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롯데호텔 파티셰 오진선 씨는 요즘 제과 제빵일을 배우려는 이들이 너무 쉽게 하려는 게 문제라며 기본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꿈만 있고 열정이 없는 사람들이 많아요. 제대로 파티셰가 되려면 3년 이상 인고의 세월을 겪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일에 재미를 느끼고 끝까지 갈 수 있어요."

부산롯데호텔 베이커리 델리카한스의 파티셰 오진선(36) 씨. 그는 요즘 케이크나 빵만들기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많지만 정말 열정을 가진 이들은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과거엔 빵이나 케이크 과자 등을 한 명이 다 만들었지만 지금은 전문화되는 추세다. 그래서 케이크 만드는 사람을 파티셰, 빵굽는 사람을 브랑제리, 초콜릿 만드는 사람을 쇼콜라티에라고 부른다.

"저는 케이크에서부터 빵과 디저트용 과자 등 다양하게 배웠어요. 롯데호텔에 입사한 뒤에도 빵과 디저트 파트를 두루 거쳐, 지금은 5년째 케이크를 만들고 있지요. 저는 자연스럽게 파티셰가 된 거죠."

그는 지난 91년 1년 과정의 제빵 기술훈련원을 수료한 뒤 92년부터 제과점에서 빵과 케이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97년 1월 부산롯데백화점이 개점할 때 입사했다. 올해로 롯데에서만 11년째다. 그는 어릴 때부터 빵을 너무 좋아해 고교졸업 후 곧바로 빵만들기에 매진했다. 그는 호텔에 근무하게 된 게 행운이라고 말한다.

"호텔에서는 케이크에서부터 디저트 과자류 초콜릿 등 다양하게 상품을 만들지요. 케이크도 일반 파티용은 물론 이벤트 결혼식 등 용도가 워낙 다양해요. 이 모든 것을 경험해 보는 게 무척 좋아요. 특이한 경험도 있어요. 컨테이너 회사에서 연말파티용으로 컨테이너 모양의 케이크를 주문한 적이 있지요."

케이크의 경우 이처럼 주문 생산이 많아 더 재미있다고 그는 말한다. 구매자의 요구대로 만드는 게 힘들긴 하지만 다양한 기술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 때는 초콜릿 2002개가 곁들여진 케이크를 만들기도 했다. 요즘은 생화를 활용하는 생화케이크가 인기다. 케이크에 생화를 꽂는 것이다. 또 이성친구에게 선물하는 케이크의 경우 초콜릿으로 글을 쓰도록 주문하기도 한다.

"케이크는 초미니에서부터 초대형까지 다양합니다. 주문용 케이크는 10만 원부터 150만 원대까지 크기와 모양에 따라 천차만별이지요. 어떤 케이크는 만드는 데 한 달 걸리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주문할 때는 시간여유를 갖고 미리 주문하는 게 좋아요."

통상 일정 기간 경력을 쌓으면 숍을 내기도 하지만 오 씨는 아직 그럴 생각이 없다. 다양한 케이크를 만들 수 있는 데다 지금도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현재의 일이 너무 재미있어 만족감도 크다.

"저는 국내 최초로 호텔 제과점의 제과장이 되는 게 꿈이에요. 아직 여성 제과장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호텔에 근무하면 해외 연수 등의 기회도 있어요. 조금 더 배워 최고의 파티셰가 되고 싶어요. 그러다보면 제과장이 될 수도 있지 않겠어요."

실제로 그는 지금도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최근에도 보리새순을 갈아서 케이크재료로 활용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대학원에서 식품공학 석사과정을 다니고 있다. 배운 것을 업무에 접목시키는 것도 잊지 않는다. 요즘은 재료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각종 과일은 물론 콜라겐 파우더 녹차 등도 모두 재료가 된다.

"우리나라 케이크는 장식이나 기교를 많이 부리는 편입니다.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일본풍이 많이 접목됐기 때문이지요.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쪽은 기교가 거의 없어요. 매우 심플하지요. 우리나라에선 아직 심플한 게 안먹혀요. 하지만 심플한 게 만들기 더 어렵거든요. 아마도 시간이 지나면 우리도 유럽풍으로 갈 거라고 봐요."

그는 그래서 올해 유럽을 다녀오는 게 꿈이다. 본토라고 할 수 있는 유럽의 케이크와 과자들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제과 제빵을 제대로 배우려면 기본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기본은 좋은 재료와 철저한 위생관리 그리고 제조 공정을 제대로 지키는 것 등 세 가지다. 그는 "요즘 실습 오는 학생들을 보면 배우려는 자세가 안된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일을 너무 쉽게 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말 제빵요리사가 되고 싶으면 투철한 프로정신을 갖춰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