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스스로 혁신하여 독자적인 지역발전 전략을 찾아야 한다." 부산지역 4년제 대학총장들이 밝히고 있는 부산 발전에 대한 대체적인 견해다. 대학은 지식사회의 선봉이자 싱크탱크로서 지역사회의 인적 개발과 발전 담론을 만드는 곳이다. 지성의 상징으로 불리는 대학총장은, 지역 지식인 그룹의 얼굴이자 리더이다. 따라서 지역 어젠다에 대한 이들의 의견과 방향제시는 한 도시가 변화 발전할 수 있는 방향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청할 필요가 있다. 본지는 최근 '부산 대개조-도시국가를 향하여'라는 기획보도와 관련, 부산지역 11곳 4년제 대학총장들의 의견을 물어보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각 대학교 총장들의 의견을 요약한다.
수도권의 대척점 분명히
"이제 부산도 'No!'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언제까지 제조업에 매달려 아파트만 짓고 있을 것입니까. 도시국가가 살길이에요. 부산은 조건이 얼마나 좋습니까. 항만에다 산과 강, 풍부한 인적자원, 제조업 기반까지 두루 갖추고 있잖아요. 세계 여러 도시를 돌아다녀 봤는데 솔직히 부산만큼 해안선이 아름다운 곳이 없었어요."
협상 컨설턴트인 부산대 김기홍(경제학과) 교수는 부산의 '도시국가론'에 불을 댕긴 주역이다. 본지에 '전략과 비전'이란 기획시리즈를 연재해 호응을 얻은 바 있는 그는 부산이 왜 도시국가를 지향해야 하는지 이렇게 설명했다.
"수도권(서울)의 대척점에 동남권이 있습니다. 아무도 부인하지 않아요. 그런데 동남권이 대척점이 되고 있습니까? 수도권은 이미 거대한 도시국가처럼 되어 있어요. 대기업 금융 교육 미디어 등 없는 게 없잖아요. 선진국 치고 제2도시를 키우지 않는 나라는 없어요. 상하이, 오사카, 로스엔젤레스, 바르셀로나가 다 그렇지요. 수도권의 진정한 대척점이 되려면 동남권이 제 목소리를 갖고 요구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강력한 변화의 모멘텀(추진 동력)이 필요한데 그게 도시국가지요."
김 교수는 얼마 전 '부산이여 독립하자!'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고 말하면서, "중요한 것은 역발상이며 예컨대 세계적 부호를 끌어들이기 위해선 해안 한자락도 떼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총선이 부산 대개조 논의의 계기가 되어야 하며, 지식사회가 이를 적극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발전의 새 패러다임
부산발전연구원 김형균 선임 연구위원은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는 키워드가 실용과 자율, 경쟁, 광역 등이라고 보면, 도시국가란 어젠다는 참여정부의 분권에 대응하는 새로운 지역발전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는 분권과 분산(균형발전), 혁신을 화두로 삼았는데, 결과적으로는 분산만 진척됐을 뿐, 분권은 성과가 적습니다. 분권의 과제가 서울에 대한 지방의 문제였다면, 새 정부는 도시 내부의 효율과 경쟁력을 화두로 던져놓고 있어요. 새 정부가 추구하는 것이 경쟁에 바탕한 지역(또는 도시)의 내발적 완결성이라고 보면 바로 도시국가가 이에 부합하는 개념입니다. 여기에 지역적으로 '광역화', 국제적으로 '글로벌화'를 결합하면 우리가 원하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도시국가론이 지식사회에 실종된 지역발전 담론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김 선임 위원은 "도시국가의 실체와 성립 요건, 운영체제, 그리고 우리가 도달해야 할 목표 등에 대해선 여러 가지 논의가 있을 수 있다"면서 "지역의 역량을 결집해 새로운 도시발전 어젠다로서 도시국가론을 잘 다듬으면 국가정책화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자유도시냐, 도시국가냐
부산대 국제전문대학원 이철호(국제정치 전공) 교수는 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주문한다.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이 강해 구조적으로 '자치 공부'가 안돼 있습니다. 그래서 연방제를 염두에 둔 완전한 자치권 확보를 거론하면 낯설어요. 실제 도달하기도 쉽지 않을테고요. 부울경 통합 논의만 해도 얼마나 어렵습니까. 처음이기 때문에 실험해가며 진행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 겁니다."
이 교수는 다가설 수 있는 도시국가로의 발전 단계로 1〉기업하기 좋은 도시(규제 혁파) 2〉국제자유도시(제주도가 모델) 3〉도시국가(연방제 또는 1국2체제)로의 이행을 제시하며, "우리가 찾는 모델은 아마 2〉와 3〉 사이의 어떤 시스템일 것"이라고 조심스레 분석했다.
그는 "이번 도시국가 논의가 지역발전에 대한 새로운 담론 형성과 지향점을 찾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의 지식인들이 나서 생산적인 논쟁의 불을 당겨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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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세 부산대 총장,목연수 부경대 총장 |
▶부산대 김인세 총장=이번에 던진 어젠다에 적극 공감한다. 세계는 세방화시대(Glocalization·세계화+지방화)를 맞고 있어 도시차원의 발전 전략이 중요하다.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단순 제조업 보다는 첨단 기술에 기반한 연구개발 분야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교육을 통한 지역인재 양성과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하는 싱크탱크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바탕한 도시발전을 견인하려면 지역의 산·학·연·관이 긴밀하게 유대해야 한다.
