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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무인의 혼 사람의 길을 묻다 <2> 오동석 부산사회체육센터 상임부이사장

1974년 부산의 한 무술인이 던진 도전장

"조지 포먼, 최고 철권으로 내 배를 쳐보라!"

무학거사 김병천 찾아가 훈련, 도전정신 무장 인간한계 도전

MBC '묘기대행진'으로 유명세

"신체·정신운동과 수양 병행…정의와 예의 갖추는 게 무술인의 기본 자세"

  • 강춘진 기자 choonjin@kookje.co.kr
  •  |   입력 : 2010-03-25 20:00:22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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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 프로복싱 선수 조지 포먼은 1973년 WBC 헤비급 세계챔피언에 오른 뒤 '세상에서 주먹이 가장 센 사람'으로 통했다. 1974년 대한민국 부산의 한 사나이가 "세기의 철권 포먼의 주먹으로 내 배를 쳐보라"고 자신 있게 나섰다. 만 29세의 나이로 키 159㎝, 몸무게 62㎏, 가슴둘레 110㎝의 자그마한 체구를 가진 그의 도전은 아쉽게도 성사되지 않았다. 포먼이 자이르(현 콩고공화국)에서 무하마드 알리를 상대로 벌인 타이틀 3차 방어전에서 그만 8회 KO패를 당하고, 그 충격으로 은퇴했기 때문이다.

이 사나이는 대신 일본 도쿄에서 투우와 대결을 벌였다. 일본 격투기협회에서 위력적인 그의 소식을 접하고 '세기의 대결'을 주선한 것이다. 그는 1978년 3월 18일 2만 명을 수용하는 일본 도쿄의 테니스 코트에서 몸무게 600㎏이나 나가는 투우를 격파로 일격에 쓰러뜨렸다.

무협소설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부산사회체육센터의 오동석 상임부이사장이다. 사회체육의 전도사로서 명성이 높은 그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차력무술인이다. 오 부이사장은 "당시 투우와 대결을 벌이겠다는 계약서에 사인을 한 뒤 소 돼지를 많이 괴롭힌 것 같다"고 회상했다. 대결을 앞두고 부산 사상 도살장을 수시로 찾았다고 한다. 소는 뒷걸음과 옆걸음을 못하고 앞으로만 걷는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상대의 힘을 역이용해 한 방에 처리하면 된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리고 범어사 청련암에서 100일 이상 새벽 3시에 기상해 내공비법을 수련하고 스님들로부터 불교무술을 전수받는 등 몸만들기를 했다. 대결을 앞둔 무인의 치밀한 준비 자세를 엿볼 수 있다.

1970년대 언론은 차력무술인 오동석을 '부산 홍길동' '600만 불의 사나이' 등으로 묘사하고 있다. '8t짜리 트럭을 입으로 끌어당기고, 서슬이 시퍼런 칼 위를 맨발로 올라서서 120㎏짜리 역기를 낚아채는 젊은 차력사가 부산에 있다'. 역기를 입으로 물어 들어 올린 빛바랜 사진은 젊은 시절 그의 '신비로운 괴력'을 전해준다.

이는 과연 사실이었을까. 큰 망치의 1000파운드 압력으로 명치급소를 쳐도 상처가 나지 않았다고 하지 않는가. 사실이다. 40여 년 동안 미국 일본 덴마크 등 세계 56개국을 돌며 한국 전통무예의 매력을 세상사람들에게 선보였다. 오 부이사장은 "차력은 절대 마술이 아니다"고 말했다.

■도전은 모든 무술세계의 기본 정신

그의 무술세계는 정신도력에서 나오는 과학적인 힘을 원천으로 한다. "어떤 경우에도 과시하거나 생명에 위협을 주는 일은 금물입니다. 물론 폭력은 사절입니다." 인간이기에 그도 위험한 기술을 부리다가 기절을 하는 등 '큰일'을 겪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오 부이사장이 차력무술인이 된 사연은 흥미롭다. 만화와 무협지 등에 푹 빠져 있을 초등학교 시절이다. 경북 경주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그는 친구들과 지게를 지고 산에 나무하러 가던 것이 일상사였다. 그런데 산에서 운동을 하면서 도를 닦고 있던 차력무술인 김병천 선생을 여러 번 마주쳤다. 호기심이 발동한 소년은 지금 표현대로 '필이 확 꽂혔다'. 훗날 무학거사로 알려진 이 선생을 끈질기게 찾아가 제자가 되기를 간청했다. 시킨 것은 밭 갈고, 장작 패고, 물이나 떠오는 것 등이다. 뒤에 알았지만 그 자체가 훈련이었다.

