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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김효정 mania909@kookje.co.kr |
"부산이 '도시국가'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제적·행정적 자치권을 확보해야 한다. 도시 재정이 튼튼해야 비로소 주체적인 도시 경영이 가능하다."
지난 달 본지의 설문조사에서 부산지역 대학총장들이 들려준 조언이다. 재정 자립은 우리나라 도시들의 꿈이다. 재정 자립이 이뤄질 때 중앙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도시 쇄신을 위한 자율적·창조적 경영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도시국가로 나아가는 제1조건을 재정 독립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부산의 재정자립도는 60.8%(2007년도 기준). 1년 전에 비해 7.9%P가 떨어졌다. 이는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1995년(82.2%) 이후 최저치이다. '재정 족쇄'가 갈수록 심해지는 양상이다. 어떻게 풀 것인가. 역발상이 필요하다. 서기 2048년 부산이 꿈꾸는 현장으로 날아가보자.
▶2048 기분 좋은 하루 =2048년 4월7일 '도시국가 부산' 시민 구보(40) 씨는 인터넷을 통해 반가운 뉴스를 접했다. 부산 자치정부가 2028년부터 꿈꿔온 '세계 문화 중심도시'가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는 것이다. 부산 자치정부는 20여년 전부터 총 10조 원이 투입되는 '서부산 문화단지' 조성 사업을 펼쳐왔다. 그 사업이 오는 10월 5일 '부산시민의 날'에 맞춰 준공을 보게 된다는 것. '서부산 문화 단지'는 동남권 신공항이 들어선 다음 비어있던 옛 김해공항 부지 66만여㎡에 조성된 최첨단 문화 컴플렉스. 사업 초기에는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일부 시민들은 "금싸라기 땅에 문화단지가 웬말이냐. 돈이 남아 돌면 시민들에게 나눠 줘라"며 자치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치정부는 '도시국가 부산'이 일류도시가 되려면 문화 1번지로서 위상을 갖춰야 한다고 보고 사업을 강행했다. 첨단 국제 신도시에다 외국인 주거단지까지 자리잡은 서부산권에 대한 문화시설 투자야말로 '도시국가 부산'의 위상을 높일 호기가 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인터넷을 보고 있던 구보 씨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참 대단해. 사업비 10조 원을 어떻게 만들었나 했더니, 절반은 자치정부 예산을 매년 나눠서 충당하고, 나머지는 '부산 인디펜던스(독립) 펀드'로 해결했구만. 펀드 하나 잘 만드니까 자치정부 재정이 확 폈어." 출근길에 나서며 구보 씨는 아내에게도 한마디 했다. "옛날엔 재정 자립이 늘 문제였나봐. 아버지 말씀이 생생해. 21세기 초에 길을 잘 잡았지. 그때 시민들과 지식인, 공무원들이 똘똘 뭉쳐 '부산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며 도시국가를 모색했기에 오늘이 있는 것 아니겠어."
▶2008 답답한 현실 =구보 씨의 아버지인 구 씨는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신문을 펼친다. '난항 겪던 부산영상센터 '두레라움' 빠르면 10월 착공…'이라는 기사를 보며 구 씨는 혀를 끌끌 찬다. 건립 비용 969억 원 중 국비와 시비를 반반씩 부담키로 했으나 국비 지원 형식, 즉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로 하느냐 일반회계로 하느냐를 놓고 몇년 간 줄다리기를 하다 겨우 일반회계 지원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것. 그렇다고 걸림돌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센텀시티 내 부지 마련 예산을 중앙 정부가 공시지가 기준으로 편성할 뜻이어서 조성 원가를 기준으로 요구했던 전체 지원 요구액이 줄어들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구 씨는 "재정이 문제야. 서울을 쳐다보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으니, 이거야 원"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시 정부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전략사업을 구상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추진하기 힘들다. 구 씨는 얼마 전 접한 또 다른 소식을 떠올렸다. 지방정부 재정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적 지표인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지방분권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참여정부 5년 동안 되레 후퇴했다는 뉴스였다. 지난 2002년 국세와 지방세의 정확한 비율은 76.7 대 23.3이었으나, 2006년에는 78.7 대 21.3으로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것이다. 구 씨는 "답답하군. 언제까지 중앙 정부의 재정 족쇄에 묶여있어야 한단 말인가"라며 새삼 재정 자립의 중요성을 곱씹었다.
▶돌파구는=부산광역시의 재정난은 사실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파악한 광역자치단체의 2008년 재정자립도 자료에 따르면 부산은 59.2%에 불과하다. 2004년 72.7%→2005년 70.6%→2006년 68.7%→2007년 60.8%로 급격히 줄다가 끝내 50%대로 떨어진 것이다. 현 추세라면 오는 2012년이면 50% 이하로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부산시의 재정 구조는 의존수입이 2005년 기준 1조6000억 원으로 7대 도시 중 가장 높다. 이중 국고보조금이 6050억 원으로 타 도시에 비해 2배가 넘는다. 앞으로 갈수록 지방세 수입보다 의존수입이 더 커지게 돼 중앙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것도 큰 문제다. 이는 자치단체로서의 재정 독립성 상실을 의미한다.
