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8 해피뉴스 ='메릴린치 아시아 지역본부 부산에 둥지…. ING생명 동북아본부 부산행 확정…'. 2048년 4월의 어느 봄날 지역 조간 신문에 올려진 헤드라인이다. 홍콩에 있던 자산 규모 세계 1위의 증권사 메릴린치의 부산 이전 소식은 보기에 따라 빅뉴스도 아니다. 최근 몇년 사이, 외국계 은행과 증권사의 대규모 투자 소식이 언론에 연일 오르내린 탓이다. 명지 국제신도시 금융타운에 '펀드 스트리트'와 '두바이 타운'이 들어선 것이 10년 전이다.
상하이에 몰려 있던 중국 자본이 부산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는 것도 금융가의 놓칠 수 없는 동향. 사회주의 체제의 변화 한계에 직면한 그곳 자본들이 새로운 전략 투자처를 찾아 나선 것이다. 러시아 연해주지역의 개발 자금과 대만과 일본 규슈의 산업자본이 부산으로 흘러드는 것도 최근의 변화. 부산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명실공히 동북아의 금융 허브로 자리를 굳혔고, 일본의 후쿠오카와 오사카가 벤치마킹하는 도시로 변모했다.
부산이 국제 금융 허브로 부상한 것은, 지리적 장점과 질 좋은 금융서비스 때문이었다. 워싱턴의 헤리티지재단이 발표한 2039년 '경제자유도' 평가에서 부산은 홍콩을 제치고 전년도에 이어 연속 1위였다. '도시국가 부산'에서 전체 산업 중 금융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5%까지 올라갔다(2004년의 8.2%에서 크게 상승한 것임).
▶2008 어리둥절 ="어떻게 저게 가능해?" 제18대 총선 출마자 재산등록을 지켜본 시민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눈길은 단연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한나라당 정몽준 후보에 쏠렸다. 그의 신고 금액은 3조6043억 원. 이는 지난 2006년 국회 공직자윤리위에 신고된 재산 2648억 원보다 12배가 늘어난 액수. 지난해 상반기 그는 하루 130억 원씩을 앉아서 번 셈이었다. 이유는 주식 대박. 그가 보유한 현대중공업 주식 821만 주의 주당 평가액이 2006년 이후 10만원 대에서 20만원 대, 30만 원 대로 껑충 껑충 뛰다가 연말에 44만2500원까지 치솟은 것. 시민들은 '천문학적인 액수'를 쉽게 믿지 않으려 했지만 평가액이 떨어질 조짐은 없어 보인다.
올초엔 향토기업인 대선주조의 '먹튀' 논란이 지역사회를 시끄럽게 했다. 2004년 5월 600억 원을 들여 대선주조 주식을 집중 매입한 신준호 롯데우유 회장 일가가 사모펀드와 3600억 원의 지분매각을 통해 3년여만에 3000억 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것.
이 과정에서 동원된 수법은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와 M&A(인수합병). 고수익 기업투자펀드로 불리는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주식·채권 등에 운용하는 펀드. 이를 놓고 지역사회에선 '기업 윤리'를 거론하며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으나 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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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현금융단지 조감도 |
▶다시 봐야 할 금융=정몽준 후보의 재산과 대선주조의 '먹튀' 논란은 달리 말하면 금융 이야기다. 한 금융 전문가는 "이게 자본주의다. 냉정하게 봐야 한다. '먹튀'를 도덕적으로 나무랄 수 있어도 법적으로 돌을 던질 순 없다"고 말했다.
이제 금융을 빼고는 산업을 이야기하기 어렵다. 금융 없이는 어떤 산업도 굴러가지 않는다. 직·간접 파급효과도 매우 크다. 1997년 한국의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도 금융 문제였다.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한국은 뒤늦게 금융에 눈을 떴으나 국제적으로는 여전히 후발 주자다.
제조업→부동산→금융으로 이어지는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은 경제 개념을 바꾸어놓고 있다. 금융이 세상의 변화를 선도하는 시대가 됐다. 그 사이, 서울과 부산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제조업이 득세할 때는 서울과 부산이 대략 3~4배 차였는데, 부동산이 뜨면서 5~7배로 커졌고, 최근 몇년 사이 금융이 산업화되면서 10배까지 벌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을 앞세우지 않고는 도시발전을 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산은행 박순양 금융경제조사팀장은 "유럽의 병자 취급받던 영국을 일으켜 세운 게 금융이다. 마찬가지로 금융에서 돈을 벌지 않고는 선진국 진입도 어렵다"면서 "부산을 핵으로 한 동남경제권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금융 엔진을 다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가 중요한 금융정책을 내놓고 있는 만큼, 부산의 교섭력과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도시국가'로 가는 첫걸음=부산은 물론 부·울·경의 금융 현실은 취약하다. "금융에 대한 인식이 미약해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금융기법이 나오고 있는 데도 남의 일처럼 생각해요. 부산시 10대 전략 사업으로 선정해 놓았지만 늘 우선 순위에서 밀리잖아요. 지역금융 육성 문제가 여론의 초점이 된 적도 없었고요." 부산상의 경제정책자문위원인 동의대 배근호(금융보험학) 교수의 말이다.
