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 하면 전남 보성이나 경남 하동을 먼저 생각하고 공통적으로 녹차를 연상한다. 4월 곡우를 전후해 산자락을 따라 길게 줄지어 녹색의 향연을 펼치는 차밭. 그리고 차나무의 어린 잎을 채취하는 모습은 보성과 하동 등의 지역에 한정된 듯하다.
이런 고정관념을 떨치고 새롭게 차 산지로 떠오르는 곳이 김해다. 장군차라는 특이한 이름도 갖고 있다. 김해 지역이 차 산지로 떠오른 것은 최근이지만 실제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김해 장군차는 인도 아유타국 허황옥 공주가 서기 48년 머나먼 바닷길을 건너 가야의 김수로왕에게 시집올 때 봉차(封茶)의 의미로 예물과 함께 가져온 차 씨앗을 심은 것이 시초다. 서기 828년 김대렴이 당나라로부터 차 씨앗을 가져와 지리산 일대에 심었다는 기록보다 무려 780년이나 앞서는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2000년을 살아 숨쉬는 가야유물
 |
| 김해시 상동면 산기슭에 줄지어 심어놓은 장군차나무 군락지에서 농민들이 생엽을 채취하고 있다. |
김해는 건축 등을 위해 땅을 파면 어디서나 가야 유물이 출토될 정도로 역사유적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런 유물들은 가야시대의 생활상과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귀중한 것이긴 하지만 무생물이다. 반면 장군차는 2000년이란 기나긴 세월, 꾸준하게 생명을 이어오고 지금도 숨을 쉬고 있는 가야의 유일한 유물로 가야의 숨결을 현대로 전하는 일종의 타임머신이다.
통상 보성과 하동에서 생산되는 중국 북방 및 일본계통의 중엽류 녹차 씨앗을 김해 곳곳에 심고 장군차라는 명칭을 붙여 브랜드화 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장군차는 보성과 하동 녹차와는 전혀 다른 인도 등 남방계통의 대엽류다.
수로왕 때는 차 전담 스님까지 있었다. 이 스님은 수확철에 맞춰 차잎을 따고 제다 과정을 거쳐 해마다 차를 수로왕궁에 보냈다. 왕이 마시는 차라는 소식이 퍼지면서 일본에까지 알려졌고 일본은 김해에서 장군차 씨앗을 구해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수로왕의 제사를 지내면서 이 차를 함께 올렸다고 할 정도로 오랜 세월 명성을 지닌 명품 중의 명품이다. 이능화의 조선불교통사에 따르면 황차(黃茶) 또는 죽로차(竹露茶)라 부르기도 했다.
지금과 같이 장군차라고 불리기는 고려 충렬왕 때다. 몽고의 일본 정벌에 맞춰 김해 금강사에 주둔한 충렬왕이 뜰 앞에 있던 산차(山茶) 나무의 모습과 맛에 반해 장군수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장군차라는 이름을 얻었다. 조선 후기 김해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놓은 김해부내지도에 차밭을 의미하는 다전동(茶田洞)이란 지명이 있고 이곳은 지금의 김해시 동상동과 대성동 일원이다. 옛날 김해 동상동 진출입로는 차밭 길을 의미하는 다전로로 불렸고 진례면에는 차 골짜기를 의미하는 찻골마을, 상동면에는 차 마을과 차 계곡을 상징하는 여차리, 다시골, 다곡 등의 마을 이름이 남아있을 정도이다.
장군차는 이렇게 조선시대까지 명성을 유지했던 것으로 여겨지지만 근대에 들어서는 동상동 등에 일부 장군 차나무가 자생하는 수준에 그쳤고 장군차의 명성도 퇴색된 상태였다. 그러나 지난 1990년대 중반 경남도 문화재 지정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김해시가 진주산업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자생지에 대한 기초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대성동에 1200그루, 동상동에 375그루가 자생하고 있음을 확인했고 잎이 큰 대엽류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오랜 역사성과 국내 유일의 대엽류라는 차별성까지 지닌 것을 확인한 김해시는 살아 숨쉬고 있는 가야유물을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에 문화상품화, 명품화에 나섰다.
■명차 연속 수상, 국제 공인도
 |
| 김해시 상동면 매리에 위치한 장군차 제다공장. 농민과 공장 관계자들이 수제 장군차를 만들기 위해 햇볕에 차잎을 말리고 있다. |
장군차의 명품 가능성을 인식한 김해시는 지난 1999년 대동면 감내리와 덕산리, 주촌면 내삼리, 생림면 안양리 등 6곳 7㏊에 20만 그루에 달하는 장군차 나무를 심었다. 장군차의 순수 혈통을 보존하고 증식을 통해 명차 생산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첫 단추를 끼운 것이다. 이듬해인 2000년에도 7㏊ 등 지금까지 해마다 수 ㏊씩 차나무를 심어 재배면적이 자생군락지 2㏊를 포함해 모두 62㏊로 크게 늘어났다.
