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박원순 변호사
- 비즈니스 마인드로
-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부산만의 비전을
"부산은 인구가 줄고 있다고는 하지만 360만 명의 거대 도시입니다. 그런데 어떤 비전이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비전은 다가올 미래 사회를 예측하고 통찰할 때 생깁니다. 오늘이 아니라 내일을 보고 시민사회의 다양한 의견과 지역NGO 및 지식인들의 지적 역량을 모아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희망엔진, 소셜(사회) 디자이너로 불리는 '희망제작소' 박원순(52·변호사) 상임이사는 부산은 이런 저런 개발을 논하기 이전에 비전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거의 모든 것이 서울에 종속돼 있는 현실에서 부산만의 비전 만들기는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포인트가 된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나 홍콩을 보면 답이 나옵니다. 경제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하고 작은 땅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전략적 성장을 이루고 있지 않습니까. 결국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즉 운영능력이 문제입니다. 그런 점에서 통합적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지요." 박 변호사는 도시는 시민이 만들고, 시민은 도시를 만든다고 보면, 영국의 글래스고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래스고는 영국에서 세 번째 큰 도시로, 요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도시 비전 만들기 작업이 한창이다. 이른바 '글래스고2020 프로젝트(www.Glasgow2020.com)'이다. 글래스고는 다양한 형태의 주민참여 기법을 통해 실질적인 주민의 창의와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누구나 도시의 미래 비전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다. 상금과 상품도 걸려 있다. 최초 참가자 100명에게 티셔츠가 선물되고, 전문가 패널에 의해 '베스트 스토리'에 선정되면 500파운드의 상금이 주어진다. 참가자들의 글은 웹사이트에 게재되거나, 지역신문에도 소개된다.
박 변호사는 "글래스고 사례는 e-데모크라시, 직접 민주주의 실천의 표본"이라면서 "부산의 미래 비전도 이런 식으로 찾아보면 보다 다양한 시민들의 상상력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2048년 8월 14일. 세계인들로부터 '동북아 비즈니스 1번지'로 불리는 부산에 살고 있는 국제금융전문가 구보(40) 씨는 이날 자신의 마흔번 째 생일을 맞아 미역국을 곁들인 아침 식사를 했다. 구보 씨가 손에 든 영자 조간신문에는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8월 15일)에 대한 특집 기사가 주요 뉴스로 다뤄져 있었다. '1945년 8월 15일 해방된 우리나라는 3년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선택해 마침내 건국, 독립국가로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100년이란 파란만장의 건국사를 생각하던 구보 씨는 아련한 감회에 젖는다. 한 몸의 대한민국이 고도의 자치권이 부여된 연방제 형태로 바뀐 이후, 그 자신 지금은 '도시국가' 부산의 시민이라는 관념이 더 크게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문을 넘기던 구보 씨의 눈길이 국제경제면의 헤드라인에 멈췄다. '2048년 상반기 세계 1000대 부호의 부산 지역 투자액 상승'이란 제목을 단 기사였다. 세계 1000대 부호들의 보유자산 1%인 6000억 달러가 부산권에 투자돼 있다는 뉴스였다. 구보 씨는 가벼운 미소를 흘리며 오전 10시로 예정된 해외 지사 직원들과의 원격 화상회의를 생각하며 해운대 집을 나섰다.
회사가 위치한 강서구 명지동의 국제금융지구까지의 출근 길은 고속 도시철도(일명 부산 익스프레스)를 이용하는데 소요 시간은 25분이다. 이 고속 도시철도는 지하철의 개념을 뛰어 넘는 '시티 트레인'으로 동부산권과 서부산권을 하나로 묶은 획기적인 교통시설. '도시국가' 부산 얘기가 처음 나왔던 2008년부터 필요성이 거론되다가 지난 2028년 본격 건설에 들어가 15년 만인 2043년 전 구간이 완전 개통됐다.
회사에 출근한 구보 씨는 자신이 다니는 자산운용회사의 다국적 직원들과 '세계 1000대 부호의 부산 지역 투자 유치 건'을 주제로 미팅을 가졌다. 직원들은 명지지구에 들어와 있는 150여 다국적 금융회사 및 50여 한국 자산운용사들과의 고객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아이디어들을 쏟아냈다. 해외 지사 직원들과의 원격회의에서는 해외 현지에서 원천적으로 부산행 자금을 선점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소결론이 내려졌다.
오전 회의를 마친 구보 씨는 친구의 차량을 이용, 점심 식사 약속이 돼 있는 거제도로 향했다. 그의 친구는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에 속해 있는 대학교의 부산 명지 분교에서 '국제 물류·금융 대학원'의 교수로 근무했다. 부산에는 세계 100대 대학의 분교 20개가 문을 열고 있다. 30여년 전에 완공된 거가대교를 타고 이들은 불과 25분만에 거제도에 도착했다. 출퇴근 시간대 교통 정체가 심해 부산 자치정부는 얼마전 도시 고속철도를 거제까지 연장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거제에서 초대형 크루즈선을 건조하는 조선회사에 근무중인 또 다른 친구를 만나 횟집에서 오붓한 식사를 마친 세 사람은 다시 차량에 탑승, 거가대교를 거쳐 부산 신항 인근의 동남권 신공항으로 향했다. 이날 오후 뉴욕에서 부산으로 들어오는 직항편을 이용해 영구 귀국하는 죽마고우를 환영하기 위해서였다. 이번에 귀국하는 친구는 부산의 한국영재과학고 출신으로, 고교 졸업 후 미국 대학에 유학해 실리콘밸리의 다국적 항공·우주회사 연구소에 정착한 인물이다.
