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남해의 죽방렴(竹防簾)은 남해군 삼동면 지족리와 창선면 지족리에 걸쳐 있는 지족(손도)해협에서 선조들이 원시적으로 고기를 잡던 방식이다. 죽방렴은 참나무 말목과 대나무를 주재료로 발처럼 엮어 고기를 잡는다는 의미에서 비롯됐다. 오랜 역사를 가진 고유 어획법이지만 남해 해안에서 전통이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고 전국에 유명세를 타면서 남해군의 명물이 됐다. 이런 전통을 인정받아 남해 죽방렴은 지난달 중순 문화재청으로부터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으로 지정됐다. 그야말로 남해군을 알리는 명품 중의 명품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죽방렴의 유래와 입지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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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문화재청이 국가지정 명승 제71호로 지정고시해 남해의 명물에서 전국의 명물로 떠오른 죽방렴. 그 자체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
죽방렴이란 용어는 영조 때 조선왕조실록에서 '방렴'이란 이름으로 기록이 보인다. 또 자산어보와 쌍벽을 이루는 '우해이어보'를 남긴 김려(1766~1821)가 당시 고기의 감옥이란 의미로 '어뢰'라고 부르며 죽방렴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죽방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큰 조수간만의 차에 따른 빠른 물살과 적당한 수심이다. 남해의 지족해협은 시속 13~15㎞로 조수의 흐름이 빠르고 해협이 좁은 천혜의 조건을 갖춰 죽방렴 설치가 용이하다. 죽방렴은 물때를 이용해 고기가 발통 안으로 들어오면 가뒀다가 필요한 만큼 건지는 재래식어항 방식이다. 죽방렴에서 잡힌 고기는 육질이 단단하고 비늘이 그대로 유지돼 최고의 상품으로 꼽힌다.
죽방렴이 설치된 해역은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남해 창선대교 부근 지족해협에 밀집돼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16일 오랜 전통을 보존하고 전국에 유명세를 타고 있는 남해의 죽방렴 23곳을 국가지정 명승 제71호로 지정고시해 남해의 명물에서 전국의 명물로 떠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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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서 본 죽방렴. 이 어획법은 전국에서 남해안에서만 전통이 유지되고 있다. |
죽방렴에 걸려드는 어종은 멸치가 주종이지만 감성돔,꽁치, 보리새우, 병어 등 잡어도 많다. 고기잡이는 4월부터 12월까지 이뤄지지만 6~8월까지가 성어기다. 사리 때인 여섯물부터 열물 사이에 하루 2차례 조업이 대부분 이뤄진다. 정치망 어업권 면허를 가진 어민만이 죽방렴을 할 수 있다. 현재 23명이 면허권을 가지고 있으며 어업권 면적은 6만8000여㎡에 이른다.
어민들은 평균 2300여㎏의 건멸치를 생산해 연간 4000만~5000만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죽방렴 멸치는 가까운 연안에서 잡아 10여분 안에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본연의 모양과 맛을 그대로 간직해 상품 중의 상품으로 꼽힌다. 특히 이 지역은 멸치맛이 가장 좋은 참멸치 서식지인 데다 해풍과 태양을 이용한 자연건조를 해 맛이 더욱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뛰어난 맛 때문에 일반멸치보다 가격이 20% 이상 비싸지만 물량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 건멸치 1.5㎏들이 한박스는 3만원선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최상품은 한박스에 30만~40만 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이 같은 최고상품은 전체물량의 1% 정도다.
■관광자원화 어민소득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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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 지역 어민들이 죽방렴 안으로 들어가 멸치를 건져 올리고 있다. |
죽방렴은 이처럼 지역어민들의 높은 소득원이기도 하지만 관광자원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해군은 이번 명승 지정에 앞서 죽방렴을 관광자원화하는 사업을 벌여 왔다. 여기에다 최근 명승에 지정되면서 어민들의 소득증대는 물론 관광산업에도 날개를 달 것으로 전망된다.
남해군은 여러 관광지가 있지만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관광산업이 크게 활성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하동군과 연결되는 남해대교, 사천으로 이어지는 창선·삼천포대교가 개통되면서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이처럼 접근성이 나아지면서 나비생태공원, 스포츠파크, 해오름 예술촌, 독일마을 등 명소를 찾는 관광객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죽방렴 또한 도로여건 개선의 혜택을 입었다. 창선대교에 바로 인접한 접근성 때문에 죽방렴을 찾는 관광객이 날로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남해군도 죽방렴을 관광상품화하는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남해군은 사업비 1억 원을 들여 지난 6월 죽방렴 관람대와 원통복원사업에 들어가 현재 5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죽방렴을 만드는 과정의 영상물을 역사관에서 볼 수 있고 관광객이 체험활동도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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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방렴 멸치는 품질이 빼어나 최상품의 경우 1.5㎏ 한 박스에 30만~40만 원을 호가한다. |
하지만 죽방렴을 운영하는 어민 대부분이 노령인 데다 노동력 부족으로 전통을 이어가는 문제가 현재로서는 과제다. 매년 태풍피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죽방렴 어민 중 가장 넓은 7800㎡의 어업면적을 가진 박동종(51) 씨는 "거의 매년 태풍피해를 복구하느라 보수비용이 엄청나 어려움이 크다"며 "현재 어장은 보험에 가입할 수 없어 개인이 보수를 해야 해 당국에서 이 같은 애로에 대한 정책대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남해군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죽방렴의 전통을 잘 이어가 어민들의 소득을 더욱 늘리는 한편 향후 관광자원으로도 잘 활용할수 있도록 행정력을 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 죽방렴 자율관리공동체 박우근 위원장
- "앞으론 죽방렴의 관광상품화에 주력할 터"
"남해 죽방렴을 잘 보존하고 여기에서 잡은 생선으로 질좋은 상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게 저희들에게 맡겨진 소임입니다."
남해 죽방렴 자율관리공동체 박우근(65) 위원장은 최근 남해 죽방렴이 국가 명승으로 지정되면서 이를 잘 보존하는 데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자율관리공동체는 죽방렴을 운영하는 23명의 어민들로 구성된 단체다. 죽방렴의 전통을 잇고 관광자원화 등을 함께 고민하는 공동체인 셈이다.
박 위원장은 전통적인 고기잡이 방식을 제대로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죽방렴의 관광상품화에 더욱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반드시 명승 지정이 아니더라도 이전부터 조상 대대로 이어온 원시어업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명승에 지정되면서 관광 부분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고 그는 덧붙였다. 현재 진행 중인 죽방렴 원형복원이 마무리되면 몰려들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는 것도 과제다.
기후변화도 걱정거리다. 비가 잦고 집중호우가 늘면서 섬진강과 진양호에서 유입되는 민물이 증가, 민물에 고기가 밀려나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물이 과다하게 유입되면 활어가 폐사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며 특히 진양호 댐의 방류를 억제하거나 적절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현재 삼천포 수협 어판장까지 가서 멸치를 위판하는 불편함을 덜기 위해 남해에 건어물 위판장을 개설하는 것도 어민들의 숙원이다.
박 위원장은 "국가 명승으로 지정된 만큼 남해 죽방렴을 발전시키기 위한 숙제가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차근차근 실행시켜 나갈 계획"이라며 "이 중심에 23명으로 구성된 자율관리공동체 회원들이 언제나 자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