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아 (주)코아프로덕션 기획실장은 "부산에도 중극장 2~3개 관이 조만간 문을 여는 등 인프라가 좋아지면 공연 문화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민호 인턴기자

"연극공연을 성공적으로 펼치고도 조기에 종영해야 하는 게 부산의 현실입니다. 아직 서울에 비해 시장이 작은 탓이지요. 하지만 전 부산은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재능과 열정을 가진 배우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조은아(40) (주)코아프러덕션 기획실장은 부산지역 공연시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조직위원회 집행위원도 맡고 있는 그는 부산에서 공연기획에 매진해온 전문가다. 극단을 만들어 연극 및 뮤지컬 제작에도 열정적으로 참여한 경력을 갖고 있다. 지금은 지난 6월부터 서울업체인 (주)코아프로덕션에 몸담고 있다. 하지만 그는 부산을 떠난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전 부산에서 잔뼈가 굵었고, 앞으로도 부산에서 일을 할 겁니다. 부산은 잠재력이 큰 도시니까요. 다만 지금은 서울이란 거대 시장에서 작품 기획과 제작에 대해 한 수 배우는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조 실장이 공연기획에 뛰어든 것은 우연과 필연이 겹친다. 지난 93년부터 광고기획사인 '예원애드컴'을 운영하던 그는 96년 우연히 공연기획을 맡게 된다. 이윤택 씨의 연희단거리패를 초청, 연극 '우리에겐 또다른 정부가 있다'를 가마골 소극장 무대에 올렸다. 이것이 그의 첫 공연기획 작품이었다. 1개월간 성공적으로 공연을 이끈 그는 공연기획에 본격 눈을 돌리게 된다. 여기까지는 우연적인 요소가 있지만, 그의 남편이 연극인이란 점을 감안하면 필연일 수 있다.

"그때부터 광고보다는 공연에 매진했어요. 그 해 가을에 극단 사다리의 어린이 연극 '브레멘 음악대'와 '강정균 마임'을 잇따라 공연을 했습니다. 당시 공연기획은 배우출신이 많이 했기 때문에 전 조금은 별종이었지요. 하지만 광고·홍보 경험이 많아 유리한 점도 있었어요. 언론을 통해 홍보를 하고 후원자를 끌어오는 부분은 잘할 수 있었거든요."

그는 2000년 1월 마침내 공연기획사인 '문화향기'를 설립했다. 이때부터 그는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을 무대에 올리며 자리를 잡아갔다. 2001년에는 어린이 연극단 '작은세상'을 창단하기에 이르렀다. "연극단 창단 공연으로 아동극 '빨간도깨비 파란도깨비'를 연당소극장 무대에 올렸지요. 상당히 성공적이었어요. 문예진흥기금을 받아 이 작품으로 장애인학교 순회공연도 하고 야외공연으로 관객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년 뒤인 2003년 극단을 해체했습니다. 어린이극의 저변이 얕으니까 한계를 느낀 배우들이 떠난 것이지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조 실장은 2003년 '마술사 닥터 웁스'란 제목의 창작극을 경성대 소극장 무대에 올렸다. 당시 엔터테인먼트극이 붐을 이룰 때였다. 7000여 명의 관객이 찾았다. 관객수로는 꽤 성공적이었다. 2004년에도 '비언소'란 작품을 역시 경성대 소극장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도 반응이 좋았다. 두 작품의 기획 제작을 하면서 조 실장은 부산 공연시장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봤다.

"관객 동원에는 성공했지만 수지면에서는 손실을 봤어요. 재차 얘기하지만 부산엔 좋은 배우가 있고 관객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한계가 있어요. 우선 스폰서를 구하기 어렵습니다. 티켓만 팔아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지요. 아마도 서울에서 '웁스' 정도 성공을 거뒀다면 장기공연으로 갔을 겁니다. 투자자가 없으니까 버틸 수가 없어요."

그는 결국 2004년 12월 문화향기를 폐업하고 프리랜서로 나섰다. 2006~2007년 부산국제연극제 기획홍보실장을 맡기도 했다. 어려운 시기를 보낸 그는 올해부터 새 희망을 보고 있다. 현재 몸담고 있는 코아프로덕션에서 아동극 '뽀로로와 요술램프' 제작을 맡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반 고흐와 해바라기 소년' 등 아티스트 뮤지컬 공연을 기획중이다. 여기에다 지난 8, 9월 2개월간 문화관광부 연수프로그램의 하나로 영국 프랑스 등 유럽지역 공연현장을 다녀왔다. 서울에서의 활동과 유럽 연수는 그에게 '보약'과도 같다. 그는 "부산에도 중극장이 곧 들어서게 되는 등 앞으로 문화 인프라가 좋아질 것"이라면서 "저의 역량을 키워 부산지역 공연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