▶부경대 목연수 총장=부산과 나를 '도시국가 부산 시민'으로 창조하겠다는 전략에 동의한다. 우리가 꿈꾸는 사회는 창의적 교육과 만족도 높은 일자리, 쾌적하고 아름다운 환경이 갖추어진 사회일 것이다. 그런 사회는 민·언·정·경·관·학 모두가 합심해 미래를 설계, 퍼즐 맞추듯이 이루어가야 한다. 첫 걸음은 설계이다. '도시국가 부산'이 실현되려면 자치권과 재정 확보, 영어 공용화도 필수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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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거돈 한국해양대 총장,심봉근 동아대 총장 |
▶한국해양대 오거돈 총장=도시국가는 재정 자립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을 정도의 자체 재정 자립 역량이 필요하다. 특히 중앙 정부와의 관계에 있어 부산만이 아닌 대한민국 차원에서 도시국가화가 필요하다는 전문적·대중적 공감대 형성과 논리가 중요하다. 목적이 아무리 좋아도 현실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이상에 그치는 만큼, 조급하게 논의할 게 아니라 차근차근 여건 조성을 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아대 심봉근 총장=자치권이 얼마만큼 주어지느냐에 따라 한 도시의 '경영권', 즉 자유롭고 미래지향적이며 선진적인 도시 개조가 가능하다. 외국인을 위한 무비자 및 면세, 외국기업 유치에 대한 무규제, 부산지역의 영어 공용화 등을 실현하려면 독립국가가 향유하는 수준의 자치권이 있어야 한다. '도시국가 부산' 기획이 일회성의 시리즈물로 끝나서는 곤란하다. 향후 정책에 반영되도록 부산시는 물론 중앙 정부까지 머리를 맞대고 실천 가능한 것부터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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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중식 경성대 총장,강창석 동의대 총장 |
▶경성대 나중식 총장='도시국가'란 혁신적 패러다임은 지금까지 제시된 어떤 비전보다 강력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치의식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갖는 자부심에 앞서 '나는 부산사람이다'라고 말할 때 무한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도시국가는 자치적인 경제자립도시를 의미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도시국가라는 비전은 부산의 새로운 가치 창조를 위한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동의대 강창석 총장=부산의 지역적 특성을 살려 해양, 관광, 문화도시로서의 가치를 개발해 향후 부산이 나아갈 방향을 찾았으면 한다. 부산이 항만도시로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물류와 해양스포츠 시설에 집중 투자하는 장기 플랜을 완성해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 부산이 영화영상산업의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는 현실을 적극 활용해 문화도시에 초점을 맞춘 도시국가로 발전 전략을 마련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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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홍섭 신라대 총장,유선규 부산외대 총장 |
▶신라대 정홍섭 총장=부산은 심각한 위기 상태임에도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정보 공유와 토론을 통해 위기 극복을 위한 시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수도권의 대극을 이루는 부산권이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독자적인 발전 전략을 짜서 물류비즈니스, 교육, 관광, 의료 등에서 특화된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부산외대 유선규 총장=부산의 산업 전략도 이제는 선택과 집중으로 전환해야 한다. 부산의 여건상 가장 적합한 분야는 서비스업 분야라고 생각한다. 여기엔 관광, 쇼핑, 물류, 금융, 엔터테인먼트가 포함될 것이다. '교육산업'을 집중 육성해 부산을 교육도시, 교육 허브로 만드는 전략도 필요하다. 아직은 '도시국가'란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 홍콩 마카오 두바이 싱가포르를 모델로 한다면 각 도시의 영문 이니셜을 따서 '호마두시 프로젝트'가 어떨까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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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구욱 영산대 총장,이무근 동명대 총장 |
▶영산대 부구욱 총장=이번 어젠다는 항구도시 부산을 새롭게 바꾼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큰 발상'이다. 이러한 비전은 시민, 기업인, 학자, 공무원 등 부산의 구성원들에게 보다 강화된 주체성과 참여의식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흘러 넘치는 '창조적 도시국가'를 지향해야 한다. 사회문화적 인프라로서 영어 공용화와 인재 확보를 꼽고 싶다. 부산권 대학의 우수 재학생에게 장학금 지급을 확대하고 졸업 후 부산권 기업체에서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하도록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동명대 이무근 총장=부산이 경쟁력을 갖춘 세계 도시로 발돋음하려면 국·내외 기업 유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물류 교통망을 확충하고 물류시스템을 선진화해 물류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 기업들에 대한 과감한 세제 감면 등 실질적 투자 유인책이 필요할 것이다.
▶동서대 박동순 총장=지금과 같은 제2도시로는 희망이 없다.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부산을 글로벌 네트워크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비자 무규제 무관세 등이 실현된 개방도시가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중·일을 연결하는 해저터널을 적극 검토해 볼 만하다. 영어 상용, 유비쿼터스 도시 구축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