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부산 대개조-`도시국가`를 향하여 <1-1> 프롤로그 - 왜 도시국가인가

"超국가시대 온다" 빗장 활짝 풀고 세계와 직접 소통하자

뭉칫돈 몰리는 홍콩·마카오·두바이 과감한 규제개혁이 눈부신 성장 비법

글로벌 경쟁 살아남는 도시 되려면 자치권·영어공용·무과세 등 서둘러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인터뷰-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 PIFF·해안가·전시컨벤션 등

- 싱가포르·홍콩과 비교해도 부산의 입지 손색없어

   
싱가포르국립대학교 신장섭(46·경제학과) 교수는 '도시국가 부산'이라는 아젠다(Agenda)에 대해 우선 "도시간 글로벌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토할 가치가 충분할뿐 아니라 실현 가능성도 있다"며 얘기를 시작했다. 다음은 신 교수와의 일문일답.

-세계 일류 도시국가 싱가포르와 부산을 비교한다면.

▶싱가포르 하면 먼저 떠오르는 말이 개방성과 글로벌화다. 부산도 개방성과 잠재력, 지정학적 위치 면에서는 국내 최고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로컬화가 진정한 글로벌화다.

-'도시국가 부산'이라고 하면 너무 생소한가.

▶그렇지 않다. 도시국가라는 것이 혁명적 정치적 개념이라기 보다는 의식적·제도적·경제적 측면에 무게 중심이 실린 말 같다. 그렇다면 이미 도시가 브랜드가 되고 경쟁 격화에 따른 도시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어색할 것이 없다.

-부산의 잠재력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세계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부산비엔날레와 부산국제영화제를 들수 있다. 싱가포르뿐 아니라 아시아권에서는 이미 유명한 부산만의 훌륭한 문화예술 상품이다. 을숙도 철새도래지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생태자원이 아니냐. 항만과 공항시설, 천혜의 해안 경관, 훌륭한 전시컨벤션 시설, 시민들의 개방성 등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부산만의 장점부터 살려나가자는 취지 같은데.

▶그렇다. 그린벨트를 풀어 공장을 재유치한다고 과연 부산이 살만한 도시가 될까. 인구가 조금 줄면 어떤가. 더 많은 사람이 왕래하면 좋은 것 아닌가. 소비와 문화 예술이 접목된 고부가가치의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야 살기좋은 도시가 된다. 울산 창원 거제 양산 김해 등의 산업시설을 지원하는 동남권 연구개발(R&D) 및 교육 허브화, 선진 금융 도시 전략을 통해 부산은 이들 도시를 배후에 '거느린' 중심도시가 될 수 있다. 그것이 광역화 된 '도시국가 부산'의 모습일 것이다.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기능하고 있는 도시국가 홍콩. 왼쪽 건물이 홍콩 컨벤션센터이고 오른쪽 빌딩군이 금융지구다.

부러운 도시국가들

지난 12일 홍콩 중심가의 지하철. 이날 자 메트로신문에 실린 기사 하나가 행인들의 눈길을 모았다. '존 탕(曾俊華) 재정사장 인기 급상승'. 재정사장은 우리로 치면 경제부총리 격인데, 그의 인기가 도널드 창 행정장관(총리 격)을 누르고 66%까지 급등했다는 소식이었다. 존 탕 재정사장은 지난달 말 2008~2009 회계연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대대적인 감세 환급 및 보조금 지급안을 내놓았다. 이로인해 홍콩 시민들은 감세 효과 및 저소득층 현금 지원 등으로 1인당 1만8000홍콩달러(약 220만 원)씩을 돌려받게 된 것. 지하철에서 만난 한 시민은 "파격적인 선심이다. 살맛이 난다. 탕(재정사장)이 최고"라며 엄지를 세워보였다.

홍콩은 지난 4년간 평균 7%에 가까운 고성장을 이뤘고, 지난해 예상치의 네 배를 웃도는 1156억 홍콩달러(약 15조 원)의 재정 흑자를 기록했다. 향후 8년간의 인프라 투자 예산도 확보된 상태. 넘쳐나는 재정 흑자를 어떻게 줄이느냐가 홍콩 정부의 고민이라고 코트라 홍콩무역관 측은 분석했다.

