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市 긴급 안전대책 회의서 피난층 설치 등 권고, 강제규정 없어 효과 의문
- 관계법령 50층 이상만 해당…수익성 악화 등 이유로 건설사들 기피 땐 무용지물
- 정부도 사실상 대책 손놔
- 허가 외 다른용도 사용, 당국 사전 관리감독 절실
지난 1일 부산 해운대구 우1동 마린시티 내 주거형 오피스텔 우신골든스위트 대형 화재를 계기로 고층 건물의 화재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허술한 관계 법령으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30층 이상~50층 미만 준(準)초고층 빌딩에 대한 방재 대책은 정부 차원에서 당장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준초고층 규제대상에 포함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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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합동감식반에 의해 확인된 우신골든스위트 4층의 사무실. 이 곳은 배관실(피트층)로 건축법상 비워져 있어야 하는데도 냉장고 싱크대 등 각종 비품이 놓여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류재용 부산시 건축정책관은 4일 "우신골든스위트 입주민들이 불길이 치솟은 옥상으로 대피해 대형 인명사고가 날 뻔했다"며 "26층~49층 이하 건물도 초고층 빌딩과 같은 수준의 피난층을 1개 이상 설치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고층 건물 화재 안전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부산시소방본부가 보유하고 있는 13대의 고가사다리차 가운데 최고 길이는 52m이지만 건물과의 이격거리와 적정 각도를 맞추면 최고 48m(약 17층) 정도밖에 올라가지 못한다.
그러나 건설사들의 참여 여부는 미지수여서 헛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건설사들이 건축비 상승을 우려해 피난층 설치를 기피할 경우 강제 규정이 없어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임원은 "30층 건물에 1개 층의 피난대피구역을 만들면 수익성 악화나 분양가 상승이 예상된다. 종합방재실 운영으로 입주민 부담도 늘어나게 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도 49층 이하에 대해선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초고층 및 지하연계건축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보면 50층 이상에 대해서만 ▷고층 건물 인·허가 전에 재난에 대한 사전영향성 검토 협의 ▷재난예방 및 피해경감 계획서 작성 ▷안전관리협의회 구성 ▷총괄재난관리자 지정 ▷종합방재실과 피난안전구역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2005년 12월 사용승인을 받은 우신골든스위트(38층)는 앞으로도 화재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현재 건축법은 50층(높이 200m) 이상의 '초고층'에 대해서만 피난대피구역이나 종합방재실 운영을 의무화하고 있다. 부산의 경우 30층 이상 50층 미만의 준초고층이 190개 동으로 50층 이상 14동(준공사용 승인을 받은 4동과 공사 중인 10동 포함)보다 훨씬 많다. 26층 이상까지 합치면 300개 동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부경대 박외철(소방방재시스템전공) 교수는 "준초고층은 초고층과 마찬가지로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관들이 걸어서 고층으로 이동해야 하고 소방용 헬기를 띄워야 하는 구조"라면서 "고층건물의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30층 이상이라도 초고층 건물과 똑같은 방재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철저한 관리·감독 선행돼야
이번 화재가 발생한 4층 피트층은 건축허가 당시와는 다른 용도로 사용돼 왔다.
화재를 수사 중인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따르면 우신골든스위트 화재사고의 발화 지점인 4층은 배관실(피트층)로 건축법상 비워져 있어야 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재활용품 집하장과 미화원 탈의실로 사용됐다.
배관실 용도의 구조물은 법적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간 재활용품 집하장과 미화원 탈의실로 불법 용도변경되면서 화재의 불씨를 안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관할 구청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화재를 초래한 것이다.
