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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대개조-`도시국가`를 향하여 <1-11> 인재 캐피탈(Capital)

인재가 성장 핵심…`맨파워 전략` 다시 짜라

싱가포르·홍콩 등 '인재 국가'

정책적으로 교육에 과감한 투자

인재 은행·네트워크화 관리 시급

조선·기계공학·물류분야 특화

우수대학 유치에도 과감해져야

  • 박창희 기자 chpark@kookje.co.kr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  |   입력 : 2008-04-14 20:16:45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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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하버드 경영대학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에섹(ESSEC) 싱가포르 분교에서 다국적 학생들이 수업을 하고 있다. 이 학교는 싱가포르 국립도서관 안에 캠퍼스가 있으며 100% 영어로 교과과정을 진행한다. 이승렬 기자


지난달 초 싱가포르의 한 유력 일간지는 자국 내 투자은행들이 글로벌 영업 능력을 갖춘 금융 전문인력을 신규로 뽑으려 해도 사람이 모자라 해외 모집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도했다. 세계은행 발표 '맨파워(인력) 지수' 1위에 올라 있고, 대학 졸업생의 100%가 자유로운 영어 구사능력을 가진 세계 최고의 '인재 국가' 싱가포르가 사람을 못 구해서 해외에서 조달해야 할 상황이라니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이에 비하면 부산은 고급 인재를 찾는 글로벌 기업도, 그러한 인재가 발붙일 자리도 없다. 말하자면 '인재 공동화'다. 부산이 국제 경쟁력을 가진 '도시국가'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인재 육성'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인적 자본, 즉 '휴먼 캐피탈'이 중심이 되어 '브레인웨어(Brainware)'가 강한 도시가 될 때 진정한 도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싱가포르의 맨파워 전략

   
오늘날 싱가포르의 경쟁력은 인재 정책에서 나온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싱가포르는 지난 1998년 일찌감치 '맨파워21 국가 비전'을 통해 '생각하는 학교(Thinking School)'와 '배우는 나라(Learning Nation)'를 공식 선언했다. 아울러 2003년에는 향후 15년 이후의 국가전략을 담은 '비전 2018 보고서'를 발표, 국가 차원에서 차세대 서비스·지식산업에 적합한 핵심 인재를 발굴하고 있다.

이같은 정책을 통해 싱가포르는 교육 산업의 GDP 비중을 2002년 1.2%에서 2010년 3.5%까지 높이고, 고급 해외 인력의 유치를 통해 인구도 현재 450만 명에서 오는 2015년 650만 명까지 늘일 방침이다. 인재로 새로운 싱가포르를 건설하겠다는 전략이다.

싱가포르에는 자국 대학이 많지 않다. 싱가포르국립대학(NTU)과 난양공과대학(NTU), 싱가포르경영대학(SMU) 등 단 3개 뿐이다. 그러나 NUS의 경우 영국의 '더 타임즈'가 매년 선정하는 세계 200대 대학 순위에서 2006년 18위, 2007년 33위에 올랐고, NTU는 50위권을 달린다. 한국의 경우 100위권 내 대학엔 서울대가 유일하다.

싱가포르 국민들의 대학 진학율은 25%로 한국의 82%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런데도 어떻게 세계 맨파워지수 1위를 유지하고 실업률 2.1%라는 사실상의 '완전고용'을 유지할 수 있을까. 싱가포르의 일간 영자지 '더 스트레이츠 타임즈'에서 10여년간 교육 담당 기자로 재직중인 산드라 데이비 차장 기자는 "초등생부터 영어와 모국어에 능통하도록 한 탄탄한 공교육을 바탕으로 굳이 종합대학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수많은 기술전문학교 직업학교 등에서 실무에 바로 쓰일 수 있는 현장 중심 교육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럽의 하버드 경영대학으로 불리는 에섹(ESSEC·프랑스 경영대학원). 에섹의 싱가포르 분교에서 근무하는 크리스티앙 학장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왜 이곳에 왔느냐'는 질문에 그는 "싱가포르가 아시아 비즈니스 1번지 아니냐. 게다가 싱가포르 정부에서 먼저 각종 행정·재정적 지원을 약속하며 유치를 제안해 오게 됐다. 부산은 조선·기계공학·물류 분야가 강점 아니냐. 도시의 강점을 특화할 수 있는 이들 분야의 외국 대학 유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홍콩의 자율과 경쟁

홍콩 또한 인재 육성 전략에서 2등 가라면 서러워한다. 홍콩의 실권자인 도널드 창(曾蔭權) 행정장관은 홍콩 경쟁력의 원천을 '교육과 경쟁'이라고 강조한다. 경쟁력을 갖춘 국제화 교육이 오늘의 홍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홍콩 정부의 교육예산은 1997년 이후 무려 50%나 늘어 2007년 기준 570억 홍콩달러(약 6조8000억 원)에 달했다. 정부 예산의 23%로 단일 부문 예산으로는 가장 많다. 이 예산은 제3차 교육(중등교육에 이은 '직업 및 비직업 교육'의 총칭)과 대학 경쟁력 강화에 집중 투입된다.

경쟁과 자율을 보장하면서 철저한 품질관리를 하는 것도 홍콩 교육의 특징. 모든 학교의 교육 목표는 철저히 국제 인재 양성에 맞춰져 있다. 홍콩에는 대학을 제외하고 56개 국제학교가 있으며 약 3만여 명이 재학중이다. 국제학교의 수업은 100% 영어다.

