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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 많은 국회의원 출마자들은 '도시국가 부산'이 허황한 어젠다가 아니라, 역량을 결집해 치밀하게 준비해나가면 도달할 수 있는 고지라고 말했다. 사진은 선거 유세장에 모인 유권자들. |
"부산의 발전이 부산만을 위한 것이 아닌, 국가 경쟁력 강화의 요체라는 점을 인식시켜 '도시국가 부산' 건설을 앞당기기 위한 의정 활동에 적극 나서겠다." (서구 유기준·무소속)
"'도시국가 부산'은 실질적 지방자치가 구현된 도시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이는 시대적 흐름이고 효율적 국가운영을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18대 국회에서 행정구역 개편 논란이 펼쳐질 것으로 보는데, 이때 실질적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제도적 문제를 보완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부산진 갑 허원제·한나라당)
본지의 기획 보도 '부산 대개조-도시국가를 향하여'와 관련, 부산지역 국회의원 출마자들이 설문조사에서 보여준 지역 미래 발전 전략과 아이디어들이다. 각 후보들의 이 같은 적극적 의사 표명은, 그동안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온 지역 정치권이 한 덩어리로 결집해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기대감을 갖게 된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 후보들은 '도시국가 부산'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전략적 과제로 △재정 자립 △경제적 자율성 확보 △사회 문화적 인프라 확충 △고부가가치 산업의 집중 육성 △인재 확충 △시민 공감대 형성 및 전문가 집단의 포럼 창설 필요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한나라당 정의화 후보(부산 중동구)는 "혁신적인 지방분권의 확립이야 말로 도시국가 부산의 출발점"이라며 "자치 권한은 물론 재정자립까지 가능할 정도의 강력한 분권정책이 나올 수 있도록 관련 입법활동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의 김정훈 후보(부산 남구갑)는 "경제적인 자율성 확보가 성공의 관건인데, 경제자유구역 수준을 뛰어넘는 대폭적인 세제 혜택과 자율권을 부여받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두바이 싱가포르 등 해외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세일즈 의정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밝히기도 했다.
치밀하고 장기적인 로드맵의 수립과 이의 실현을 위한 기초 체력을 다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친박연대 무소속의 김무성 후보(부산 남구을)는 "도시국가로 가는 길은 높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아서 정교한 지도와 함께 강인한 체력이 요구된다"며 "자칫하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극한 대립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차근 차근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준비과정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승환 후보(부산 금정·한나라당)도 "외국인 투자 하나만 보더라도 비과세 같은 소프트웨어보다 외국인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도시 기반시설, 즉 하드웨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홍콩·싱가포르를 무조건 추종하기 보다 '무엇으로 특화된 도시국가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치밀한 부산 브랜드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복 후보(부산 동래·무소속 친박연대)는 "중앙정부로부터 독립적인 행정적 법적 지위를 부여 받는 도시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비전과 추진력을 갖추고 시민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언론과 정치권이 역할을 분담해 한목소리를 내는 종합 추진 전략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신성장 동력에 대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엄호성 후보(부산 사하갑·무소속 친박연대)는 "부산이 도시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금융 허브 전략이 필수"라면서, "이번에 서울 외 복수 금융 중심지 지정이 가능하도록 법이 바뀌었기 때문에 반드시 이를 관철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형오 후보(부산 영도·한나라당)는 "도시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전제, "도시가 주체가 되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광역 재개발이 필요하며, 국제도시 간 경제협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부산-후쿠오카간 초광역 지역경제공동체 구축을 위해 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개발 위주의 도시국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문제열 후보(영도구·민주노동당)는 "도시국가 부산 어젠다의 진정성은 공감하지만, 각종 통계 수치에 의존한 개발 편향적, 양적 논리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특히 "사회적 약자가 소외되지 않고 사회양극화가 해소되는 방향으로의 도시국가화 전략이 필요하며, 전문가 집단과 각계 각층의 현장 목소리가 반영된 공론화의 과정이 선결돼야 내재적 에너지로 충만된 도시국가론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또 박재호 후보(부산 남구을·무소속)는 "한나라당 20년 독식이 가져온 리더십의 부재 상황이 타개되지 않는 한 도시국가 부산의 길은 요원하다"며 "리더십의 회복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부산의 특성인 개방성과 역동성을 바탕으로 도시국가 부산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 어윤태 영도구청장의 '도시 리더십'
- "비전을 제시하고 추진동력 만드는 게 리더"
