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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세계 영화제 기행 <23> 후쿠오카 아시아영화제와 아시아포커스 후쿠오카영화제

작지만 알차다… 亞영화를 위한 두개의 '후쿠오카 영화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6-16 19:40:15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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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과 활발히 교류하는 후쿠오카
- 이 도시에서 7월과 9월에 각각 열리는 두 영화제는
- 서로 경쟁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영화의 즐거움을 선사해 오고있으며
-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또한 깊다

아시아포커스 후쿠오카영화제 관계자들. 왼쪽 두번째부터 사토 다다오 전 집행위원장, 김동호 위원장, 사토 위원장의 부인 히사코 다다오 여사.
후쿠오카는 필자가 좋아하는 도시 중 하나다. 그곳에 가면 왠지 옛날에 살았던 고향에 온 느낌이 든다. 인구 142만 명, 면적 340㎢로 일본에서는 네 번째로 큰 도시이다. 인구나 면적에서 부산의 2분의 1 정도 규모가 되지만 내게는 작고 아늑한 도시로 느껴진다. 벌써 13년이다. 1년에 최소한 한 번은 후쿠오카를 찾지만 갈수록 정이 더 든다.

후쿠오카는 부산과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 지난 2006년 6월에는 언론계와 문화예술계가 주도하여 '부산-후쿠오카 포럼'을 창설, 매년 문화예술계와 언론계가 교환방문을 하고 있다. 2007년 2월에는 양 도시간의 '자매결연'이 맺어졌다. 2008년 10월 20일에는 초광역경제협력협의회가 창립되었으며, '우정의 해'로 선포되었던 2009년에는 이를 기념하는 문화교류활동이 전개되었다. 그리고 현재 2011년을 목표로 '아시아 게이트웨이' 프로젝트가 두 도시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처럼 후쿠오카와 부산, 두 도시간의 우정은 해가 갈수록 두터워지고 있다.

이곳에는 두 개의 영화제가 있다. 7월에는 '후쿠오카 아시아영화제'가 열리고, 9월에는 '아시아포커스 후쿠오카영화제'가 개최된다. 두 영화제 모두 규모가 작고, 아시아영화만을 상영한다는 점에서는 성격이 같다. 7월의 영화제는 마에다 부부가 창설하여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고 9월의 영화제는 후쿠오카 시에서 창설하였지만 2006년까지는 사토 다다오 부부가 운영해 왔다. 두 커플 모두 '잉꼬'처럼 항상 함께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후쿠오카아시아영화제를 창설한 슈 마에다와 미요 이마무라 부부.
여름에 열리는 '후쿠오카 아시아영화제'는 1987년 슈 마에다와 미요 이마무라 부부가 창설했다. 슈 마에다는 규슈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영화에 심취했던 그는 대학에서 만난 미요 이마무라와 함께 영화동아리 활동을 전개하면서 영화평론도 썼다. 졸업한 후 이들은 작은 규모의 영화제를 운영하다가 1987년에 이 영화제를 창설했다. 이들 부부는 1988년부터 매년 영화선정을 위해 영화진흥공사(현재 영화진흥위원회)를 방문하기 시작했고, 공사사장으로 재직했던 필자는 이때부터 이들 부부와 친해졌다. 그 후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가 창설되면서 마에다 부부는 매년 영화제를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되었다.

제1회 부산영화제가 끝난 이듬해, 이들 부부는 필자를 심사위원으로 초청했고 필자는 처음으로 후쿠오카를 방문했다.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여성감독 헬렌 리와 황지엔신(黃健新) 중국감독이 심사위원으로 함께 참여했고, 경쟁부문에 초청된 8편의 영화 중 중국 장밍 감독의 '무산의 비구름'이 그랑프리를 받았다. 이 영화는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아시아영화작가상'을 수상한 작품이었다. 상영된 영화는 모두 23편으로 영화제의 규모가 작은 만큼 심사위원을 제외한 게스트도 많지 않았다. 영화제 직원도 몇 명에 불과했다. 하루의 영화상영이 끝나면 초청된 영화인과 영화제 스태프,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은 함께 어울려 저녁을 먹었고, 2차로 허름한 술집이나 가라오케에 들러 밤늦도록 술잔을 기울이거나 춤을 추면서 함께 지냈다. 한 가족처럼 따뜻하고, 친근한 영화제. 이것이 바로 후쿠오카아시아영화제다.

마에다가 이끄는 이 영화제는 1990년 제4회 영화제에 40편이 상영된 것을 제외하고는, 매년 15~25편의 아시아영화가 상영된다. 1994년 제8회 영화제부터 경쟁부문을 신설(그랑프리 1개만 시상)하면서 아시아 파노라마 부문이 독립되었고, 심사위원이 만든 영화와 개막작품 등 특별상영 부문이 해에 따라 추가되기도 한다. 신설된 경쟁부문에는 5~7편 정도가 선정된다. 1991년에는 처음으로 북한영화 7편이 상영됐다.

지난해 7월, 필자는 또다시 이 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초청받았다. 세계적인 불황으로 대부분의 영화제가 규모를 축소했는데 이 영화제도 예외는 아닌 듯 했다. 심사위원도 후쿠오카에 거주하는 프랑스평론가 세바스천 프로와 필자 둘 뿐이고, 심사대상인 경쟁부문에 한국영화 '미스 홍당무'(이경미), '달콤한 거짓말'(정종화>과 태국영화 등 3편, 개막영화 '강철중'(강우석)과 아시아 파노라마 부문에 8편 등 모두 12편의 영화만 초청됐고 해외 게스트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멀리 도쿄, 오사카, 야마가타에서 찾아오는 열성적인 영화 팬들로 영화관은 가득 찼다. 이들이 있어서 마에다 부부는 불황을 극복하면서 이 영화제를 이끌고 있는 것 같았다.

