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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식교수의 이야기 가야사 여행 <35> 메이드 인 대가야

굽다리접시 등 고령식 토기 가야권 전역으로 영역 넓혀

가라국 성장과 일치…대가야 멸망한 뒤 신라계 문물로 대체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7-09-27 22:42:38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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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야 대왕명문 토기와 대가야 토기의 하나인 굽다리접시(왼쪽 사진)


가야는 토기 밖에 없었나

이제는 우리 주위에도 제법 많은 박물관이 생겨나, 어렵지 않게 가야의 역사와 문화에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야각국의 역사가 펼쳐졌던 김해 부산 고령 합천 창녕 함안 등에는 가야문화 중심의 박물관이 건립되었고, 수많은 가야유물들이 진열장을 가득 메우게 되었습니다만,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단연 가야토기입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수많은 가야토기의 다양성과 미적 감각에 대한 감탄보다는 "가야는 토기 밖에 없었나? 왜 토기만 전시하고 있는 거지?"와 같은 의문이나 식상함을 가지시는 분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의 많은 박물관이 그렇듯이, 고고학 중심의 박물관이라서 그렇고, 고고학의 중심에는 토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종류의 유물 중에서도 토기는 가장 수량이 풍부하고, 유행의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시기의 추정이나 문화의 특징, 또는 세력판도의 변화 등을 읽어내는데 좋은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조금은 지루할지도 모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시면, 그 특징과 변화에서 읽을 수 있는 가야의 역사와 문화가 만만치 않을 겁니다.

가야토기의 지역색

우선 낙동강 서쪽에 주로 분포하는 가야토기는 낙동강 동쪽의 신라토기와 차이를 보입니다. 고배(高杯)로도 불리는 굽다리접시들을 자세히 보세요. 2단의 다리부분에는 상하로 네모 난 창이 각각 뚫려 있습니다만, 신라토기의 창이 교차되는 데 반해, 가야토기 상하의 창은 직렬로 뚫려있는 특징을 보입니다. 물론 확률 100%는 아닙니다만, 아주 높은 확률로 양쪽 문화의 특징을 구분하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나아가 낙동강 서쪽의 가야토기라고 다 같은 것도 아닙니다. 김해 함안 고성 창녕 고령 등에서 출토되는 가야토기는 서로 구분되는 제 각각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예로 굽다리접시로 본다면, 뚜껑이 없는 김해식, 다리에 불꽃모양의 창을 뚫은 함안식, 다리 아래 부분을 깊게 접어 단을 지운 고성식, 다리를 축소해 뚜껑에 거꾸로 세운 창녕식, 단추모양 꼭지의 고령식 등이 눈에 띠는 특징입니다. '가야토기의 지역색'으로 불리는 것으로, '가야연맹'이 아닌 '가야 각국'의 문화적 특징을 발견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메이드 인 대가야의 확산

이렇게 고령의 대가야에서 만든 굽다리접시 긴목단지 그릇받침 등은 다른 지역과는 현격하게 구분되기 때문에, 이들을 '메이드 인 대가야'로 부를 수 있을 겁니다. 고령양식으로 부르기도 합니다만, 같은 스타일의 토기가 고령지역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대가야의 영향력이 미쳤던 지역 모두에서 출토되기 때문에 대가야 토기로 불러 좋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러한 대가야 토기는 고령을 벗어나 다른 가야지역으로도 확산되었고, 그러한 과정은 고령의 가라국(加羅國)이 서부경남지역의 대가야로 성장해 가던 과정을 보여줍니다. 5세기 1/4분기에 성립된 대가야 토기는 5세기 2/4분기부터 합천 남원 등으로 확산되기 시작해, 5세기 3/4분기가 되면 합천 거창 등은 대가야 토기 일색이 됩니다. 5세기 4/4분기에서 6세기 2/4분기에는 함양 남원이 대가야 토기 일색으로 변하고, 산청에서 하동까지 진출하게 되며, 진주 고성까지 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물론 대가야가 망하는 6세기 3/4분기가 되면 전북일부와 서부경남의 대가야 토기는 신라계 문물로 대체됩니다. 이러한 대가야 토기의 확산과정은 고령의 가라국이 다음의 3단계에 걸쳐 진출하던 모습으로 확인됩니다. 5세기 중엽에 전북일부와 서부경남을 경제교역권으로 구성하였다가, 5세기 후반에는 이들 지역을 간접지배권으로, 6세기 초에는 합천 삼가 거창 함양 등을 직접지배의 영역으로 확보하게 됨으로써 명실 공히 대가야로 성장하였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현재 충남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대가야 긴목단지의 뚜껑과 몸통에 각각 새겨져 있는 '대왕(大王)'이란 명문이야말로 이러한 '가야 왕중왕(王中王)'의 위상을 잘 웅변해 주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인제대 역사고고학과 교수·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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