중국의 특별행정구 마카오에는 요즘 세 가지 냄새가 진동한다. '돈'과 '사람(관광객)' '건물' 냄새다. 2002년 마카오에 카지노 빗장이 열린 후 미국 라스베이거스 자본과 영국·호주·홍콩 등지에서 뭉칫돈을 싸든 투자자들이 밀물처럼 몰려오고 있다. 마카오에 지금 떠도는 외국 돈만 대략 300억 달러(약 28조2000억 원). 마카오 방문객은 대폭발 수준이다. 지난해 총 방문객이 1486만여 명. 같은 기간 홍콩 방문객 2816만 명의 절반 수준이다. 마카오 방문자 중 51%가 중국인, 31.6%가 홍콩인이지만, 한국인도 22만5000명이나 됐다.

지식 집약형 경제도시를 지향하는 싱가포르는 지난해 일자리 17만개를 새로 만들었다. 신개념의 주룽산업단지에 외국 기업을 대폭 유치한 결과다. 현재 실업률은 2.4%. 자발적 실업을 감안하면 이는 사실상 완전 고용을 의미한다.

부산과 다른 점은

   
지구촌에서 번영을 구가하는 도시국가들은 부산과 무엇이 같고 다른가. 인구로 보면, 싱가포르가 440만, 홍콩이 700백만, 마카오가 52만, 두바이가 250만 명으로 부산(360만 명)이 별로 열세가 아니다. 항구를 낀 해양도시라는 점과 주민 의식이 자유롭고 개방적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홍콩,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부산이 세계 간선 항로상의 요충지에 위치한다는 것도 닮았다.

그러나 이들 도시와 부산은 '경제적 자유' 부분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난다. 미 헤리티지 재단이 홍콩을 14년째 연속 '가장 자유로운 국가'로 선정한 것은 별도로 쳐도, 싱가포르 마카오 두바이 모두 '투자 천국'으로 각광받고 있다. 고도의 경제적 자유가 이들 도시에 활력을 불어놓고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와달리, 부산에선 여전히 외국인들이 투자하기를 꺼린다. 세금이 여전히 높고 고용 사정이 불안한 것도 이유다. 경제자유구역에 오히려 자유가 없다는 아우성도 들린다. 그러는 사이, 부산은 항만을 끼고 있음에도 별 특징없는 도시가 되고 있다. 이를 극복, 해결하는 대안이 도시국가 전략이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도시가 역사의 주역으로

지난 대선 때 한 다스의 후보군 맨 끝에 이름을 올려놓은 이회창 후보는 파격적인 공약 하나를 내놨다. 그는 "50년 앞을 내다본 큰 틀의 국가 개조가 필요하다"며 "대통령이 되면 지방정부에 독립국가에 준하는 자유와 권한을 주고 도시국가처럼 세계 속에서 뛰도록 하겠다"고 목청을 돋웠다. 여러 개의 도시국가로 구성되는 '연방제 한국'을 비전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는 집권 내에 헌법 개정도 하겠다고 강변했다. 낙선 이후, 그의 공약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지만 다시 음미해 볼 대목이다. 50년 앞을 내다보는 국가 비전의 화두를 던졌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기 때문이다.

국가 대신 도시가 힘을 발휘하는 징후는 도처에서 감지된다. 세계 주요 연구소들은 주요 경제지표(순위)를 도시별로 바라보고 분석한다. 도시국가(city-state)는 일반적으로 그 영역이 소규모이면서 독립하여 국가를 구성하는 인간의 조직체를 말한다. 가장 오랜 형태는 BC 1000년께에 출현한 동지중해의 소국들이다. 그러나 제대로 힘을 쓰기 시작한 것은 중세 후반 이탈리아에서 번영한 베네치아·피렌체·밀라노 등의 정치체들이다.

도시국가의 전통은 우리에게도 있다. 서기 2~6세기 낙동강을 따라 번영한 가야의 제국(諸國)들이 일종의 도시국가였다. 김해지역 낙동강 하구 연안에 들어섰던 가락국(금관가야)은 강과 바다의 요지를 장악, 북방의 낙랑과 대방, 남방의 왜를 잇는 중계무역으로 부를 축적했다. 당시 가락국 판상철부는 화폐로 기능했다.

1, 2차 세계대전을 겪은 후 세계사의 격변기에 등장한 도시국가는 20세기 가장 역동적인 국가 형태로 자리잡는다. 싱가포르와 홍콩, 마카오, 두바이가 바로 그런 범주에 속한다. 이들 도시국가의 경제적 번영은 도시의 역할과 기능을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되었다.

부산대 국제전문대학원 이철호(국제정치) 교수는 "최근의 지구화·지역화·정보화는 초국가주의에 기초한 '새로운 지역'을 만들고 협력과 문제해결의 주체 역시 국가가 아니라 지방정부, 비정부기구, 기업가 등 도시가 주도하고 있다"면서 "도시의 시대에 부산이 도시국가 전략을 갖고 동남권 등을 통합경제권으로 확대해가는 것은 자연스런 흐름"이라고 말했다.