'아시아포커스후쿠오카영화제'는 후쿠오카아시아영화제보다 4년 늦은 1991년 9월, 후쿠오카 시에 의해 창설되었다. 1980년 대 말, 후쿠오카 시는 건축비 214억 달러를 투입하여 시립도서관을 개관하면서 250석 규모의 영화관과 50석 규모의 영화시사실, 그리고 공조시설을 완비한 필름저장고를 마련하여 시민들을 위한 시네마테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도서관의 준공을 계기로 후쿠오카 시는 일본의 저명한 영화평론가 사토 다다오 씨를 집행위원장으로 영입하여 영화제의 창설을 맡겼다. 1930년생인 사토 다다오씨는 140여 권의 저술을 펴낸 일본의 대표적인 원로 영화평론가이며, 1996년에는 일본영화학교를 창설하고 교장을 맡아 후진양성에 주력해온 학자다. 그는 부인 히사코 다다오와 함께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영화선정에 주력했다. 1980년대 중반 그는 마닐라영화제에서 임권택 감독의 '만다라'를 본 후 임 감독의 후견자가 되었다.

1989년 임권택 감독의 소개로 사토 다다오 부부를 만났고, 그 후 이들 부부가 한국에 올 때마다 식사를 함께 했다.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창설하면서 공교롭게도 개·폐막일과 시간이 이 영화제와 같아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들 부부는 1997년부터 매년 부산영화제를 방문했고, 나도 매년 이 영화제의 개막식에는 반드시 참석하면서 우의를 다져왔다.

사토 다다오 씨는 2006년까지 15년간 영화제를 이끌다가 후쿠오카 시와의 예산상의 갈등, 그리고 부인 히사코 다다오 여사의 건강상 이유로 사임했고, 2007년에 개최된 제16회 영화제부터 하루키 야스히로가 후임 집행위원장으로 영화제를 맡아 운영하기 시작했다. 하루키 야스히로는 1952년생으로 와세다대학 제1문학부를 졸업하고 규슈 오타니대학교 교수로 있으면서 아사히신문, 니시닛본신문에 연극평론을 기고해왔고 1991년 영화제가 창설되면서는 기획위원으로 참여해 오다가 집행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그가 새로 영화제를 맡았던 2007년에는 같은 기간에 열린 삿포로단편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을 맡아 참석을 못했지만 2008년, 2009년에는 계속해서 아시아포커스후쿠오카영화제를 방문했다.

이 영화제도 매년 20여 편의 아시아영화를 초청 상영하고 있고, 비경쟁영화제로 운영해 오고 있다. 2008년에는 이안 감독의 특별전 3편을 포함, 26편의 영화가 상영되었고, 한국영화는 '7월23일'(진승현), '처음 만난 사람들'(김동현), '바보'(김정곤)가 초대되었다. 지난해에 개최된 제18회 영화제에는 '후쿠오카-부산 우정기념 한국영화컬렉션'으로 '낮술'(노영석), '고고70'(최호), '이리'(장률) 등 3편이 초대되었고 모두 20편의 아시아영화가 상영되었다. 이밖에 갑자기 별세한 야스민 아마드 말레이시아 여자감독의 추도행사와 '한류 이후의 한국영화'란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아시아영화에 초점을 맞춘 이 두 영화제는 경쟁적으로 지역 주민들과 영화마니아들에게 영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후쿠오카가 아시아와 한국영화를 위한 주요한 자리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영화제는 이처럼 문화를 확산시키는 스며듦의 축제다. 그것은 정치와 이데올로기가 힘으로 하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만든다. 이들 영화제가 진행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해와 교류의 마당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 일본 전통축제 '마쓰리'

- 7월 후쿠오카서 영화제와 함께 열려… 전통·현대문화의 만남

7월의 후쿠오카아시아영화제 체재기간 중 일본의 전통축제,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를 볼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일본의 중요 무형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이 전통축제는 1241년에 처음 열린 이후 769년을 전승해 오면서 일본의 대표적인 '마쓰리'로, 또 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관광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마쓰리는 신을 받들어 봉사하면서 신의 영혼을 위로하고 제사지내는 여러 가지 의식을 통틀어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신사에서 신에게 제사를 지낸 다음 신을 더욱 기쁘게 하기 위해 길거리로 나가서 많은 구경꾼들 앞으로 신명나게 행진하는 것이 기본적인 콘셉트이다.

후쿠오카의 하카다 지역에서 열리는 마쓰리는 동네마다 주민들이 모여 무겁고 큰 가마(카자리야마라고 부름)를 만들고, 그 위에 종이로 만든 커다란 인형을 올려놓는다. 그 다음 '훈도시' 차림의 장정 100~200명이 한 조가 되어 이를 어깨에 메고 약 5㎞의 거리를 달려 구시다 신사에 봉안한다.

흥미로운 것은 매년 7월 15일 새벽 4시 59분, 여러 동네에서 동시에 가마들이 출발해 구시다 신사에 모여 제례를 치른 후 일제히 해산한다는 것이다. 카자리야마가 거리를 지나가면 동네사람들이 몰려나와 이들에게 물을 뿌려 땀을 식혀준다. 마을주민 모두가 준비하고 동참해 동네 단위로 겨루는 마을축제인 셈이다. 영화제와 마쓰리가 어우러지는 자리는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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