오동석 씨가 지난 1970년대 초 부산 중구 충무동 옛 극동종합체육관에서 입으로 역기를 들어올리는 장면.
"1960년대 본격적인 차력무술을 시범하기 시작했습니다. 전국에서 시범을 보였지요." 당시는 역발산 팔각산 최동섭 씨 등의 활약으로 전국적으로 초능력에 대한 관심이 높을 때였다. 당연히 차력무술도 유명세를 탔다. "차력무술은 사명대사 이전부터 불교에서 전해 내려오는 정신수양의 일환입니다." '사람을 해하면 안 된다'는 등 엄격한 규율도 있다. 오 부이사장은 MBC 인기프로그램이었던 '묘기대행진'에도 출연하는 등 언론에 '괴력의 사나이'로 알려진 뒤 전국 초·중·고 순회시범 활동을 할 때마다 해당 지역 '힘센 자'들의 도전장을 받기도 했다. "쇠파이프나 칼을 휘두르는 자들도 있었어요. 뒤에는 다들 친구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배 위로 육중한 차를 지나가게 하는 등의 '무모한 짓'을 왜 했을까. "도전 정신 때문입니다." 무술의 기본 정신이다. 한창 운동을 할 때는 능력의 한계에 도전하고 싶었다. 그는 도전을 위해 신체적인 운동과 정신적인 운동, 수양을 꼭 병행했다고 한다.

차력무술의 훈련 과정을 들어봤다. "정신력을 양성하고 강화하는 단전호흡과 명상훈련이 기본입니다." 그는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산 밑에서 정상까지 뛰어올라 가거나 얼음물이나 눈 속에 파묻히는 극기도전훈련도 있다. 기를 한곳에 모을 수 있어야 위험한 순간도 이겨낼 수 있다.

■예의와 매너를 생활화하는 사회 희망

차력무술인으로 명성을 날렸던 그는 이 시대 사람들 모두에게 필요한 덕목이 있다고 역설했다. "정의와 의리의 중요성을 깨우쳐야 합니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금의 일부 정치권 인사 등이 새겨들어야 할 덕목 같기도 하다.

"모든 사람들이 예의와 매너를 생활화한다면 우리 사회는 얼마나 살기 좋겠습니까." 꿈 같은 이야기다. 그런데 '무예인 10계명'의 첫 번째 항목이 '예의와 매너를 지킵니다'로 규정돼 있다.

"기량과 실력이 뛰어난 스포츠 선수도 매너가 엉망이면 팬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오 부이사장은 차력뿐만 아니라 모든 무술이 기능적이고 기술적인 부분만 강조하면 나쁘게 활용되는 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를 만나면 항상 웃는 얼굴이다. 그런데 웃는 얼굴을 만든 사연이 무술인답다. "1980년대 한 방송인이 나만 방송국에 들어오면 모든 사람들이 얼마나 긴장하는지 모른다고 그러더군요." 검정 양복에 이른바 '깍두기머리'에다 무표정한 얼굴의 이 무예인은 사납고 무서운 이미지가 굳은 것이다. 순간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뒤부터 미소훈련과 웃음훈련에 열중했다. '오동석은 항상 웃는 얼굴'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15년이나 걸렸다. 지금은 웃음건강협회 명예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부산YMCA 체육부를 직접 창립한 뒤 10년 동안 활동한 것은 소중한 추억입니다." 부산YMCA 체육부에서 건강무술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아기스포츠단과 에어로빅 댄스교실 등을 개설하기도 했다. 이는 부산에서 사회적인 체육활동이 처음 이뤄진 것으로 기록된다. 그리고 1984년 부산사회체육센터 창립을 주도한 것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이 센터는 부산에 사회체육이 뿌리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전통무예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 종목별 단체 대표들을 직접 만나 파벌마다 얽혀 있는 어수선한 분위기의 전통무예계 통합과 화합을 위해 힘쓰고 있다.

여전히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2005년 수필가로 등단했다.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실천할 때 예절과 매너·인정과 우정이 넘치는 건강하고 행복한 멋진 사회를 창조할 수 있다'. 오 부이사장의 저서 '못난 인생 멋진 인생'(도서출판 다산 발행)에 실린 글이다.


◇ 무예인 10계명

1. 예의와 매너를 지킵니다.

2. 서로 존중하고 인정하며 겸손하고 정중합니다.

3. 규칙과 질서를 잘 지킵니다.

4. 국가에 충성하며 애국심을 갖습니다.

5. 부모와 어른을 공경하고 효를 실천합니다.

6. 의리와 도리를 중요시합니다.

7. 정의에 목숨을 걸지만 불의는 싫어합니다.

8. 기술과 기량보다 정신적 도량을 중요시합니다.

9. 건강한 정신 강인한 몸을 관리합니다.

10.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만족합니다.

※자료:한국전통무예단체협의회

오동석 부산사회체육센터 부이사장이 모처럼 도복을 입고 차력무술의 기본인 정신 집중과 온몸에 기를 모으는 수련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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