홍콩의 홍콩대학과 중문대, 홍콩과기대는 세계 우수대학 순위에서 항시 상위 50위권 안에 들어가는 명문이다. 간부급 경영자를 양성하는 경영대학원(EMBA)의 경우 홍콩과기대가 미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한 적도 있다. 21세기를 교육 경쟁의 시대라고 할때, 홍콩은 가장 확실하게 이를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끝없는 지역 인재 유출

부산의 인재 현실을 돌아보면 씁쓸해진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최근 지역 인재의 수도권 유출 현황을 조사한 자료(2004년 대학 입학 및 졸업생 기준)를 보면, 지역 고교 졸업생 중 수도권 대학 진학비율은 전체의 10.4%였다. 이들 수도권 진학 학생들의 수능 평균 점수는 200점 만점에 143.5점으로 전국의 지방 출신 수도권 진학생 평균점수 136점보다 높다. 이들 부산 출신 수도권 대학 진학생들의 92%는 수능성적 30% 이상 상위권 학생들이다. 고득점 학생의 부산 이탈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물론 이들이 대학 졸업 후 지역으로 돌아온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지역 출신 수도권 대학 진학생들은 졸업 후 85.3%가 수도권에 일자리를 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출신 지역 회귀율은 9.5%에 불과했다.

왜 수도권으로 가야 했을까. 지난해 서울의 중위권 사립대에 아들을 입학시킨 김재형(49·자영업) 씨는 "부산의 국립대에 장학금을 받고 갈 수 있었는데 본인이 극구 서울행을 고집했다. 부산에 남으면 희망이 없다는데 어떻게 하겠나. 학비가 좀 비싸더라도 보내 줄 수밖에 없었다"고 얘기했다.

▶인재 육성 밑그림부터

싱가포르 홍콩 등 부산이 경쟁 상대로 생각하는 도시들과 비교할 때 부산은 도시 차원의 인재 육성 전략이 사실상 없다. 추진 주체가 없으니 전략이 있을 수도 있다. 지난 2004년 지역 대학 총장들이 중심이 되어 설립한 재단법인 부산인적자원개발원이 그나마 의욕적으로 인재 전략을 도출하는 연구기관으로 기능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부산시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예산을 지원 받는 이곳의 상주 연구원은 원장을 포함 모두 7명에 불과해 턱없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부산시의 인적 자원 자료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지역에서 매년 배출되는 박사급 인력이 어디로 가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부산인적자원개발원 김경원 연구원은 "2006년 부산에서 661명의 박사가 나왔고 2000년 이후 4186명의 박사가 배출됐다는 정도만 파악된다"며 인적 자료 확보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의 경우 NUS와 NTU, SMU 등 3개 대학교 학생은 입학 순간부터 졸업 후까지 네트워크 상에서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어 우리와 대조된다.

부산을 거쳐간 인재들을 '친 부산화'하는 전략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예컨대, 한국 최고의 과학영재들이 모이는 한국과학영재학교(부산진구 당감동 소재)의 졸업생들을 해외나 타지로 그냥 떠나보낼 게 아니라, 네트워크를 구축해 향후 부산에 도움이 될수 있는 방향으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 이들이 대학 공부를 마치고 부산으로 돌아오면 더 바랄게 없다.

인재는 지역 발전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자 지역의 체력을 유지, 발전시키는 '모세 혈관'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지역의 민·관·산·학·연이 합심해 인재 육성 전략의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시국가로 가는 길은 여기서 출발한다.


■ 홍콩 한국국제학교 리신스키 교장

- "캠브릿지大 교재 사용 교육도 비즈니스처럼성과 없으면 도태"

   
홍콩 국제화 교육의 핵심은 '국제학교'다. 1960년대 홍콩이 국제 금융 중심지로 성장하면서 각국의 홍콩 거주 교민들이 주체가 되어 국제학교를 설립, 현재 56개가 각기 특색있게 운영되고 있다. 홍콩에 한국국제학교가 본격 운영되기 시작한 것은 1993년 2월. 홍콩정부가 학교 부지를 50년간 무상임대하면서 이듬해 49명 5학급이 출범했다. 이로써 한국·홍콩정부가 공히 인정하는 특수한 지위의 국제학교가 탄생했다. 홍콩교민회가 운영에 관여하며 교장(조동우·49)은 한국 교육과학기술부 공무원이다. 현재 '중상' 정도의 위상이며 △한국어과정(초중고 140명) △영어과정(초중고 310명)으로 나눠 운영되고 있다. 조동우 교장의 소개로 그곳 영어과정 교장(Principal) 리신스키(60·사진) 씨를 만났다.

-언제 부임했는가.

"작년 5월에 스카웃되어 왔다. 내 고향은 캐나다이고 아내는 싱가포르 여자다. 홍콩에 온지 13년째다."

-영어 과정의 커리큘럼 특징은.

   
홍콩 한국국제학교 유치부 아이들의 수업 모습. 교사는 영어로 대화를 했다. 박창희 기자
"영국 교육과정을 따른다. 초·중등의 경우 주로 캠브릿지대학에서 제공하는 교재를 쓰고 있다."

-어떤 학생들이 이곳에 다니는가.

"한국 홍콩 스웨덴 미국 등 20여개 국 학생들이 등록돼 있다."

-홍콩 국제화 교육의 경쟁력은 뭐라고 보는가.

"여기선 교육이 비즈니스다. 국제학교는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와 같다. 성과가 좋지 않으면 도태된다. 이 점에선 싱가포르가 더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그곳에 근무한 적이 있는데 교육 프로그램이 매우 체계적이었다."

-한국에도 인천 송도에 곧 국제학교가 문을 연다. 스카웃 하면 올 의향이 있는가.

"(웃음) 관심이 있다. 그런데 한국은 물가가 비싸지 않나. 조건만 맞으면 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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