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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식교수의 이야기 가야사 여행 <34> 가야금 12곡에 얽힌 사연-하

대가야, 김해 정통성 계승 천명위해 하가라도 앞세워

건국신화 비춰볼때 하가라도는 김해 가락국일 듯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7-09-20 20:21:12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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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상하(上下)

가야금12곡의 제1곡명은 하가라도(下加羅都), 제2곡명은 상가라도(上加羅都)입니다. 상식적으로 볼 때, 상가라도가 먼저 나오는 것이 타당하겠지만, 상과 하가 뒤바뀐 채, 제1곡에는 하가라도가 배정되었습니다. 더구나 지난주에 소개해 드린 것 같이, 상가라도를 고령의 대가야로 보는 데에는 이견이 없기 때문에, 가야 여러 나라의 통합을 위해 가야금12곡을 작곡시켰던 대가야 왕의 대외적 주장을 생각한다면, 가야금12곡의 제1곡명으로 대가야의 상가라도를 먼저 내세우는 것이 유리했을 겁니다. 그러나 가야금 12곡명의 배열은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배열의 의미에 대해 별도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가라도에 대해서는 고령(상가라도) 바로 아래쪽의 합천으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가야사의 전개와 건국신화에 비추어 볼 때, 김해의 가락국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일본의 동대사(東大寺) 정창원(正倉院)에 전해지는 가야금은 신라금으로 불린다.
두 개의 건국신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야의 건국신화는 구지봉에 내려온 여섯 알 중에서 가장 큰 알이 가락국의 수로왕이 되었고, 나머지는 흩어져 다섯 가야의 왕이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김해에 전해지는 김해 중심의 건국신화입니다. 이에 비해 해인사가 있는 가야산에는 또 다른 가야의 건국신화가 있습니다. 가야산신이 천신에 감응되어 대가야왕 뇌질주일과 금관국왕 뇌질청예를 낳았다는 내용입니다. 고령의 대가야가 형으로, 김해의 금관국은 동생으로 설정되었습니다. 대가야왕은 '붉은 해'의 주일(朱日)로 칭송되었으나, 금관국왕은 '새파란 후손'이란 뜻의 청예(靑裔)로 격하되었습니다. 고령(합천)에 전해지는 대가야 중심의 건국신화입니다. 김해의 건국신화에는 다른 가야국과의 관계가 여섯 알(六卵)로 표현되었지만, 대가야의 건국신화는 김해와의 관계만을 언급하고 있을 뿐입니다. 금관국은 여러 가야국과의 관계를 의식하고 있었지만, 대가야는 김해와의 관계만을 주장하였습니다. 후기가야의 대가야는 스스로를 형으로, 금관국을 동생으로 주장하면서도, 가야적 정통성의 계승을 전기가야의 중심이었던 김해에서 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상보다 하를 앞세워 제1곡에 하가라도를 배열하였던 까닭은 후기가야의 중심국인 대가야가 전기가야의 중심국이었던 김해가 가지고 있었던 가야적 정통성의 계승을 대외적으로 천명하려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김해 가락국의 정통을 계승한 것이 우리 대가야이고, 이제 그러한 권위를 배경으로 가야금12곡에 포함시킨 가야 여러 나라를 통합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던 겁니다.

우륵의 초상
우륵의 비애

그런데 정작 가실왕의 명을 받들어 가야금12곡을 작곡했던 우륵은 고령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삼국사기'는 우륵의 출신지를 성열현(省熱縣)으로 전하는데, 현재의 의령군 부림면입니다. '일본서기'를 참고로 할 때, 부림면 신반에는 산반해국(散半亥國)이라는 가야국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대가야왕은 다른 가야국의 백성인 우륵을 고령으로 불러들여 가야금12곡을 작곡시키는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가야금12곡을 작곡한 우륵은 대가야가 멸망하기도 전에 고향의 의령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신라에 투항하였고, 신라의 진흥왕은 그를 충주에 안치시켰습니다. 충주의 탄금대는 가야의 망명객 우륵이 한강유역 전투에서 귀환하는 신라의 진흥왕을 위해 가야금을 연주했던 것에서 남은 이름입니다. 진흥왕은 가야금에 매우 끌렸었고, 음악의 정치적 효용에도 정통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망한 나라의 음악이라는 신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을 키우게 했고, 끝내는 신라의 국악으로 정착시켰습니다. 피정복국 가야의 음악이 정복국 신라의 국악이 된 셈입니다. 일본 동대사(東大寺) 정창원(正倉院)에 전해지는 가야금이 신라금으로 불리게 된 사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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