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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며 즐기는 新장수마을 <2> 진주시 이반성면 서촌마을

수호신 회화나무 덕 주민 모두 `구구팔팔(99세까지 팔팔하게 산다)`

낙천적 생활에 쉼없이 움직여… 65세 노인회 가입 엄두못내

황토방서 건강 다지고 전통 메주·청국장 만들어 '손맛 '자랑

  •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  |   입력 : 2007-03-16 20:31:08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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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시 이반성면 하곡리 서촌마을 주민들이 500년 넘은 회화나무 주변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서순룡 기자 seosy@kookje.co.kr


경남 진주시 이반성면 하곡리 서촌마을 이야기는 500년 넘은 회화나무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을 입구에 우뚝 선 이 나무는 주민들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내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하다. 주민들은 한결같이 이 나무가 마을의 안녕과 주민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고 믿고 있다. 한국전쟁 때도 다른 마을은 쑥대밭이 됐지만 우리 마을은 안전했다며 복받은 마을임을 자랑한다.

남해고속도로 진성IC에서 빠져 나와 국도를 따라 10분가량 가면 반성수목원이 나온다. 이곳에서 좌회전하면 이반성면사무소가 나오고, 여기서 조금 더 가면 이 회화나무가 있는 서촌마을이다.

지난 14일 서촌마을.

주민 20여 명이 장작으로 불을 지핀 황토찜질방에서 찜질을 하고 있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손갑남(91) 할머니는 얼핏 보기에 70대 중반 쯤인 듯 했다. 세월도 그를 비켜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일찍 자고,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 말고는 다른 것이 없어." 이런 느낌을 눈치라도 챈 듯 손 할머니가 밝힌 장수 비결이다. 손 할머니의 며느리 정둘자(54) 씨는 "특별히 가리는 음식이 없고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이신다"며 "커피 대신 녹차를 마시며 낙천적으로 생활하신다"고 거들었다. 손 할머니 옆에 있던 손아래 동서인 정채임 할머니도 올해 아흔이다. 두 할머니는 이 마을에서 70년 넘게 '동서애'를 과시하며 살고 있다. 이렇게 주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찜질방은 겨우내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찜질방 옆 마을회관에는 헬스기구가 차려져 있다.

정만학(91) 할아버지의 일과는 마을회관에서 시작된다. 정 할아버지는 가는 귀가 먹어 작은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것을 빼고는 아직도 직접 농사일을 할 만큼 정정하다. 농한기인 요즘 어김없이 오전 6시에 일어나 30여분 동안 마을을 한바퀴 돈 뒤 아침을 먹고 9시께 마을회관에 들른다. 이 같이 규칙적인 생활이 정 할아버지 건강의 버팀목이다.

시아버지와 시어머니께서 90세와 97세의 나이로 각각 지난해와 4년 전 세상을 떠나실 때까지 47년 동안 모셨다는 김정자(75) 할머니는 "남편(정태훈·74)과 함께 출가한 아들 딸 5명에게 먹을거리를 보내주는 재미로 아직도 논밭 2000여 평을 일구고 있다"며 "주민들이 장수하는 비결은 부지런함에 있다"고 말했다.

이 마을 운영위원장인 이평규(66) 씨는 "65세 이상이면 마을 노인회에 가입할 수 있지만 90세 이상이 세 분이고 80대는 열 분이 넘는 등 고령자가 많아 60대는 노인회에 가입할 엄두를 못낸다"고 말했다.

찜질방 옆에는 주민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청국장 및 전통메주 가공 사업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마을에서 손맛이 좋기로 소문난 강필순(86) 안병분(81) 할머니가 생활개선회 회원들과 함께 청국장을 만들고 있었다. 주민들이 손맛을 이용해 소일거리를 갖고 용돈도 벌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이 사업장은 지난해 진주시 지원을 받아 만들었다. 진주시는 이 마을을 '농촌건강 장수마을'로 선정하고 사업비 5000만 원을 지원했다. '생토진미'란 상표를 붙인 '서촌건강장수마을' 청국장과 메주는 벌써 유명세를 타고 있다. 첨가제 없이 황토방에서 발효시킨 청국장은 ㎏당 1만8000원에 주문 판매(055-754-7591)하고 있다. 올해로 6년째 이장을 맡고 있는 최인달(59) 씨는 "하반기부터는 된장과 간장도 만들어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손두부 제조 시설이 만들어지고 공동 한우 종자소 입식 사업도 추진된다. 진주시보건소도 매주 2, 3차례 마을을 방문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방 의료서비스를 벌이고 있다. 동행한 진주시 농정기획과 정광호 과장은 "고령화 핵가족화 등으로 빚어지는 농촌마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공동체 활동 지원 사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2남2녀의 자녀를 출가시켜 외지에 내보내고 부인과 단둘이 살고 있는 변정세(75) 할아버지는 "지금껏 이 마을에서는 젊은 사람이 병이나 사고로 죽은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며 "현재 병상에 있는 어른도 없다"고 말했다. 변 할아버지는 "이게 다 마을 수호신 덕택"이라고 덧붙였다.

