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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의 이창우 산행대장이 지난 2일 저녁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회국수 할매집'에서 회국수를 먹고 있다. |
매콤 새콤 달콤.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복잡한 맛이 입 안에 퍼지면서 군침이 돈다. 쫄깃한 면발과 횟거리를 동시에 씹으면 세상 시름 모두 날릴 듯한 기분이다. 이마엔 어느새 땀방울이 맺히고, 매운 맛을 달래려 연신 들이켜는 멸치맛 국물은 금세 바닥을 드러낸다. "여기, 다시 국물 한 그릇 더 주이소." 옆 자리에서 회국수를 먹던 50대 후반의 신사도, 그 옆 자리의 40대 아주머니도 연신 다시 국물 더 달라고 아우성이다. 지난 2일 저녁 부산 서면 영광도서 맞은편 '회국수 할매집'에서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회국수. '부산의 맛'을 대표하는 음식 중 빠뜨려서는 안될 특급 메뉴다. '서민의 음식'으로 통하는 국수를 먹는 방법이야 사실 계절과 지역에 따라 다양하다. 장터국수로 통하는 물국수와 비빔국수 볶음국수 어탕국수 등이 대표적이긴 하지만 항구도시인 부산에서는 면과 야채 그리고 횟거리에다 빨간 초고추장을 얹어 버무려 먹는 회국수가 지역을 대표하는 '으뜸' 국수요리로 통하는 것이다. 아울러 회국수는 부산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맛'을 선사한다. 한국전쟁 이후 90년대까지 수많은 부산의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이 어머니나 아버지 손에 이끌려서 회국수 집을 찾았다. 또 가난하고 젊은 연인들에게는 비록 값은 싸지만 맛은 일품인 데이트용 먹거리로 통하기도 했다. 본지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의 이창우 산행대장은 "타 지방에서 온 아는 산꾼들과 시내에서 소주 한 잔 하는 날이면 출출함을 달래고 해장도 할 겸해서 헤어지기 전에 꼭 데려가던 곳이 바로 회국수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입맛 없는 봄철에 더욱 좋다
회국수를 먹는 시기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수를 좋아하는 부산 사람들은 봄철에 더욱 먹고 싶어진다고 이야기한다.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직접 먹어보기도 전에 상상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돌 정도로 매콤 달콤 새콤함이 어우러진 회국수의 양념 초고추장 맛이야 말로 잃어버린 입맛을 되살리는데 최고로 꼽히기 때문이다. 특히 혀끝을 콕 찌르는 듯한 매운 맛이 일품이다.
양념 맛뿐 아니라 쫄깃하게 씹히는 느낌 또한 입맛 살리는데 도움이 된다. 일반적인 물국수와 다른 씹는 작업(?)이 입 속에서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깊은 맛이 우러난다. 물국수의 경우 주로 국수 면만 씹기 때문에 몇 차례 오물오물 거린 뒤 목 안으로 넘기게 된다. 하지만 회국수의 경우 푹 삶지 않고 적당히 쫄깃할 정도로만 삶아낸 국수의 면발과 횟거리가 섞여 있기 때문에 물국수에 비해 더 오래 씹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은근히 구수한 육즙이 배어나고 양념의 매콤한 맛은 달콤한 맛으로 전환된다. 거기에다 삶거나 대치지 않은 상추와 양배추 미역 등 야채의 신선함까지 더해지니 입맛이 살아나지 않고 버틸까 싶다.
■부산의 회국수에 쓰이는 회는 가오리회
'회국수'는 서울이나 다른 기타 지역에서 부산을 찾은 여행객들도 제대로 '부산의 맛'을 느끼고 싶다며 찾는 대표적인 향토음식이다. 특히 유명한 집들이 남포동과 서면, 수영교차로 주변 등 번화가에 위치해 있어 여행객 입장에서는 찾기도 쉽고 4000원 안팎인 가격대도 부담 없으니 금상첨화다. 그런데 이들 여행객은 부산의 유명 회국수집에서 먹을 때 반드시 묻는 질문이 하나 있다. '도대체 부산의 회국수에 들어가는 이 횟거리가 어떤 어종인가'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산 지역의 회국수에 사용되는 횟거리는 가오리회다. 경주 감포항 회국수에는 참가자미회나 병어회가 쓰이고 강원도 속초나 고성의 회국수에는 명태회가 주로 쓰이는 것에 비해 부산의 회국수는 가오리회가 주류를 이루는 것이다. 가오리회가 주로 사용되는 이유는 물컹하게 씹히기 보다는 쫄깃하게 씹히는 특징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일설에는 현재 부산 회국수의 원조로 통하는 남포동 '할매집 회국수'의 창업자가 남포동으로 이전하기 전인 한국전쟁 직후 영도 선창가에서 회국수를 시작했을 때부터 가오리회를 주로 썼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유야 어쨋든 가오리회는 그 쫄깃함과 구수함으로 인해 부산 회국수의 핵심적인 재료로 통한다.