재정자립도 15% 안팎인 영도구는 부산에서 둘째가라면 기뻐할 만큼 가난한 자치구다. 정체되고 위축된 도시 이미지에 저소득층 가정의 비율도 높다. 그런 영도의 저소득 가정 자녀들이 지난해 상반기 공짜로 과외 선생님을 맞이했다. 한국해양대와 고신대 재학생 40명이 1명당 저소득층 자녀 2명씩을 맡아 가정 방문 전과목 과외를 하게 된 것. 이것이 지난해 하반기에는 대학생 130명으로 늘었고 1대1 과외로 바뀌더니 올해는 193명으로 늘어났다. 중고생을 둔 부모들은 돈을 들이지 않았지만 대학생들은 과외비를 받는다. 작지만 신선한 변화였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 해답은 이 사업을 추진해 성공시킨 어윤태(62) 구청장의 입을 통해 나왔다. 그는 LG그룹 인사담당 이사, LG 유통 사장 등을 역임한 뒤 자치단체장으로 변신한 'CEO 구청장'이다. 어 청장은 "가만히 앉아서 답답해 한다고 누가 해결해 주는가. 대학에는 누리사업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을 활용했다. 대학과 주민들 모두 만족해 한다. 말하자면 역발상이다"라고 말했다. '활용 가능한 자원과 네트워크를 최대한 이용하라'는 리더십의 단면이다. "나는 여전히 정치가가 아닌 경영자다. 예전엔 기업의 경영자였지만 지금은 도시의 경영자다. 그래서 정치가도 내겐 활용할 수 있는 가용 자원 중 하나다." 어 청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역 정치권과 부산시 당국이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도시의 리더십'에 대해 묻자 어 구청장은 "리더의 정신은 리더십이고 구성원의 정신은 펠로우십이다. 그것이 합쳐져 멤버십이 된다. 도시 리더십은 시민과 공무원의 강력한 멤버십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이자 자세다"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그렇다면 강력한 멤버십을 이룰 리더십이란 어떤 것일까. 그는 "냉철한 진단과 연구를 통해 지역 상황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면서 실현 가능한 변화의 비전을 제시하고 방법을 찾는 것. 이에 대한 구성원들의 공감대와 믿음을 끌어내 추진동력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완료한 '영도발전 비전 2020' 계획을 보자. 뉴타운, 브릿지하버, 마린테크노폴리스 등 12개 주요 사업에 투입될 돈만 13조8000억 원. 하지만 자체 예산은 10%만 들어가고 나머지는 외자 등 민자유치로 추진된다. 어 구청장은 "아무리 원대한 비전을 보여줘도 주민들이 한낱 '장밋빛 꿈'이라며 동참해 주지 않으면 실현 불가능하다. 그래서 '변화'하면 실제로 주민들에게 어떤 이득이 되는가를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인재가 자라고 머무는 '교육 도시 영도' 성공에 대한 신뢰가 '비전 2020'도 실현 가능하다는 신뢰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고 본다"고 밝혔다.
부임하자마자 그는 집무실에서 소파 등 기존 응접세트를 없앤 대신 딱딱한 의자와 대형 회의용 탁자를 들여 놓았고, 직원들과의 '작전회의'에서는 대화의 내용과 서열식 발언 순서 등 형식을 모두 파괴했다.
어 청장은 "사실 다른 대기업의 CEO로 갈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난생 처음 자치단체장이 됐는데, 포기함으로써 더 소중하고 큰 것을 얻는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고 있다"며 "리더는 더 큰 것을 얻기 위해 작은 것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큰 리더십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부산 울산 경남의 상생 협력 논의 속에서도 사사 건건 지역의 작은 이익을 놓고 충돌하기 일쑤인 부·울·경의 리더들이 귀담아 들을 내용이다.
'도시국가 부산'을 향한 리더십에 대해 묻자 어 청장은 "혁신적 변화에는 경영자 마인드와 공격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도시국가 부산은 결코 불가능하거나 요원하지 않다"고 말했다.
■ 도시를 바꾼 리더십 사례
- 강력한 리더가 싱가포르·두바이 대변혁의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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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이크 무함마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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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콴유 |
부산은 지금 리더십에 목이 마르다. 행정 정치 경제 교육 부분에서 다 그렇다. 인구 360만 명의 해양도시를 명실공히 '해양 도시국가'로 우뚝 세울 강력한 리더십이 절실하다. 오늘날 싱가포르와 두바이가 있게 된 것은 탁월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싱가포르는 원래 존재할 수 없는 나라였다. 그래서 살아남는 데 필요하다면 무조건 O.K.였다." 지난해 여름 리콴유(李光耀·85) 싱가포르 전 총리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 '존재할 수 없는 나라'가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국가가 되어 있다. 그 요체는 리콴유의 개혁적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리콴유는 국민이 원하는 것은 훌륭한 정부이지, 반드시 민주주의는 아니다라며 과감하게 실용주의를 선택했다. 인기 없는 정책이라도 국가가 필요하고 유익한 일이면 강한 신념으로 추진했다. 많은 국민들이 사용하는 광동어 대신 말레이어를 형식적인 국어로, 200여 년간 그들을 지배했던 서구의 영어를 공용어로 선택했다.
도시국가인 두바이의 통치자 셰이크 무함마드의 리더십은 한국에서도 화제다. 국토의 90%가 모래로 덮여 있던 작은 '사막의 도시국가'가 '세계의 경제 허브'로 탈바꿈한 배경하는 셰이크 국왕의 창조적 상상력과 실천적 리더십이 자리한다. 셰이크 국왕은 지도자의 비전과 열망, 치밀한 로드맵, 신속한 의사 결정, 강한 실천력 등 21세기 리더십의 덕목들을 골고루 보여 준다. 그는 말한다. "꿈꿀 수 없는 것을 꿈꾸라. 미래를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과거의 노예로 살게 된다."
"겁쟁이 양들의 군대라도 사자가 왕이 되어 이끌면 양이 이끄는 사자의 군대를 이길 수 있다." 나폴레옹이 리더십의 소중함을 강조하며 한 이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의 말처럼 '희망을 파는 지도자(dealer in hope)'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