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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 사람들 <9> 을숙도 뱃사공` 황석용 선장

52년째 낙동강 하구 지킴이 "돛단배 만들어 띄우는게 꿈"

3대째 어부 "낙동강이 네식구 먹여 살렸지요"

5년전부터 하구 소개하는 생태가이드 역할도

"30~40년뒤 갯벌엔 갈대만 앙상하게 남을지도"

  • 김해창 기자 hckim@kookje.co.kr
  •  |   입력 : 2007-02-23 21:17:35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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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용 선장이 선외기를 타고 낙동강 하구를 둘러보면서 하구와 함께 해온 자신의 평생 어부 생활 50여 년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낙동강 하구에 50여 년을 어부로 살아왔고, 5년 전부터는 하구를 소개하는 생태가이드 역할도 하면서 앞으로는 돛단배를 만들어 을숙도의 영원한 뱃사공이 되길 꿈꾸는 뱃사람이 있다. 황석용(64)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21일 오후 부산 사하구 장림선착장에서 그를 만나 배를 타고 하구를 한바퀴 둘러봤다.

선착장에 묶여 있는 황 씨의 배는 재첩 채취선, 목선, 해태 운반선, 바지선까지 합쳐서 모두 4척이란다. "선장님, 부자시네요"라고 기자가 말을 꺼내자 황 선장은 손사래를 하며 재첩 채취선인 '학성 2호'의 시동을 켰다. "이건 0.47t짜리 선외기인데 1000만 원도 안 들어요. 이 기계 얹은 게 벌써 17년이나 됐네요." 황 선장은 요즘 배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주로 재첩 양식을 해왔는데 몇 년 전부터는 돈이 안 돼 종패를 안 넣어요. 대신 을숙도 갈대밭 수로로 가자는 사람이 있으면 한두 번 태워주는 정도로 소일하고 있는 거지요. 왕년에는 진짜 어부 노릇했는데…." 황 선장은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 보따리를 술술 풀어냈다.

"내가 3대째 어부라요. 장림선착장 근처에서 태어났는데 13살 때 초등학교 다니다 아버지 일 도우면서 학교도 그만두고 어부가 됐지요. 그러면서도 '서울 강의록'을 구독해 영어, 천자문을 독학했어요. 그래서 남들이 내 필적을 보면 놀라요." 그는 올해로 52년째 하구에서 어부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황 선장은 "한창 젊었을 때는 장어 죽망을 나 혼자 33개 정도 했어요. 어장도 3, 4가지를 한번에 했는데 멸치 안강망 할 때는 하루에 한두 시간밖에 못자면서 부지런히 어장을 했어요. 해태도 지주식으로 130척을 했지요. 70년대 중반에서 80년대 초반 하구언 생기기 전에는 민물장어를 6관(1관은 3.75㎏)까지 잡기도 했고 노랑가오리, 감성돔, 혹돔, 큰 도다리도 대여섯마리씩을 잡았어요. 그 때 돈벌어 집도 사고 다 죽어가던 우리 집사람도 살렸지요. 어쨌든 낙동강 하구가 우리 식구를 먹여 살려왔는데 지금 생각하니 참 그립네요"라고 말했다.

부인에 대한 그의 애정도 각별했다. 함께 바다일을 해오던 부인 이복덕(60) 씨가 지난 81년 심장병을 앓아 황 선장이 서울 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해 부인을 살렸는데 당시 수술비만 1500만 원이 들었다고 했다. 그 뒤 89년에 한 차례 수술을 더 받고 집일만 보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딸(38) 하고 아들(34) 시집 장가 다 보내고 이제 손주도 넷이나 되는데다 마산 사는 아들도 자주 찾아 주고, 딸 내외도 잘 살고 있어 걱정거리가 없다"며 미소를 지었다.

황 선장은 주변의 배를 둘러보면서 기자에게 일일이 설명해줬다. "저기 손질하고 있는 어장은 숭어 어장이거든요. 깃발 있는 거 있지요 저게 전어 어망이라요. 지금부터 3월까지는 잡아도 되는데 4월이 넘으면 기형 숭어가 나와요. 물이 나빠서 그런기라요. 저기 파란 그물 있는 배 보이지요. 저건 민물장어 잡는 거라요." 황 선장은 점점 신이 난 것 같았다.

"낙동강 하구는 천혜의 어장이었지요. 60~70년대엔 고기도 많고 꽃게가 모래톱 아무데나 산란을 했고, 바다 곰장어도 서식했고, 안강망 멸치도 잡고, 붕장어 새끼도 엄청나게 있었어요. 재첩도 진짜 많았지요. 그런데 지금은 재첩만 생각하면 화가 나요. 몇 년 전에 종패 3000만 원어치를 넣었는데 완전 빚만 져버렸어요."

황 선장은 낙동강 하구둑의 수문이 정말 문제라고 말한다. 그는 지금이라도 수문을 열어 하구의 생태계를 살려야 부산이 산다고 힘주어 말했다. 갯지렁이가 살아나고, 자연산 재첩, 꽃게가 하구에 되살아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어부들이 철새 보호를 하는 환경단체에 불만을 터트리면 '환경이 살아야 어민도 산다'며 오히려 환경단체를 두둔할 정도로 NGO의 마음도 갖고 있었다.