현재 심은 지 5년 이상된 차나무밭 15㏊에서 생엽 5t을 따 독특한 제다과정을 거쳐 1t의 장군차를 생산하고 있다. 품질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무농약 재배를 통한 품질인증 확대도 꾀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지난 2008년 마침내 꽃 피웠다. 김해에서 개최된 2008년 국제 명차 품평대회에서 장군차는 다른 차를 제치고 당당히 최고상인 가명대장을 수상했다. 국제적인 명차로 인증을 받은 것이다. 여기에 지난 2008년부터 3년 연속으로 '차의 날' 기념 '대한민국 올해의 명차'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김해 장군차 하면 차의 명품이라는 브랜드화에 성공했고 이제는 없어서 못팔 정도로 수요도 넘쳐나고 있다. 봉하마을과 한옥체험촌 등의 판매점에다 진영읍과 장유면, 생림면, 상동면, 김해시내 등의 장군찻집 등 장군차를 판매하는 곳만 20곳에 달한다. 장군차의 맛과 효능에 매료된 전국 소비자들을 위해 가야뜰쇼핑몰(www.gayaddeul.com)과 김해장군차 홈페이지(www.jangguntea.kr) 등 전국 판매망도 구축했다.
김해시 관계자는 "전국적 명성을 얻으면서 수요가 잇따르고 있으나 생산량이 한정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앞으로 4년 동안 꾸준히 차나무를 심어 면적을 100㏊로 늘리고 심은 지 5년 이상된 차나무가 늘어나면 지금의 10배에 달하는 10t을 생산할 수 있어 수요를 충족하고 명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해시와 국립산림과학원 야생화연구팀이 지난 4월 김해지역 야산에 자생하는 장군차의 DNA 를 분석한 결과 상동면 감노리 신곡마을 장군차 나무의 유전변이 값이 0.419로 전국 38개 평균 유전변이 값 0.343 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이는 등 유전자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차나무에 대한 첨단 DNA 분석 등 과학적 분석을 통한 신품종 개발도 용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해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무역자유화에 대비한 대표품종으로 육성할 계획까지 갖고 있다. 이와 함께 시 대표 문화상품인 장군차의 세계적 명차화를 위해 대성동과 동상동, 상동면 일원 자생군락지를 경남도 문화재로 지정하는 등 명품화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 최호영 김해시농업기술센터 특산작물계장
- "장군차 명품화 추진으로 김해가 차의 고장으로 우뚝설 것"
경남 김해시농업기술센터 기술지원과 최호영(51·사진) 특산작물계장은 장군차 명품화의 진두지휘자다. 그는 장군차 나무 심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7년부터 추진 중인 명차 프로젝트 사업을 이끌고 있다. 김해시가 지난 1999년 상동면 등 지역 곳곳에 장군차 나무를 심기 시작해 재배면적을 30배 이상 늘린 이후 옛 명성을 되찾고 세계적 명차로 거듭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최 계장은 "근대에 들어 퇴색한 장군차의 명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제다기술과 다례가 무엇보다 중요했다"며 "전국을 뒤져 권위자를 찾았고 마침내 명차를 되살릴 수 있었다"고 명품화 과정을 설명했다.
그가 찾은 차의 권위자는 충남 서산시 한서대학교 정인오 건강증진학과 교수다. 한국차엽연구소장이면서 세계에서 8명 뿐인 국제 명차 품평위원 중 한 명으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다.
최 계장과 정 교수의 만남으로 장군차만의 명차 기반이 마련될 수 있었고 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정 교수는 연간 6회씩 김해를 방문해 김해장군차영농조합 참여 농민들에게 장군차 만의 독특한 제다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또 다례 전수에 나서면서 장군차 명품화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최 계장이 꾀하고 있는 장군차 명품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장군차의 잎이 크고 두꺼워 카데킨 함량이 많은 장점을 활용해 대중화, 관광상품화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장군차에 카데킨 성분이 많아 콜레스테롤을 낮춰주고 알코올을 분해해 혈전용해, 혈당저하에도 효과적"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마실 수 있게 향후에는 학교 식수에 장군차를 넣도록 대중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가정에서 쉽게 마시고 접할 수 있게 생활다례를 개발, 소비촉진 운동까지 이끌 계획이다. 관광자원화 방안 마련과 함께 수릉원 내에 차나무길이 포함된 장군차 스토리텔링 공원과 장군차체험관을 건립하는 데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차를 좋아하는 도시민을 대상으로 장군차 그린투어를 정례화해 김해를 장군차의 고장으로 알리는 일에도 주력하고 있다.
최 계장은 "장군차의 대중화와 명품화가 이뤄지면 농민소득 증대에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김해가 차의 고장으로 우뚝설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