한국은행 부산본부 자료에 따르면 부산의 금융산업 생산액은 3조7000억 원(2006년 기준)으로 전국 2위지만, 서울(31조 원)의 1/8 수준이다. 지역내총생산(GRDP)과 금융산업의 전국 비중은 수도권이 각각 48.2%, 67.2%인데 비해 부산은 각각 5.5%, 5.8%(동남권은 17%, 11%) 수준. 수도권의 금융산업 비중이 월등히 높음을 보여 준다.
2007년 현재 부·울·경 각 금융기관의 영업점은 총 1605개로 국내 전체 영업점 1만1411개의 14%에 달하지만, 서울에 비해 영세하고 상호 연관성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희망적 요소도 있다. 문현금융단지가 곧 착공될 전망이고, 2012년까지 수도권의 금융 공기업 4곳이 옮겨온다. 부산대·동의대의 누리사업(금융선물사업단) 등으로 금융인력이 집중 양성됐고, 증권선물거래소(KRX)가 부산에 와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배 교수는 "가장 중요한 현안은 '금융중심지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공포에 따른 금융 중심지 지정일 것"이라며 "지역 정치권과 부산시, 시민사회가 합심해 지정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도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 '금융중심지 개발' 용역을 준비하고 곧 '부산국제금융도시추진센터'(인력 5명)를 설치, 체계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금융 중심지는 기대처럼 결코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제 금융 허브는 고사하고, 국내의 금융거점이 되는 것도 간단치 않다. 금융 허브는 국내외 유수 금융기관들이 집결해 자금을 조달하고 거래·운용하는 특화지역을 말하는데, 국내에선 서울 여의도 외에 이러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박인호 의장은 "지역금융기관들이 항만물류, 선박, 수산 등 해양금융을 전문화해 서울과 차별화된 금융 영역을 확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부산이 '도시국가'가 되려면 무엇보다 먼저 금융 중심지 전략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부산표 국부펀드 만들기
- 자산 27년새 5조→300조 GIC 운용 노하우 주목
'부산 인디펜던스(독립) 펀드'. 부산도 '돈 버는' 펀드 하나쯤 가질 수 없을까. 방법은 있다. 부산을 '도시국가'로 만들어 '국부 펀드'를 탄생시키면 된다. 싱가포르 사례를 보면 결코 엉뚱한 발상이 아니다.
싱가포르의 국영투자회사인 테마섹 홀딩스(1974년 설립·1000억 달러 규모)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이 발행하는 펀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GIC는 1981년 자산 50억 달러(약 5조 원)로 출발해 이후 27년간 연간 9.5%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싱가포르 초대 총리를 지낸 리콴유가 이사회 의장이며, 대략 3300억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정부보유 외환과 잉여예산을 전 세계 주식과 채권, 부동산,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에 투자해 자산 규모를 60배 넘게 키운 것. 자세한 운용 내역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GIC의 경우 경영 지분 획득에는 관심이 없고 철저하게 투자수익을 추구하는 반면, 국영투자회사인 테마섹은 적극적 투자를 통해 외국기업의 지분과 경영권 획득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GIC는 외부 펀드매니저에게 자산의 4분의 1을 취급토록 하는 등 자산 운용의 국제화를 실행하고 있다. 아시아의 금융허브로서 싱가포르의 위상을 강화하는 상징적 기능까지 하고 있는 셈이다.
약 5조 원으로 시작한 GIC가 부산시 1년 예산의 40배 수준인 300조 원을 운용하는 초대형 펀드로 성장한 것은 비밀스런 마법이 아니라, 일찌감치 금융산업에 눈 뜬 싱가포르의 전략적 성과물이다. 이렇게 보면 '부산 인디펜던스 펀드'를 꿈꾸지 못할 이유도 없다. 역발상으로 접근하면 그 이상의 '파워 펀드'를 가질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국부 펀드로는 이밖에도 △중국의 렌후이공사(2007년 설립·운용 규모 2000억 달러) △프랑스의 FAR(2001년 설립·370억 달러) △아부다비투자청(1976년 설립·8750억 달러)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지난 2005년 한국투자공사(운용액 200억 달러)가 만든 국부 펀드가 있다.
인적자원의 국제 순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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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
홍콩 |
싱가포르 |
중국 |
금융 전문가 |
45위 |
11위 |
15위 |
39위 |
국제업무 전문가 |
5위 |
2위 |
3위 |
59위 |
외국인 고급인력 |
42위 |
5위 |
2위 |
28위 |
※자료:국제 경영개발원 2004년 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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