황 선장은 을숙도 남단 갈대 쪽으로 다가가자 선장에서 나룻배 뱃사공으로 변했다. "70년대 초반에는 어선을 하면서도 하단에서 을숙도로 아베크족들을 많이 실어줬어요. 지금은 기둥뿐인 똥다리를 건너서 참 많은 사람들이 을숙도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거예요. 지금 생각하면 참 낭만적이었지요. 그때는 어장도 잘 되고 나룻배 일도 잘 됐어요." 그는 이날 썰물시간이 돼 갈대숲 수로로 들어갈 수 없어 아쉽다고 했다.

"그런데 말이죠. 갈대가 나면서 등이 높아지면 철새가 안 와요. 갈대가 1년에 엄청나게 번져 나오는데 갈대 뿌리밑이 더 빨리 깎여 나가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앞으로 30~40년 뒤엔 갈대만 앙상하게 남을 지도 몰라요." 50여 년의 하구 갯벌에 대한 각종 정보가 그의 머릿속에 입력돼 있는 것 같았다.

황 선장은 자신의 목선을 돛단배로 개조해 을숙도를 찾는 이들에게 하구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60년대엔 풍선(돛단배)을 했는데 지금 있는 목선도 76년도에 집에서 조선한 거예요. 그 때 돛을 만들어봐서 지금도 만들 수 있어요. 예전엔 돛을 광목으로 만들다보니 관리하기 힘들었지만 요즘엔 재질이 좋아져 문제 없어요. 향나무로 돛대를 세워 돛단배 띄우면 얼마나 좋겠어요. 돛단배 원리는 요트하고 똑같거든요. 바람이 없으면 노를 젓고 삿대라도 질러 다니면 되지요 뭐. 기계에 의존 안 하고 자연풍을 최대한 활용하는 겁니다. 올 여름에는 한번 시도해 볼 작정입니다. 다른 사람은 아마 꿈도 못꿀 거예요. 내 대에 안하면 영영 이런 것도 없어질 것 같아서요." 황 선장은 어느새 낙동강의 돛단배 뱃사공이 돼 있었다.



# 한창문 수협 장림어촌계장

- "폐수로 어장 다 죽어가고 바지락 새조개도 못잡아"

부산 낙동강 하구 일원에는 장림 다대 구포 대저 동리어촌계 등 크고 작은 어촌계가 12개가 있고, 1700여 명의 어민들이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 중 장림어촌계는 계원이 300여 명으로 다대어촌계(500여 명) 다음으로 많지만 어장 여건은 하구에서 가장 열악한 곳이다. 이곳 어촌 살림살이를 맡아가고 있는 사람은 한창문(51·사진) 장림어촌계장이다. 직장을 다니던 그는 부친의 어장을 물려받아 김 양식을 해오다 지난 97년부터 4년 임기의 어촌계장을 10년 넘게 해오고 있다.

부산 사하구 장림1동 어민회관 2층 사무실에서 만난 한 계장은 "장림어촌계는 피혁·주철관 공장·분뇨처리장 등 공해업체가 많아 어촌계 중 피해가 가장 크다"며 "특히 폐수로 인한 어장 피해에 대해선 지난해 가을에 부경대 용역 결과가 나왔음에도 부산시가 아직도 보상을 미루고 있다"며 어촌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구둑 생기고 나서 고기 씨가 말랐고, 명지대교 공사하고부터는 개량조개가 안 잡혀요. 문화재보호법 등 5개의 법으로 하구를 묶어 놔서 조업도 제대로 못하는데다 하구둑 아래 지역에 바지락 새조개가 형성돼 요즘이 한창 철인데도 채취를 금하니 어찌할 수도 없어요. 바지락이나 새조개는 4, 5월 큰물이 지면 절로 폐사하는데도 말이지요. 보름이라도 좋으니 바지락 새조개를 채취할 수 있는 한시 어업허가를 내줬으면 하고 몇 번 건의를 해도 하도 법이 복잡해 어렵다고 하니 참 막막해요"라며 답답한 어민들의 심정을 대변했다. 옆에 있던 어촌계 감사 탁순신(69) 씨와 총대 김장명(62) 씨도 "하구둑 생기기 전에는 70~100종이나 되던 어종이 이제는 10종도 안 된다"며 맞장구를 쳤다.

장림어촌계 사람들은 매월 중순에 강변로나 선착장 대청소를 하고, 여름철 해일 태풍 뒤엔 대대적으로 바다쓰레기 청소에 나선다. 또한 음력 11월 7일이면 '장림1동 수호신 당산'에서 당산제를 지내고 음력 3월 초순에는 풍어제도 지낸다. 한 계장은 "하구는 우리의 삶터인데 부산에도 어촌이 있다는 사실을 시민들이 알고 하구 살리기에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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