■회국수 맛의 비법은 초고추장과 멸치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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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 회국수에는 면발이 굵은 중면을 쓴다. 미역 상추 양배추 등의 채소에 초고추장을 올리고 그 위에 잘게 찢어 물기를 짜낸 가오리회를 올리면 회국수가 완성된다. |
그 어떤 유명 음식이라 하더라도 그 맛을 내는 특유의 비결이 있기 마련이다. 부산 회국수 맛의 비결은 여러가지 주재료에 있다기 보다는 사실 초고추장과 멸치다시 국물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상도 지방의 음식이 대부분 맵고 짠 특성을 갖고 있듯이 부산 회국수의 맛도 바로 이 매운 맛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맵기만 하다면 음식으로서의 매력은 떨어지기 마련. 새콤함과 달콤함이 가미돼 결국 매운 맛으로 시작해 달콤한 맛으로 마무리돼야만 훌륭한 회국수의 맛이 완성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회국수집들도 양푼이 그릇에 국수와 가오리회를 담고 일정량의 초고추장을 얹어 손님에게 내지만 탁자 위에 별도의 초고추장 그릇이 마련돼 있다. 기호에 따라서 더 넣어 먹으라는 뜻이다.
초고추장의 매운 맛과 함께 회국수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시원한 멸치다시 육수다. 주전자에 다시 국물을 담아 내는 곳도 있고, 별도의 그릇에 다시 국물을 담고 잘게 썬 파를 띄워 내는 곳도 있으며 간혹 다시 국물에 어묵을 넣은 곳도 있다. 회국수를 먹을 때는 화끈거리는 입 안의 화기를 달래려 다시 국물 3~4 그릇을 뚝딱 헤치우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느 회국수 집이든 회국수 맛이 완성된다는 초고추장 제조법과 멸치 다시 우려내는 법은 영업 비밀에 속하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다. 서면 '회국수 할매집'에서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맛나게 회국수를 먹던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의 이창우 산행대장도 "집에서 만든 초고추장과 다시 국물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맛이 나지 않는다"며 "결국 부산의 회국수도 양념장 하나부터 최고로 만들겠다는 식당 업주들의 연구와 장인정신이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자면 회국수에 사용되는 국수의 면은 가는 소면이 아니라 굵은 중면이다. 대부분의 비빔국수에 사용되는 것과 비슷하다. 씹히는 느낌을 극대화 하려는 것이 이유라고 업소 주인들은 밝히고 있다.
# 서면 '회국수 할매집'
- "손님 끊이지 않는 비결, 목이 좋은 것 뿐이겠어"
- "해풍에 말린 영도국수, 싱싱한 생미역 고명도 있지"
"야채는 그날 사 온 것으로만 쓰고, 국수는 주문 즉시 바로 삶고, 사리와 육수는 무한 리필이고, 화학조미료는 일체 사용하지 않고, 또 뭐가 있을까…. 하여튼 손님들이 꾸준히 찾아 주시는 것은 뭔가 이유가 있겠죠."
부산의 중심가인 서면 영광도서 맞은 편에 자리잡은 '회국수 할매집'에서 홀 서빙을 담당하고 있는 손진은(38) 씨는 손님이 많은 이유를 말해 달라는 질문에 당황스러워 했다. 콕 집어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너무 많은 이유가 중첩돼 있어서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힘들다는 것. 20년 전인 1990년께 부모님이 이 집을 인수해 본격적인 영업을 했을 때부터 줄곧 부모님 일을 돕고 있는 손 씨는 속칭 '회국수 도사'가 다 됐지만 여전히 회국수 맛의 인기 비결에 대해서는 공부 중이다.
소위 회국수의 원조로 통하는 남포동 '할매집 회국수'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서면 '회국수 할매집'은 서면지역이 부산의 중심가로 자리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유명세를 타고 있다. 33㎡(10평) 남짓한 아담한 홀에 경주 포석정을 연상케하는 L자형 테이블과 벽 쪽에 바싹 붙은 일자형 선반, 그리고 주방이 전부인 식당이지만 이 집은 서면 일대에서는 첫 손에 꼽히는 회국수 집이다. 한 그릇에 4000원, 회의 양이 좀 더 많은 '특대 회국수'는 4500원이지만 면 사리와 멸치다시 육수는 무한 리필된다. 다시를 내는 데만 하루에 2㎏들이 멸치 4포가 들어간다.
이 집은 성수기와 비수기가 따로 없고 점심 저녁 식사시간은 물론 한밤중과 새벽녁, 아침 가릴 것 없이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밤중과 새벽에는 출출한 배를 채우려는 취객들로, 이른 아침에는 식사를 못하고 출근한 인근 직장인들이 홀을 채운다. 또 공휴일이나 토·일요일 아침 이른 시간에는 인근에서 출발하는 산악회와 여행사 관광버스를 타려는 시민들이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이 집을 이용하기도 한다.
손 씨는 "목이 좋은 것은 맞지만 단순히 위치만 좋다고 영업이 잘 되리라는 법은 없다. 음식의 신선함과 맛, 직원들의 친절과 주인의 푸근한 정이 없다면 그 오랜 세월 영업을 계속할 수 있었을 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국수 면은 바닷바람에 말린다는 영도국수 중면을 쓴다. 해풍에 건조한 국수가 좀 더 쫄깃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회국수에 고명으로 얹는 미역도 데치지 않은 생미역을 사용해 신선한 맛을 더한 것도 명성을 이어가는 비결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