행정 전문가들은 재정자립도가 높아진다고 전체 예산 규모가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예산의 증액은 각종 인프라 확충 사업에 대한 세출 규모와 연관돼 있고, 수입 측면에서 기본적으로 지역 경제 규모의 확대와 성장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세와 국세의 비율 격차 축소 등을 통한 재정자립도 향상이 이뤄질 경우 의존재원인 국고보조금·교부세·양여금 등이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자립도는 개선돼야 한다. 그 속에 중앙의 통제, 지방 종속이란 정치적 함수가 개입돼 있기 때문이다. 이종원 부산시 재정관은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정부 보조금 등을 따내기 위해 중앙 정부와 지방, 그리고 지방과 지방이 서로 다투거나 눈치를 봐야 하고 각종 중요 사업이 번번히 지체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재정관은 이어 "재정자립도를 높여야 지역 역량이 강화되고 각종 사업 추진에 속도와 효율성이 살아난다"면서 "국세와 지방세 비율도 격차 해소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지방세 비율 확대 외에 재정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세외수입 확대와 수익성과 공익성을 겸비한 '도시 펀드' 발행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세외수입은 근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재정분권을 위해선 부가세와 특소세의 지방 이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강하다.
결국 어떤 방법을 모색하든 현행 체제 내에서의 해결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도시국가'와 같은 특단의 대안 마련이 요구된다. 부산시 행정부시장과 해양부장관을 지낸 한국해양대 오거돈 총장이 본지 설문조사에서 답한 내용도 이런 맥락이다. "완전한 자치권 이양을 위해선 재정 확충이 필수이며, 완고한 입장인 중앙 정부에 대해서는 부산의 발전이 국가 전체의 발전으로 연결된다는 논리로 설득에 나서서 제도적 양보를 이끌어내는 역량 결집이 필요하다."
■ 일본 변화의 키워드 '道州制'
- 脫도쿄 10개 초광역권 연방제 추진
- 규슈 등 '경제 독립' 운동 가시화
- 동남권 통합 논의 방향 시사
일본의 지방도시들이 너도나도 '경제 독립 선언'을 하고 있다. 중앙 정부 주도의 '국토 균형발전'은 꿈일 뿐이며, 도쿄에 의존해서는 재정 자립은 물론 새로운 미래가 열리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FTA(자유무역협정) 등에 힙입어 완전한 자치와 분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변화의 대주제는 이른바 '도주제(道州制)'다. "한마디로 미국처럼 연방제로 가겠다는 거지요. 현재의 47개 광역자치단체인 도도부현(都道府縣)을 10여 개의 초광역경제권으로 재편, 경쟁력을 갖게 한다는 내용입니다. 규슈와 홋가이도가 한덩어리가 되는 식이지요. 입법 사법 행정권이 부여된다니 완전한 자치권역이 되는 것이지요." 동의대 김순은(행정학)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일본의 도주제 논의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부산 울산 경남을 실질적인 초광역권으로 통합해 도시국가 또는 국가도시로 만들어야 우리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에서 현행 도도부현 제도의 개선이 처음 공론화된 것은 1957년. 그후 간헐적으로 논의가 되다. 1999년 지방분권 일괄법이 타결되면서 탄력을 얻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정치권과 경제계가 가세, 홋가이도 우선 시행을 골자로 하는 로드맵까지 제시하고 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정부 개혁도 속도를 내고 있고 정치권도 자발적으로 국회의원수를 30%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일본의 대변화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 독립 움직임은 규슈에서도 가시화되고 있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얼마 전 '규슈 독립전쟁'이라는 제목으로 규슈 경제계의 희한한 움직임을 소개한 적이 있다. 현지 경제인들 사이에서 "도쿄 중심 체제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일본에서 분리돼 한국과 독자적 FTA를 맺자"는 주장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시가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부산-규슈 초광역경제권 논의도 이와 연관돼 있다.
일본의 도주제 추진은 동남경제권 통합 논의의 방향을 일러주고 있다.
※재정자립도=지방세+세외수입/일반회계 총예산×100
재정자주도=자체수입+자주재원/일반회계 총예산×100
7대 도시 재정 상황 비교(2007년 기준) |
단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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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자립도 (%) |
재정 자주도 (%) |
1인당 지방세 부담액 (단위:천원) |
1인당 자체 수입액 (단위:천원) |
서울 |
88.7 |
93.2 |
879 |
1000 |
부산 |
60.8 |
73.5 |
554 |
667 |
대구 |
61.9 |
77.4 |
568 |
680 |
인천 |
67.7 |
74.6 |
714 |
837 |
광주 |
50.1 |
71.4 |
510 |
614 |
대전 |
67.4 |
78.6 |
653 |
749 |
울산 |
63.0 |
77.0 |
610 |
7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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