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자동차·기계부품소재 등 국가 전략산업 제조업체 밀집
- 기존 항만·공항 인프라에 을숙도대교·거가대교 개통땐 인력 유입·물자수송 등 날개
'강동(江東)에서 더는 먹을 게 없다. 강서(江西)는 먹을 게 많다'는 시쳇말이 있다. 김문희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은 이 같은 '지론'을 늘 내세우는 쪽이다. 부산 제조업의 대표격인 녹산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해 외국인투자기업이 즐비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을 맡는 행정기관의 장이니 그런 생각을 갖겠거니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이다. 부산 강서구 등 서부산권은 세계 1위 조선, 세계 5위의 자동차산업 등 국가 경쟁력을 견인하는 경남과 울산 제조업의 매개체이자 부산지역 산업의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제조업종이 집적돼 있다는 게 큰 이점이다. 강서구 일대만 해도 2600개 제조업체에서 4만4000명이 일한다.
산, 바다, 강이 어우러진 천혜의 생태자원을 보유한 서부산권은 동북아 경제권 관문에 위치해 세계적 교역 여건을 구비한 데다 우수한 인적자원을 확보하기에도 유리하다. 또 항만, 공항, 도로 등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물류 비용에서도 유리하다. 더욱이 이달 29일부터 이용할 수 있는 '을숙도대교'(명지대교)와 내년 말 개통 예정인 거가대교(로)는 이러한 서부산권의 성장동력을 한층 끌어올릴 기폭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 상장사 지형도로 본 서부산
서부산권의 현 단계 경제력은 어느 정도나 될까. 본지 취재팀이 한국거래소의 자료를 토대로 재구성한 부산지역 유가증권·코스닥 상장기업 지형도는 지금의 서부산권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상장기업을 잣대로 삼은 것은 일단 부산지역의 성장동력 역할을 하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이고 상장사 특성상 외부에 투명한 재무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부산지역 상장기업은 모두 69개. 숫자만 따지면 전국 상장기업의 3.5% 수준이다. 그런데 성장 잠재력이나 해당 기업들의 지역별 집적화 측면으로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부산지역 상장기업 중 39곳이 서부산권으로 분류되는 강서·서·사하·사상구에 밀집해 있다. 동부산권인 나머지 10개 구·군에는 30개가 산재해있는 만큼 외양을 보더라도 서부산권의 힘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서부산권 상장기업 39곳의 지난해 매출액은 모두 6조4900억 원. 같은 기간 동부산권의 매출액은 총 12조7100억 원에 달해 서부산권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가운데 부산은행과 한진중공업등 2개사의 매출액이 6조4800억 원이나 차지한다.
서부산의 경제력은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12월 결산 전국 상장기업의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코스닥시장 영업이익 상위 20개사'를 보면 풍력 테마를 탄 태웅이 1위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고 태광이 2위, 성광벤드는 4위, 현진소재와 평산이 각각 7위, 11위를 차지했다. 이들 모두 부산 강서구 녹산산단과 지사부산과학산단에 자리 잡고 있다. '코스닥시장 순이익 상위 20개사'에서도 태광 태웅 성광벤드가 나란히 2, 3, 4위에 포진했다.
■ 서부산의 힘, 물류 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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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제조업의 심장 지역 경제의 심장이자 서부산 제조업의 대표격인 부산 강서구 송정동 녹산국가산업단지. 멀리 가덕대교 건설 현장과 부산 신항만이 보인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이처럼 강력한 제조업 기반을 지닌 서부산은 아직 '미완'의 상태다. 이제부터 차근차근 서부산권의 독자적인 발전의 틀을 만들어가야 하고 그래야만 국가적 성장축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부산발전연구원 주수현 선임연구위원은 동남권 경제구조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 전략 차원에서 서부산에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부산과 경남 창원 및 거제, 울산 등 동남권은 조선, 자동차, 기계부품소재, 석유화학, 중공업 등 국가 제조업의 핵심 지역이다. 이 동남권을 끌어갈 매개 역할을 하는 곳이 서부산"이라고 평가했다. 주 위원은 "서부산을 중심으로 인접 지역 물자 인력 등 생산기능의 재배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핵심 고리가 교통망인데, 항만과 공항, 이번의 을숙도대교, 거가대로 등 도로망이 바로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해안순환도로의 한 축을 맡는 을숙도대교와 새로운 남해안 통로로 주목되는 거가대로를 통해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오가는 구조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전략 컨설팅사(社)인 모니터 그룹이 최근 세계 주요 20대 대도시권의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뉴욕·런던·도쿄권이 나란히 '톱3'에 포진했고 한국의 수도권은 11위, 동남권은 14위로 나타났다. 동남권의 경우 강력한 중추관리 기능을 가진 중심도시가 없고 도시 간 위계성도 약한 다핵 도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결국 구심점이 없는 도시 집합체 유형을 지닌 동남권에서 서부산이 앞으로 기회와 위기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동북아 허브클러스터의 중심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인 주변부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화명신도시·명지 '효과'… 들썩이는 서부산 상권
- 2011년 부산~김해경전철 개통
- 유명 가맹점 등 잇따라 진출
- 사상역 상권도 덩달아 기지개
"요즘 현장에 나갈 때마다 부산지하철 덕천역 주변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정도입니다."
북부소상공인지원센터 이요왕 소장의 말이다. 그는 부산소상공인지원센터가 지난 4월 발표한 '부산상권 조사 보고서' 작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바 있다.
지하철 2·3호선 환승역인 부산 북구 덕천교차로 주변은 배후에 화명신도시라는 거대한 아파트단지가 있어 부산 사하구 하단오거리와 함께 서부산권을 대표하는 상권으로 주목받았다. 두 곳은 동부산 상권과 쌍벽을 이루는 서부산 상권의 요충지다.
이러한 덕천교차로와 하단오거리 일대가 부산 내·외곽 순환도로의 완성판이라 할 을숙도대교와 거가대로 개통을 앞두고 재차 날아오를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부산~김해 경전철(2011년)까지 운행할 경우 이들 서부산 상권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기대감은 가히 폭발적이다.
특히 구포역과 구포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덕천교차로 지하상가의 약진이 눈부시다. 지하상가가 안고 있는 유동인구 저하 등 약점에 대한 당초 우려와는 딴판이다. 이 일대 보행로가 열악하다는 게 오히려 힘이 됐다. 유동인구가 지하상가로 쏠린 것이다. 더불어 지상 쪽 상가의 변화까지 지하상가에서 이끌어가는 형국이다. 이곳에는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패스트푸드점, 유명 패션 잡화 브랜드들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기존 상가도 시설 개보수를 서두르고 있다. 향후 이곳 상권의 전망이 밝다는 방증이다. 이 소장은 "부산~김해 경전철이 개통될 경우 서부산권이 새로운 부도심의 자리를 꿰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단오거리 일대에는 재래상권인 하단시장과 동아대를 중심으로 한 대학가 상권이 인근의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끼고 형성돼 있다. 이곳은 강서구 명지 녹산, 사하구 신평 장림과 연결되는 상권으로, 최근 명지주거단지 입주가 시작된 데다 을숙도대교, 거가대로 개통을 앞두고 한층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 소장은 "을숙도대교와 거가대로가 열리면 서부산 상권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이에 힘입어 사상역 상권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두 다리가 개통되면 경남 거제에서도 서부산을 많이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