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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 스님의 쉽게 읽는 불교경전 <17> 능엄경

네 감각기관 다스리는 게 수행이라

눈·귀·코·혀·몸·의식 등 감각기관이 일으키는 장난

선정수행으로 극복하는 방법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설파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8-13 20:10:16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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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제자로 수려한 용모와 뛰어난 지혜를 가졌다고 알려진 아난존자.
수려한 용모와 뛰어난 지혜를 갖춘 남자. 이런 남자라면 시대를 불문하고 뭇 여성들의 흠모를 받는다. 그러나 그 남자가 수행자라면 그렇게 사람을 끄는 매력은 뜻하지 않는 장애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부처님의 제자 아난존자가 바로 그런 경우다. 아난존자가 공양을 위해 걸식을 하고 기원정사로 돌아오는 길에 강가에서 '마등가'라는 처녀를 만나 물 한잔을 얻어 마시게 된다. 그녀는 아난을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 버린다.

집에 돌아온 그녀는 주술을 하는 어머니께 졸라서 결국 아난존자를 집까지 유혹해 오도록 만든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천안통으로 아난이 마도(魔道)의 위기에 처한 것을 알게 되고 '능엄주'라는 주문를 외워서 그를 구한다. 아난존자는 마등가의 유혹과 주문에 홀린 것이 자신의 수행력 부족임을 깨닫고 부처님께 도 닦는 법을 여쭙게 되는데, 부처님과 문답이 이루어지면서 '능엄경'은 전개된다.

능엄경은 원래 '대불정수능엄경(大佛頂首楞嚴經)'이지만, 줄여서 '대불정경' '수능엄경' '능엄경'이라고도 한다. '크고 높고 깊은 우리의 참마음 밝히는 경'이라는 뜻이다. 능엄경은 불교의 철학적 이론과 수행 방법론을 총집대성한 것으로서 특히 선정이 강조되고, 선정수행의 구체적인 방법, 선정수행으로 인한 장애를 극복하는 방법을 자세히 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원각경, 금강경, 대승기신론과 함께 4교라 하여 강원에서 필수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경전이다. 능엄경에서 부처님께서 아난존자를 구출하는데 사용한 주문인 능엄주 또한 스님과 불자들이 끊임없이 독송해오고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마음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마음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능엄경은 이런 논의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나란 무엇인가에 관심을 집중시킨다. 능엄경의 핵심 내용은 일체 중생이 아득한 옛적부터 생사윤회를 거듭하는 이유는 우리의 참마음을 알지 못하고 온갖 허망한 생각을 '나'라고 잘못 알기 때문이며, 그러한 오류에서 벗어나는 실질적인 수행을 통해 참 나를 가리고 있는 먹구름을 걷어내라는 것이다.

즉 나를 둘러싼 대상경계에 대해 일으키는 나의 허망한 생각들은 진실하지 않으니, 항상 맑고 밝은 '참 나'를 발견하라는 것이 능엄경의 핵심인 셈이다. 헛된 생각의 첫 관문이 되는 것이 눈·귀·코·혀·몸·의식이라는 여섯 개의 문이다. 결국 생사윤회와 괴로움의 첫 단추는 바깥 경계를 받아들이는 감각기관에서 비롯되는 셈이다. 그러니 감각기관을 잘 다스리고 그로 인해 일어나는 우리의 집착을 잘 다스리는 것이 수행의 시작이다.

수행의 길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감각기관을 잘 다스리는 것에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능엄경 탄생의 인연을 제공한 마등가라는 여인은 어찌 되었을까? 그 여인 역시 '눈'이라는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아난존자에게 반한 셈. 부처님께서는 이런 설법으로 그녀를 아라한의 경지에 오르게 하였다고 한다.

"네가 아난을 사랑하였다 하니 무엇을 보고 사랑했는가?" 그녀는 대답했다. "저는 아난존자의 눈과 코와 입과 귀와 소리와 몸매와 걸음걸이 등을 보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그런데, 네가 본 아난의 눈에는 다만 눈물이 있을 뿐이며 또한 코에는 콧물, 입에는 침, 귀에는 귀딱지, 몸뚱이 안에는 대소변을 담고 있는 가죽주머니에 불과하지 않는가" 하고 여러 가지 비유를 들어 마등가를 교화하게 된다.

첫 눈에 반하는 일처럼 사람들은 늘 설핏 보고 듣고 느낀 것들로 세상을 판단하며 살아간다. 그러니 감각기관이 일으키는 장난에 속고 속이는 일이 어찌 마등가에 국한된 얘기겠는가? 바로 오늘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바깥 경계들에 어떤 생각을 일으키는지, 그리고 우리가 그것에 얼마나 집착하는지 항상 깨어있는 의식으로 살펴 보아야 한다. 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지름길이 나의 감각기관에 속지 않는 일으로부터 열리기 때문이다.

정해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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