구에 이한직, 부산에 박노석, 전주에 서정태를 파견하여 후방의 문화예술인들이 구국전선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기로 했다. 하지만 불리한 전황 때문에 이틀 뒤 다시 대구로 이동했다.

문총은 지역별로도 구국대를 운용했다. 대구에는 시인 이윤수, 김사업을 주축으로 '경북문총구국대'(대장 이효상)가 있었고 대구에 내려온 문총구국대는 이들과 연합하여 방송 및 신문, 벽보, 벽시, 강연회 등을 통해 전시하의 국민들 사기앙양에 앞장섰다. 이후 9월 들어 전세가 역전되면서 대원들은 진격하는 국군을 따라 북으로 종군하기도 했다. 인천상륙작전과 서울탈환작전, 평양입성 등 6·25 전쟁의 전환점을 지켜본 이들은 임인식과 사진가 임응식, 사진가 이명동, 시인 구상 등이었다. 문총 구국대는 서울 수복 후까지 약 3개월간 활동하다 일단 해산했지만 각 군의 종군문인단과 화가단은 1953년 7월 휴전 시까지 지속적으로 활동했다.

1951년 중공군이 개입하면서 1·4 후퇴로 이어지자 대구와 부산에는 더욱 많은 피란예술가들이 밀려들었고 이들은 처절한 삶의 조건에서 거의 자포자기라도 한 듯 예술에 탐닉하던 시기로 이즈음에 육군, 해군, 공군 등 3군에 종군작가단이 생겼다. 1951년 3월 흔히 창공구락부라 불리는 공군종군작가단에 이어 5월에 육군종군작가단이 결성되었다. 대구를 중심으로 공군과 육군의 종군작가단이 결성되자 부산에 있던 문화예술인들은 해군종군작가단을 구성했다. 창설 날짜는 정확하지 않지만 1951년 4월 또는 6월경으로 해군 참모총장 김성삼 준장과 소설가 박계주에 의해 주도되었다. 하지만 공군이나 육군에 비해 활동이 저조했다. 이유로는 '작가들 대부분이 그날 그날 일에 쪼들리는 형편이라 장기간 살림을 팽개치고 해양생활을 할 수 없었던' 사정과 타군에 비해 예산지원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 이런 부진한 활동의 원인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6·25 당시 문인들이 구상을 중심으로 자발적 종군작가단을 결성한 것과는 달리, 화가들은 서울 수복을 계기로 공보처의 의뢰에 의해 화가단을 만들었다. 1950년 종군화가단 구성은 대부분 부산 지역 화가들로 구성되었다. 화가 양달석이 해군에, 청마 유치환, 박용덕, 홍영의, 오영수, 김재문 등과 화가 김성규, 우신출, 이준, 문신 등이 육군 3사단 22연대에 배속되어 동부전선 즉 경주를 거쳐 포항 영덕을 지나 원산까지 종군했다. 또 최태웅, 조지훈, 오영진, 박화목과 화가 서성찬, 임호, 박정수 등은 평양방면으로 종군하였는데 이때 종군작가 최태웅은 국방부 정훈국 평양분실 실장 신명구 소령의 명으로 공산당기관지 '로동신문'자리에서 '평양일보'를 발간했다.

우신출의 회고에 의하면 종군과정에서 이준과 오영수는 맹덕에서 개인적인 사정으로 돌아갔고 우신출과 청마 그리고 김기문은 원산탈환 직전까지 있었고, 유치환은 원산탈환을 직접 목격하고 귀환했다. 당시 기사에 의하면 "문총 경남지부 간부들로 조직된 전선 종군단 일행은 그동안 중부, 동부, 남부로 나누어 종군 중이던 바 멀리 원산까지 들러 국군의 혁혁한 용전상을 캔버스에 혹은 필름에 가득 간직하여 금반 대부분 귀환, 근일 중 보고회, 회화, 사진 전람회와 강연을 개최하리라 한다"고 보도하고 있어 그의 회고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국민대 초빙교수·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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