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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남식 부산시장이 '도시국가 부산' 어젠다와 관련, 깊은 공감을 표시하며 적극적인 정책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사진은 허 시장(오른쪽)과 본지 취재진이 지난 14일 시청 집무실에서
대담하고 있는 모습.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20~30년 후에 부산이 뭘 먹고 살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두고 보십시오. 그때는 싱가포르 홍콩을 능가하는 도시국가급의 동북아 해양물류중심도시로 우뚝 선 부산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고 있을 겁니다"라고 대답했다. 부산 시민이 먹고 사는 것은 기본이고, 더 나아가 한국 전체를 먹여 살리겠다니….
대답의 주인공, '그'는 다름아닌 허남식 부산광역시장이다. 거침없이 얘기하는 허 시장의 눈빛에서 순간 '불꽃'이 일었다. 부산을 살리고 한국을 살리겠다는 의지 표명은 흔히 듣는 '정치적 수사'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도시국가 부산'이란 어젠다를 놓고 지난 14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만난 허 시장은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와 표정속에는 당장이라도 '도시국가 부산 선언'이라도 할 것 같은 결연한 의지가 읽혀졌다.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의 미진한 지방 이양에 대한 강한 불만도 비쳤다. 흔히 부산에서 허 시장을 일컬어 '외유내강형의 리더'라고 하지만 그날만은 '외강내강형'의 면모였다고 할까.
허 시장은 부산의 현재 상태, 즉 '도시 건강상태'를 어떻게 체크하고 있을까. '부산은 지금 위기인가, 기회인가'라고 물어보았다. 이에 대해 허 시장은 "세계경제의 블록화, 수도권 집중 가속화, 용지부족으로 인한 기업유치 애로 등이 부산이 겪는 안팎의 위기"라고 진단하면서 "이미 도시간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 되고 있기 때문에 도시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낙오된다. 이 역시 일종의 위기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부산은 대륙횡단철도의 기종점, 인구 800만 동남경제권의 중추관리도시, 세계 5위 컨테이너 항만과 수려한 해안경관 자원을 보유한 해륙관문도시로서 동북아 경제와 물류 흐름의 중심지에 위치해 있다"며 지나친 위기론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허 시장은 글로벌 도시로 나아가는 최고의 우군과 잠재력을 꼽으라면 '시민'일 것이라고 답했다. "부산 시민은 개항 이래 가장 역동적이고 개방적이며 대외지향적 성향을 가졌습니다. 한마디로 '오픈 마인드'를 가진 열린 도시의 시민이죠. 이는 글로벌 시대에 요구되는 필수 덕목입니다. 숱한 위기를 도약과 발전의 기회로 만들어 온 부산 사람 특유의 도전과 열정도 숨쉬고 있습니다."
'시장이 생각하는 부산의 비전'에 대해 묻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제자유도시다. 해양수도, 해양특별시, 동북아 물류 중심도시 등이 다 그러한 맥락"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뭔가 부족하고 무미 건조한 면이 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좀더 손에 잡히게 얘기할 수 없느냐'하고. 허 시장은 "최종 목표는 결국 시민이 만족하는 행복도시를 만드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도시국가나 국제자유도시 등이 바로 그러한 방향으로 가는 정책적 제도적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무엇이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일까. 이 대목에서 허 시장은 다시 단호한 목소리로 "광역시장의 권한이 별로 없다. 경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중요한 권한들을 중앙 정부가 틀어쥐고 내놓기를 꺼리고 있는 것이 가장 문제"라고 했다. 변명처럼 들렸다. 그래서 예를 들어달라고 요구했다. 허 시장은 "토지이용권 하나를 보자. 시장이 지역내에 공단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 중앙정부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입법권 조세권도 없지 않느냐"라고 항변했다. 허 시장은 여기서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은 우수한 대학과 공무원, 시민들과 함께 하나의 도시국가로 성장할 만한 자급자족적 산업경제능력과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중앙정부가 권한만 주면 무엇이든 해 낼 자신이 있습니다. 우리의 경쟁 상대인 싱가포르 두바이 홍콩은 모두 항만을 갖췄다는 면에서 부산과 비슷하지만, 결정적으로 그들은 국가이고 우리는 권한 없는 지방정부라는 차이가 있지요. 손발을 묶어놓고 어떻게 경쟁을 합니까. 정상적인 경쟁이 안되지요. 전권이 주어진다면 부산을 세계 5대 명품 도시로 만들 자신이 있습니다." 