지난해 이 회사의 아시아 연구센터가 싱가포르에서 부산으로 이전함에 따라, 부산이 고향인 이 친구는 20년이 넘는 미국생활을 청산하고 부산 근무를 자청했다. 부산은 아시아의 물류·금융·교육의 허브로서 2048년 현재 글로벌 고급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과 국제학교 등이 무려 100여개, 다국적 기업의 연구소가 300여개 들어서 있다.
구보 씨는 이 친구의 영구 귀국 문제와 관련, 연초부터 자주 통화를 하며 자녀들이 돌아가면 어떤 학교에 다녀야 할지 등을 논의해오고 있었다.
부산권에는 지난 2009년 말 처음으로 기장에 외국인 자녀만을 대상으로 한 국제학교를 시작으로 지난 40년간 국내외 학생 누구나 입학 가능한 국제학교가 70여개 들어서 있다. 구보 씨의 아버지가 40여년 전 홍콩과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 당시 그곳의 국제학교가 각각 56개와 50개 였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부산권에는 이미 30년 전부터 무규제·무과세·무분규·무비자·무언어장벽 등 이른바 '5무(無)'를 실현해 싱가포르나 홍콩을 능가하는 '도시국가'로 변모해 있었고, 전체적인 교육 수준도 그만큼 선진화돼 있었다.
그래도 입학 사정은 녹녹치 않았다. 구보 씨는 친구의 부탁으로 입학이 가능한 국제학교를 알아 보던 중 상위권 10여개 학교는 100여명 이상의 입학 대기자가 밀려 있다는 것을 알았다. 고심 끝에 중위권 학교를 들어갈 수밖에 없음을 알고 친구에게 얘기했더니, 친구는 차라리 입학 대기자로 있겠다고 했다. 상위권 국제학교는 사실상 고급 업종 취업의 보증수표와 다름없었기에 내린 결론이었다. 결국 이 친구는 명지지구내 상위권 국제학교에 자녀 2명을 입학시키기로 하고, 외국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명지지구 내 해변 주택지에 아파트를 마련해놓고 영구 귀국길에 오른 것이다.
그들이 만난 동남권 신공항은 규모와 취항 항로 면에서 인천공항에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 교수 친구가 구보 씨에게 감계무량한 듯 말했다. "이봐, 오늘 들어오는 그 녀석 말야 우리 학교 다닐때 천재로 불렸잖아. 미국에 눌러 앉을 것 같던 그런 친구까지 돌아오는 걸 보니, 부산이 대단하긴 대단한가 봐. 떠났던 인재들이 돌아오니 도시가 어떻게 안되겠어, 안 그래?"
"어제도 통화했어. 돌아와서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물었더니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인 PIFF(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아이들과 함께 참석하는 거랬어. 그 친구 영화광이었잖아." 구보 씨가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사실 미국 친구는 부산 출신이면서도 미국내 지인들이 PIFF를 보고 돌아가 얘기해 준 감동적인 영화제 소식 때문에 몸이 한껏 달아있기도 했다.
울산의 한 자동차업체에서 자동차 디자이너로 일하는 구보 씨의 아내는 이날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리조트에서 펼쳐지는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 기념행사 전야제에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울산에 사는 회사 동료의 가족도 함께 가기로 돼 있었다. 울산~부산은 30년 전 뚫린 해운대-울산 고속도로를 통해 이미 20분 생활권으로 묶여져 있다.
'도시국가' 부산은 이미 울산과 경남지역의 금융·교육·소비·문화의 중심지로 서울이 조금도 부럽지 않은 도시국가로서 국제적 위상을 누리고 있다. 이날 건국 100주년 전야제에서 부산 자치정부의 CEO형 수반인 부산시장은 1인당 소득 7만 달러를 10년 내 10만 달러로 끌어올리고, 경제적 자유만이 아니라 약자를 보호하고 생태와 평화의 가치를 중시하는 세계 최고의 행복도시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20 부산의 주요 달성 지표 |
구분 |
지표 |
단위 |
2006 |
2010 |
2020 |
도 시 경 쟁 력 |
R&D 생산비중 |
% |
0.8 |
2 |
5 |
1인당 시민소득 |
만불 |
1.1 |
2 |
3 |
항만물동량 |
백만TEU |
12 |
14 |
22 |
항만선석수 |
선석 |
21 |
47 |
52 |
다국적 기업 물류센터 |
개소 |
3 |
30 |
50 |
국내외 R&D 기관(연구소) |
개소 |
1 |
5 |
10 |
국제회의 개최 (UIA 인증) |
회 |
14 |
20 |
30 |
UFI 인증 전시회 |
회 |
- |
4 |
12 |
외래관광객수 |
만명 |
175 |
230 |
260 |
국제기구 유치 |
개소 |
1 |
3 |
8 |
국제여객수송실적 |
만명 |
100 |
150 |
250 |
국제선 항공 항로 |
노선 |
17 |
28 |
34 |
크루즈선 입항 척수 |
척 |
22 |
30 |
100 |
외국인 학교수 |
개수 |
6 |
8 |
15 |
생활 환경 |
교통사고 발생건수 |
건/만대 |
136.9 |
114.1 |
68.5 |
시민 1인당 공원 면적 |
㎡/인 |
1.1 |
1.6 |
3 |
시민 사회 |
평생교육 참여율 |
% |
10 |
25 |
50 |
국공립 보육시설수 |
개소 |
79 |
95 |
150 |
노인 및 장애인 복지시설 |
개소 |
39 |
50 |
90 |
1인당 의료인수 |
인/만 |
16.2 |
18.6 |
18.9 |
문화시설(전시, 공연 등) |
개소 |
47 |
58 |
75 |
※자료:부산발전연구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