마을을 나서면서 바라보니 이 회화나무가 처음 들어올 때 느낌보다 훨씬 영물스러워 보였다.


# 손갑남 할머니·정둘자씨

-'모자 같은 고부간' 든든한 마을 지킴이

이 마을 최고령인 손갑남(91·사진 왼쪽) 할머니와 며느리 정둘자(54·사진 오른쪽) 씨는 이 마을의 든든한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꽃다운 열여덟 나이에 이웃인 진주시 사봉면에서 시집온 손 할머니는 73년째 이곳에서 터를 잡고 살면서 마을의 대소사는 빠짐없이 챙기고 있다.

며느리 정 씨도 마을 사랑엔 시어머니 못지 않다. 이반성면 바르게살기 여성 부회장이면서 면 자원 봉사대 및 생활개선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이 마을 청국장 담그기 사업 책임자이기도 하다. 마을 부녀회에서 총무를 4년, 회장을 6년이나 맡고 있다. 그는 손 할머니의 뒷바라지가 없었으면 봉사 활동을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정 씨는 "시어머니가 청소 등 집안 일을 도맡아 해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지금도 마을을 위해 봉사 활동을 나가라고 독촉하신다"고 웃으며 말했다.

"우리 사이에는 고부 간의 갈등이란 없어, 그래서 남들이 우리를 부러워하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집에 가만히 있지 않고 돌아다닐 꺼여." 요즘 말로 하면 손 할머니는 '젊은 언니'다.


# 서촌마을은

- 영봉산 둘러싸여 산세 수려한 오지

- 송민순 장관 등 명사배출

- 하우스에 단감·배 주작목

서촌마을 주민들이 황토찜질방에서 손체조를 하고 있다. 서순룡 기자
서촌마을은 마산과 함안, 의령군 등 1개 시 2개 군을 경계로 영봉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산세가 수려한 산골 마을이다.

송민순 현 외교통상부 장관과 허철호 전 울산지검 부장검사, 송병순 전 영남대 사범대학장, 이해규 전 삼성중공업 부회장, 손민한 프로야구 롯데 투수, 강갑중 경남도의원 등이 이 마을 출신이다. 그만큼 유명인이 많이 배출된 마을로 소문나 있다.

이 마을 입구에는 500년 넘은 회화나무 한 그루가 있다.

높이(수고) 20m, 둘레(흉고) 5.7m인 이 나무를 주민들은 건강 수호신으로 믿고 있다. 이 나무는 마을에 가뭄이 들거나 어렵운 일이 생길 때마다 큰 둥치 곳곳에서 맑은 수액을 흘렸고, 이 수액이 흘러내리고 나면 가뭄이 멈추고 좋은 일이 생겼다고 한다. 이 나무에 정성껏 공을 드리면 소원이 이뤄지고 그 수액을 마시면 백년장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지금도 주민들은 음력 정월 대보름 새벽에 이 나무 밑에서 동신제를 지내며 인근 마을에서도 기도를 드리러 온다.

서촌마을 특산품인 '생토진미' 청국장과 메주.
또 이 마을 남쪽으로 바라보이는 산 중턱에 높이 3m, 길이 3m가량 되는 굴바구라는 동굴이 있다. 이 동굴에서 여름에는 찬바람이 나오고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데 노인들이 이곳에서 바람을 쇠면 신경통에 좋다하여 찾는 이가 많다. 마을 주민 강선중(74) 씨는 "내가 젊었을 때인 30, 40년 전만 해도 여름에 가뭄이 들면 어김없이 나무에서 수액이 흘러내렸다"며 "하지만 마을 진입로 포장 공사를 하면서 나무 뿌리를 자른 통에 이 같은 현상이 멈췄다"고 아쉬워했다.

마을의 주 작목은 시설하우스와 단감, 배이다.

해주 정 씨와 진주 최 씨가 많은 서촌마을에는 42세대 95명(남자 51·여자 44)이 살고 있으며 이 중 65세 이상이 35명(36.8%)이다.

◇ 서촌마을 주민 현황

 

55세미만

55~64세

65~74세

75~84세

85세이상

계

남

25

9

13

2

2

51

여

20

6

12

3

13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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