그는 "국가는 부모가 자식을 보호해야 한다는 식의 구시대적 '보호적 양육주의'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규제를 풀고 지방자치단체에 대폭적으로 권한을 이양해 스스로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생존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시장은 본지가 제안한 '도시국가 부산' 전략에 대해 "무비자 무과세 무규제와 함께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고 자유로운 의사소통, 나아가 선진 교육 문화 시스템 등이 뒷받침된 도시로 이해한다"며 "우리 시의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상당부분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선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하며, 시민적 공감대는 물론 광역경제권과 연계된 구체적 전략들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 시장은 도시국가 혹은 국제자유도시는 부산의 비전이자 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제주특별자치도의 전략을 짜고 이끌어온 외부 전문가를 부산발전연구원장으로 초빙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부산발전연구원은 '해양중심도시 조성 특별법안' 초안 마련을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어서 주목된다. 이 법안은 무비자 무과세 무규제 즉 3무 실현을 추구하는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허 시장은 "국제자유도시는 곧 도시국가로 나아감을 의미한다"면서 "법안의 초안이 나오는대로 시민사회의 여론을 폭넓게 수렴해 국회에 법안 상정시엔 '글로벌 도시국가 선언'도 검토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치적으로 다소 민감하게 와닿을 수 있는 '도시 국가'라는 용어까지 쓰면서 도시의 자주적 국제 경쟁력을 거듭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허 시장은 "부산은 지금 용틀임을 하고 있다. 꿈과 희망을 갖고 노력하면 20년, 30년 후 부산은 뉴욕 파리 런던 홍콩 못지않는 '글로벌 도시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과 시민이 함께 힘을 합치자"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 부산시의 '도시 비전' 찾기
- 해양특별자치 법안 폐기 위기 …'국제자유도시' 특별법 재추진
부산의 도시비전은 '21세기 동북아시대의 해양수도'다. 부산 발전의 키워드를 '해양'으로 잡고 정책 방향을 맞춘 것은 좋았다. 부산에 있어 해양(항만)은 '블루오션'이자 구슬이기 때문이다. 해양이란 구슬을 어떻게 꿸 것인가. 부산시가 선택한 전략은 '해양수도' 또는 '해양특별시' 지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양특별자치시 설치 및 발전 등에 관한 특별법안'은 벽에 부딪혔다. 정부가 타 지자체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선 것. 국회에 계류중인 이 법안은 5월말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이에 대한 행정안전부 자치분권제도과의 입장은 이랬다. "해양특별자치시는 새로운 형태의 지자체를 만드는 것으로 기존 지자체 체계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부산이 해양특별시가 되면 인천과 울산, 광양도 똑같이 요구할 수 있다. 다만, 부산은 해양도시이므로 그 분야의 지원을 위한 특례는 인정할 수 있다." 한마디로, '특별자치시'란 명칭을 받아들일 수 없고, 해양 분야의 지원방안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부산시는 해양산업 중심지에 걸맞게 특별한 지위를 요구하고 정부는 그러한 '특례'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양특별자치시 추진은 지난 2004년 5월 허남식 시장의 공약이었다. 그후 2005년 4월 유기준 의원 등 26명이 의원입법으로 발의했고, 2년 가까이 부산시가 행정력을 쏟았으나 명칭 문제로 논란을 겪다 2007년 2월 법안 명칭을 '동북아 해양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으로 변경, 국회에 재상정했다. 당시 법안은 ▷해양특별자치시 신설 ▷공유수면 점·사용료 감면 ▷항만기반시설에 대한 정부 지원 등을 담고 있다. 따져보면 특별자치시란 명칭 말고는 별로 특별한 것이 없다. 이마저 용두사미가 될 처지다.
부산시는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나라당 부산 국회의원들에게 지원을 건의한 데 이어, 12월엔 이를 대통령 공약사업으로까지 넣었다. 어떤 식이든, '동북아 해양중심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절실한 시점에 본지가 제시한 '부산 대개조-도시국가' 시리즈는 새로운 촉매가 되고 있다.
부산발전연구원 강성권 박사는 "부산은 해양 항만도시로서, 영상 금융 IT분야가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를 효율적으로 꽃피울 수 있는 방안이 도시국가 형태의 '국제자유도시'일 것"이라며 연구원들과 머리를 맞대 특별법안 시안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은 제주특별자치도법과 광주시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특별법 형태를 참고해 부산에 맞는 특별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경성대 배준구(행정학과) 교수는 "큰 틀에서 도시국가로 가는 방향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면서 "지난 번 특별법 추진 과정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부산만의 확실한 논리와 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해양특별자치시' 추진 상황 |
2004.5 |
시장 공약 선정(해양특별자치시 설치) |
2005.4.6 |
'해양특별자치시 설치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시법) 의원입법 발의(유기준 의원 등 26명) |
2007.1.31 |
당정협의회 등 통해 '특별시법' 지원 건의 |
2007.2 |
'동북아 해양중심도시 조성 특별법' 초안 작성(법안 명칭 변경, 내용은 '특별시법'과 동일) |
2007.2.23 |
'특별시법' 국회 소위 상정 |
2008.4 |
'동북아 해양중심도시'특별법 재추진 (국제자유도시 실현 목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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