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분별한 에너지 소비 온실가스 발생 주범…생활 속 절감 실천, 지구 기후변화 열쇠
- 태양광설비·그린홈 등 친환경 건축물 조성, 초기 투자비 많지만 필연적으로 가야할 길
- 에너지 절감 건물에 비용지원·세금감면 등 각종 인센티브 제공…부산시도 적극 나서야
지난해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주요 선진국들은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개인과 도시 등이 직·간접으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의 총량, 즉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을 줄이는 것은 부산이 진정한 생태·환경도시가 되고 녹색성장을 이루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에너지 소비 비중이 높은 건물의 에너지 절감과 시민 실천, '교토협약의 도시' 교토의 변화를 통해 지역 사회의 '탄소 발자국' 축소 방안을 짚어본다.
우리가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건물. 겨울 추위에 무심결에 난방 온도를 올리고 또 여름이면 냉방기를 가동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건물은 에너지를 '잡아먹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전 세계의 움직임도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건물 에너지의 절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친환경 건축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문제는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실제 건축물에 적용하는가이다.
이미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자체 차원에서 신축이나 리모델링 때 에너지 절감 설비를 하는 경우 인센티브 제공 등으로 기술 적용을 유도하고 있다. 부산도 조례 제·개정 등으로 친환경 저에너지 건물에 대한 지원에 나선다면 온실가스 감축에 다른 지자체보다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건물은 에너지 먹는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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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각 분야에서 구체적인 감축 방안이 나와야 한다. 사진은 가정별로 태양발전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광주시의 주택가. |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총회는 1997년 일본에서 체결한 교토협약을 대체할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정하는 자리였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실질적인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에너지 소비 감축에 대한 세계의 적극적인 입장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에너지 소비 절감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은 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이제 중요한 것은 과연 어떻게 온실가스를 줄이느냐이다.에너지를 주로 소비하는 곳은 산업과 운송, 건물 세 부문이다. 이 중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우리가 먹고 자고 생활하는 건물이 가장 많은 36%를 차지한다. 그 때문에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초점을 맞추는 것도 건축물의 에너지 소비 절감이다. 이들 국가는 주택과 공공건물을 중심으로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에너지 절감에 대한 규제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활용과 에너지 효율 증가에 대한 지원 등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제시해 국민이 현재의 불편과 비용 상승에도 친환경 저에너지 건물에 투자하도록 유도 중이다.
건물이 차지하는 에너지 소비 비중은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상복합과 같이 벽체가 유리로 된 '커튼 월 아파트'는 자연적인 공기 흐름을 차단해 여름이면 방마다 에어컨을 돌려 냉방을 하고 공기청정기로 내부 공기를 강제로 순환시켜야 하는 대표적인 에너지 과소비 건물이다. 바로 에너지 위에 지어진 건물인 셈이다. 이에 따라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온실가스 배출국인 우리나라도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친환경 저에너지 건물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술이 에너지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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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 먹는 하마'인 대형 건물. |
우리나라에서 주거나 상업·공공용으로 쓰이는 건물 부문이 소비하는 에너지는 전 세계 평균인 36%보다는 낮은 20%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나라가 건물 부문에서 에너지를 적게 소비한다는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2007년 산업자원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택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는 연간 평균 ㎡당 1290메가줄로 일본과 비교해 2.6배, 독일의 저에너지 건물에 비하면 5배를 넘는다. 특히 아파트보다 에너지 효율이 낮은 단독주택은 1500메가줄을 상회한다.
건물은 한 번 지으면 오랜 기간 사용하고 중간에 고치기도 쉽지 않다. 그런 만큼 지금부터 노력하더라도 구체적인 성과를 얻으려면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바로 행동에 들어가야 하는 때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친환경 저에너지 건물 보급에 가장 큰 장애물은 초기 투자비가 높다는 인식이다. 그렇지만 나날이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서 비용도 낮아지고 있다. 현재 기술로도 건설 비용이 5% 증가하는 데 비해 절감할 수 있는 에너지는 기존 사용량의 25%에 달한다.
건물의 저에너지 기술은 크게 건축적 기술과 설비적 기술, 건축설비의 운전관리 기술로 나눌 수 있다. 건축적 기술엔 고 단열재와 고 단열 창호 사용을 통한 단열 강화, 블라인드와 차양기술을 이용한 일사 차단, 틈새 바람 차단 기술 등 최신 기술이 총동원된다. 최근 첨단 기술의 경연장이 된 설비적 기술에는 설비 시스템의 고 효율화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기술로 배열회수 등을 하는 열 회수시스템, 고효율 보일러나 냉방기 등의 열원시스템, 덕트의 단열을 강화하는 등의 반송시스템, LED 조명설비 등이 있다. 건물을 관리하는 과정에서도 조명의 밝기조절 시스템이나 실내 설정온도 조절 등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새 기술 부산이 먼저 도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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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성한 나무와 화초로 덮인 영국 런던의 한 카페. |
현재 친환경 에너지 절감형 건축물 기준으로는 국토해양부에서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에너지 절감 설비 설치를 의무화 또는 권장하는 그린홈 제도가 있다. 이와는 별도로 지방자치단체도 정책적으로 건축물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고 있다. 서울시는 대형건물의 온실가스 저감 실천방안으로 리모델링 등을 할 때 사업비 지원, 세금 감면, 건축기준 완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신 건물주는 에너지 진단을 통해 건물의 에너지 이용 효율을 높이도록 하고 있다. 또 전기·수도·가스 등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에코 마일리지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해 시 건축조례를 개정, 친환경 건축물 인증에 따른 1000만 원 안팎의 인증수수료를 지원하고 있다. 또 에너지 절약 설계기준을 맞춘 건축물은 용적률과 조경, 높이 제한을 15% 이내에서 완화해 건물 부문의 에너지 사용을 줄이도록 하고 있다.
부산도 건축물의 에너지 사용량 절감 문제를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시는 '그린에너지 산업 선도도시'를 비전으로 내세워 1단계로 2015년까지 그린홈 2000가구 보급, 사회복지시설 태양열 설비, 그린 빌리지 조성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서울이나 광주와 같은 구체적인 실천 계획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환기 과정에서 손실되는 열을 줄이는 '전열교환 환기시스템'이나 에너지관리시스템이 제공되지 않는 기존 건물에서 사용자의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는 '포터블 환경모니터링 시스템' 등 첨단 에너지 절감 기술을 정책적으로 부산에서 먼저 보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에 치우친 친환경 건축물 인증기관을 지역에 설치해 저에너지 친환경 건물 보급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지역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동아대 이정재(건축학부) 교수는 "친환경 건축은 초기 투자비가 높지만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를 위해 필연적으로 가야 할 길"이라며 "현재 친환경 건축물 인증기관이 서울 3곳과 대전 1곳만 있는데 영남지역에 인증기관을 설치해 친환경 건축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