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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 스님의 쉽게 읽는 불교경전 <10> 백유경

해학·유머 담은 경전… 우스개 속 지혜를 닦는다

98개의 짤막한 우화, 비유의 뒷맛 맵고 깊어

이야기 속 군상을 통해 나, 너, 우리 안의 어리석음과 견주어 보길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1-29 19:51:08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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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 열린 제등행진 중 연꽃 모양 차량의 행진 모습. 백유경은 98가지의 우화로 꾸며진 비유 경전으로 익살스럽고 재미난 이야기로 꾸며졌다.
옛날 어떤 부부가 떡 세 개를 가지고 서로 나누어 먹고 있었다. 각기 한 개씩 먹고 하나가 남았다. 그래서 서로 약속했다. "누구든지 말을 하면 이 떡을 먹을 수 없다." 조금 있다가 도적이 그 집에 들어왔다. 도적은 그들의 재물을 모두 훔쳤다. 그러나 그들은 약속한 것이 있어 눈으로 보고도 말을 하지 않았다. 도적은 그들이 말하지 않는 것을 보고 남편 앞에서 그 부인을 겁탈하려 했다. 그러나 남편은 그것을 보고도 말하지 않았다. 아내는 곧 "도적이야" 하고 외치면서 남편에게 말했다. "이 어리석은 사람아, 어쩌면 떡 한 개 때문에 도적을 보고도 외치지 않습니까." 그 남편은 손뼉을 치고 웃으면서 말하였다. "야, 이제 이 떡은 내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그들을 비웃었다.

우리 세상사람들도 이와 같다. 현실의 조그만 이익과 명예를 위해 탐욕과 어리석음, 번뇌와 망상이란 악한 도적의 침략을 받아도 수수방관하고 잠자코 있다가 선법을 모두 잃고 세 갈래 나쁜 세상에 떨어지게 되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현실의 이익과 명예만을 추구한다. 그래서 바로 재물, 여색, 음식과 육체적 건강, 명예, 현실적 편안함이라는 다섯 가지 인간의 욕망에 빠져 놀면서 아무리 큰 괴로움을 당하더라도 고통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저 어리석은 남편과 다름이 없다

실소가 절로 나오는 이 이야기가 경전의 내용이라면 다소 의아해질지도 모르겠다. 철학적이며 어려운 경구들로 가득하다고 여겨왔던 경전에 이토록 재미난 이야기들이 들어있단 말인가. 백유경(百喩經)은 이렇게 익살스럽고도 재미난 비유로 엮어진 경전이다. 5세기 전반, 인도의 승려 상가세나에 의해 4권으로 편찬된 백유경은 여러 대승경전 가운데서 백 가지 비유를 가려 뽑아 편찬했다고 백유경이라 이름 했지만 후대에 두 가지 이야기가 소실되고 98개의 비유만 전해진다. 어려운 교리를 언급하지 않고 쉬운 우화를 통해 불교를 모르거나 불교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품었던 회의와 반발 등을 풀어주는 장면이 많다. 교훈이 될만한 이야기를 먼저 들려준 다음, 이것이 우리 생활에 어떤 의미인지, 무엇을 경계하는 것인지에 대해 상가세나 비구가 설명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경전이 너무 어렵다고 겁을 먹고 멀리해 왔던 사람들이라면 백유경에 주목해도 좋다. 백유경의 짤막짤막한 비유들은 한 편의 콩트를 읽는 것 같다. 반전, 풍자, 유머가 어우러진 데다 과장된 인물들의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난다. 그러나 그저 웃고 말기엔 그 비유의 뒷맛이 맵고 깊다. 콧웃음 치며 비웃어주었던 이야기속의 주인공에게서 내안에 도사리고 있는 욕망이나 어리석음의 단면을 본다면 그 맛을 제대로 본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자각조차도 없이 그저 '뭐 이런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이야기가 경전이란 말이야'라고 한다면, 백유경의 거죽 맛도 못 본 것이다. 그런데 흔히 후자가 되기 십상이다. 왜냐하면 이야기속의 주인공이 한심할 정도로 어리석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주인공의 어리석음에 나를 투영해볼 생각을 내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우리들은 자신의 모습에 무뎌져 있다. 어렵게 얘기하면 어려워서 이해하지 못하고, 쉬운 이야기는 너무 쉽다고 흘려버려서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백유경을 읽어 내려가는 것은 아주 쉽지만 그 진수를 맛보기란 녹록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98개의 이야기마다 붙여놓은 상가세나 비구의 부연설명이 맛보기에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편찬자의 설명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이 이야기의 상징을 풀어가는 방법은 백 가지도 넘을 것이다. 저마다의 삶속에서,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그러니 이야기에 너무 도취되지는 말 일이다. 백유경 편찬을 끝내며 '어리석은 꽃목걸이를 지어 마친다'고 한 상가세나 비구의 마지막 당부를 들어봄직하다. "우화 같은 말이 한데 뒤섞여 진실하고 바른 말을 손상시킨 것 같지만 읽는 이는 잘 관찰하라. 우스개는 겉에 싼 잎과 같고 진실한 이치는 그 속에 있나니 지혜로운 사람은 바른 이치를 취하고 우스개는 버려야 한다."

상가세나 비구는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키득키득 웃으며 겉잎에 싸인 지혜를 헤아려도 충분하다. 이야기속의 군상들을 실컷 비웃어주면서 내 안에, 너 안에, 우리 모두 안에 웅크린 어리석음과 욕망을 견주어보면 된다. 그러면 우리 모두 더 이상 우스꽝스럽게 살지 않게 될 테니까.

정해학당 원장 cafe.daum.net/jeongha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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