# 마린시티에 '고층 화재진압 전담대' 편성
- 시소방본부 대책마련 나서, 연 1회 이상 합동소방훈련도
부산시소방본부가 지난 1일 발생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우신골든스위트' 화재를 계기로 '고층건물 화재진압 전담대'를 편성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시소방본부는 초고층 건물 화재의 조기 진화를 위해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이 밀집한 해운대구 우동 지역에 고층건물 화재진압 전담대를 편성, 운영할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전담대에 투입될 인원 등은 세부적인 계획수립을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특히 조기화재진압을 위해 연 1회 이상 자위소방대 및 유관기관과 함께 합동소방훈련은 물론 비상용승강기 활용법, 내부구조 숙지 등을 위한 현지적응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16층 이상 건물 화재발생 때 신속한 인명구조를 위해 부산지역 112개 헬리포트 점검 및 이·착륙 훈련을 벌이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이번 화재가 발생한 피트층을 비롯해 주차장 등 건물 내부에서 쓰레기를 분리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피트층과 주차장 등 건물 내부에 재활용품을 적치하는 것과 고층아파트 발코니에 쓰레기 등 불에 타는 물건을 적치하는 행위도 금지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피트층을 소방시설로 활용하고, 고층 건물 상층부와의 통신장애를 해결하기 위해 지상 30층 이상에 무선통신 보조장비 설치를 추진할 예정이다.
# '불쏘시개' 역할 알루미늄 패널… 불연성 소재 사용 등 규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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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6월 1층 에어컨 실외기에서 발화된 불이 알루미늄 패널을 타고 삽시간에 지상 18층까지 번진 서울 강남구의 모 빌딩. 국제신문 DB |
부산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 우신골든스위트 4층에서 발생한 화재가 10여 분 만에 38층까지 도달한 것은 건물 외관 마감재로 사용한 알루미늄 패널 때문이다. 알루미늄 패널 두 장을 접합시키기 위해 접착제로 사용된 폴리에틸렌 수지로 불길이 옮겨붙으면서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았다. 화려한 외관을 위해 사용된 고급 자재가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이다.
알루미늄 패널은 지난 2007년 5월 28일 경남 창원시 중앙동의 한 영화관(지상12층)에서 발생한 화재 때 처음으로 알려졌다. 당시 3층에 설치된 냉각탑에서 발생한 불은 16분 만에 진화됐지만 불은 알루미늄 패널을 타고 순식간에 12층까지 번졌다.
2008년 6월 24일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지상 18층)에서 발생한 화재 때도 알루미늄 패널에 대한 위험성이 다시 제기됐다. 당시 이 불은 건물 1층 외벽 에어컨 실외기 위에 버린 담배꽁초에서 시작됐으나 알루미늄 패널을 따라 삽시간에 위로 번져 건물 오른쪽 부분이 1층에서 18층 공조기실 꼭대기까지 탔다. 불은 건물외벽 330㎡만 태워 인명 피해 없이 1000만 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피해를 냈다.
서울시는 당시 화재로 알루미늄 패널을 사용한 건축물 현황 파악에 나서는 한편 건축물 외벽구조에 대한 위험요인 개선방안으로 알루미늄 패널 사용 때는 패널 내부에 불연성 소재의 사용 권장 등이 필요하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소방안전 법규에 알루미늄 패널을 포함한 건물 외벽에 대한 안전 규정은 없다. 건축물 외장재에 대한 규제는 지난해 12월 29일 건축법 52조 개정, '건축물 외장재는 방화 가능성이 없는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도입됐지만 국토해양부 법령미정비로 아직 적용되지 않고 있다
부산시소방본부 관계자는 "현행 소방법규는 실내 화재예방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건물 외벽까지 구체적으로 제한하지는 않고 있다"며 "이번 화재를 계기로 고층건물의 외벽자재에 대해 엄격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알루미늄 패널은
알루미늄 패널은 건축물을 보호하는 데 있어 단열성과 차음성이 좋고 건축물을 표현하는 디자인적인 요소에는 뛰어난 신소재이지만, 화재에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건축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알루미늄 패널은 대부분 폴리에틸렌(PE) 수지에 양면으로 알루미늄 판을 접합시킨 샌드위치 구조로 돼 있다. 알루미늄 시트 바깥쪽으로 불소화코팅이 돼 있으나 두께가 5∼10㎛에 불과하고, 온도가 660도가 넘으면 알루미늄이 녹으면서 패널 내부의 인화성이 강한 폴리에틸렌 수지에 쉽게 착화되는 위험성이 있다. 이 패널은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건물 벽면에 약간의 공간을 두고 부착되기 때문에 공기가 패널 앞뒤로 쉽게 들어가면서 불쏘시개 역할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