부울경을 합친 동남권은 2006년말 현재 인구 770만 명으로 홍콩과 비슷하며, 지역내총생산(GRDP) 규모가 1560억 달러에 달해 전 세계 국가별 순위에서 36위에 오를 만큼 상당한 경제력을 보여주고 있다.

도시국가가 되려면

국가 발전론과 관련, 한때 핀란드나 싱가포르·아일랜드·덴마크 같은 강소국(强小國)론이 유행한 적이 있고, 우리와 인구가 비슷한 프랑스·독일·영국 등을 닮자는 강중국(强中國)론이 제기된 적도 있다. 어느 것도 우리에게 딱 맞는 옷이 없고 보면, 새로운 체제 도입은 지난한 숙제다. 일본의 경제평론가인 오마에 겐이치는 지역국가론을 제기한다. '다음 단계의 글로벌 무대(The next global stage)'란 책에서 그는 "국민국가 단위로 경쟁하던 시대는 끝났다"면서, 글로벌 경쟁의 중심은 이미 지역국가로 넘어갔다고 말한다. 유연성·개방성·전문성을 갖추고 세계와 직접 소통하는 '지역국가'들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세계화 시대의 국가 운명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오마에의 지역국가론은 도시국가의 다른 이름이다.

어떻게 하면 도시국가가 되는가. 답은 일찍 도시국가가 된 나라들이 해주고 있다. 먼저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돼야 한다. 도시가 자체 입법권을 갖는 수준의 자치권이어야 한다. 무비자, 무규제 등은 자치권이 확보되지 않으면 도입하기 어렵다. 동시에 △경제적 자율성 확보가 관건이다. 무과세 또는 최소 과세를 통해 투자천국을 만들고, 불필요한 분규를 차단해야 한다. △영어 공용화도 필요하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곳에서 활발한 경제활동이 벌어질 수 없다. 글로벌 인재 양성 및 확보를 위한 선진 교육체계도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어느 것 하나 간단치않은 과제지만, 지방분권을 가속화해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민의 역량이다. 도시 비전과 새로운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 열망 없이는 그 무엇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2. 2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3. 3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4. 4‘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5. 5[근교산&그너머] <1484> 통영 학림도 망산
  6. 6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7. 7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8. 8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9. 9아직 관객 많은 ‘오디세이’인데…아이맥스관에서 내린 사정
  10. 10아울렛서 만나는 김해 도자기
  1. 1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2. 2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3. 3[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4. 4부울경 광역의회 협력강화 선언 “미래산업 함께 육성”
  5. 5李 대통령 “국민 생명·안전 지키기가 최우선”
  6. 6‘가상자산 과세 유예’ 결론 못낸 당정
  7. 7여야 ‘조희대 국조’ 두고 공방 격화
  8. 8[속보] 대통령비서실, 30억 들여 월평균 11회 여론조사…내용은 비공개
  9. 9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10. 10조현, 한미관계 난기류 우려에 “벨트 단단히 매면 돼”
  1. 1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2. 2‘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3. 3퇴직금 2028년부터 사외적립…체불 예방
  4. 4부산시 “부산에 글로벌 AI 허브 유치하겠다”
  5. 5미래에셋·대신증권·빗썸도 뚫렸다(종합)
  6. 6사실상 금융업 전체가 다 털릴 판…靑, 긴급 대응회의(종합)
  7. 7첫 100조 분기매출 하닉 “100조 주주환원 하겠다”(종합)
  8. 8전용터미널·화주 인센티브 등 북극항로 상업운항 지원 요구
  9. 9부산과학기술협의회·CTO평의회 역량 확대
  10. 10부산銀 센텀센터, 스타트업 지원 거점화
  1. 1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2. 2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3. 3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4. 4아울렛서 만나는 김해 도자기
  5. 5영업중단 이어 단전 위기…피가 마르는 홈플러스 입점업체들
  6. 6후배 경찰 신체 ‘덥석’…파출소 팀장 추행 혐의 피소
  7. 7부경대 5108명 정보유출…위탁보안 비상
  8. 8“일부 수사 강압·부실” 부산변회, 권한 커진 경찰 첫 평가
  9. 9김해 어르신 생활 불편 해결해 드립니다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9일
  1. 1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2. 2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3. 3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4. 4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5. 5‘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6. 6‘은퇴 기로’ 손아섭, 2년 만에 NC로…3000고지 향한 행진 계속
  7. 7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8. 8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9. 9김해FC, 제6대 사령탑에 설기현 감독 선임
  10. 10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