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한 어민이 부산 기장군 일광면 동백리 앞바다에서 시험 재배되고 있는 일본산 미역을 살펴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품종보호제도가 전면 도입되는 2009년부터 일본이 자국산 종자 사용에 대한 로열티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
지난달 26일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열린 수산종묘시험장운영협의회. 7개 국립전문연구센터와 8개 수산연구소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006년 사업 결산을 위해서였다. 분위기는 밝지 않았다. 신품종을 개발한 실적이 '0'이었기 때문이다. "수산 종묘의 생산과 보존이라는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해조류연구센터 황미숙 박사는 "현재 국내에서 양식 중인 해조류 종자 대부분은 일본산이 섞인 잡종"이라며 "연구 인력이 부족해 토종 신품종 개발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낙후된 국내 해조류 품종 연구의 실태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이다.
▲바다 종자는 '일본의 식민지' = 올해 전국에서 양식 중인 김 종묘 생산량은 282만5000상자이다. 토종인 돌김(잇바디·모무늬)이 58%로 가장 많고 일본산인 일반김(참김·방사무늬김)이 42%를 차지한다.
돌김도 순수 토종이라고 단정짓기 어렵다. 종묘업자들이 일본산과 돌김을 혼합 배양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탓이다. 전남대 신종암(양식생물학) 교수는 "김 양식은 보통 2~3개 종자를 섞어 배양한 품종을 쓴다"며 "현재 토종 종자만 쓰는 어가는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미역은 종묘 생산액이 36억 원대이다. 일본산인 나토루·가마이시·산리쿠산을 주로 양식한다. 일본 바이어들이 자국 종자를 사용하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몰래 들여왔던 품종이 DNA 지문 감식을 통해 일본산으로 식별될 경우 우리는 더 큰 곤경에 빠지게 된다. 이미 일본은 2003년 관세법을 개정해 '품종보호권'을 침해한 외국산 해조류를 수입금지 대상에 포함시켰다.
특히 일본이 2009년을 전후해 해조류 신품종을 대거 등록한다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로열티 규모는 얼마나 = 국내에는 해조류의 로열티를 측정하는 기준도 없다. 종자를 공급해 주는 일본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목포대 박찬선(해양수산생물전공) 교수는 "해조류는 소량의 사상체로 대량 증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농작물처럼 씨앗이나 그루 당으로 로열티를 지급할 수 없다"며 "화훼류처럼 생산량의 3~6%를 로열티로 부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지난해 국내 총 김생산액 1686억 원 가운데 42%를 차지하는 일본산 일반김의 로열티는 21억~42억 원에 이른다. 일본 수입업체의 요구에 따라 나토루산과 가마이시산을 주로 양식하는 미역도 15억 원 이상의 로열티가 필요하다. 모든 종자가 일본에서 건너온 다시마는 8억~16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신종암 교수는 "바다 종자는 이미 식민지 상태"라며 "2009년부터 일본에 로열티를 지급하게 되면 어민 부담이 한층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품종 등록 기준조차 없다 = 신품종을 개발해 품종보호권을 받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DUS(구별성·균일성·안정성) 기준과 2~3년간의 재배시험에서 합격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아직 해조류 품종보호 기준조차 없다. 신품종을 만들어도 공인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농작물이나 화훼의 경우 국립종자관리소에서 189개 품종보호품목을 정해 엄격히 심사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종묘개발 기술 수준도 걸음마 단계다. 해조류연구센터는 지난해 국내에서 양식 중인 김과 미역 종묘를 수거해 특성화 검사를 실시했다. DNA 조직이나 고유의 색깔, 향 등을 분석해보자는 의도였다.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A라는 종자가 B라는 종자와 무엇이 다른지를 구분할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종묘업체의 영세성도 신품종 개발을 어렵게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김 종묘를 생산하는 업체는 312개로 1곳당 평균 매출액이 2275원에 불과하다. 육종 수준도 낮아 일본산을 들여와 배양하는 데 그치고 있다. 어느 품종이 우리나라 바다에 적합한지 모르다 보니 품종을 혼합 배양할 수밖에 없어 동일 품종의 채묘가 이뤄지지 않아 브랜드화도 어렵다. 경남 진해시 웅천에서 김 종묘를 배양하는 (주)삼양수산 황보철 대표는 "일본은 일찍부터 종자 개발에 힘을 기울여 왔기 때문에 빨리 크고 내성이 강한 품종이 많다. 반면 국내 종묘업체는 영세해 신제품 개발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비공식 루트로 종자 수입 = 해외에서 들여오는 해조류 종묘는 거의 비공식적인 통로를 거친다. 종묘업자가 일본 양식업자로부터 소규모 사상체를 구입해 들여온 뒤 국내에서 배양해 어민들에게 분양하는 식이다. 이렇다 보니 수입 종묘에 대한 기초통계나 실태조사는 물론 종자의 특성에 대한 연구도 전무하다.
일본이 종자 유출 단속을 강화할 경우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최근 일본은 산리쿠산 미역 종자의 반출을 막기 위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종묘법은 '법인이 육종가의 독점권을 침해하거나 무단반출할 경우 최고 1억 엔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종암 교수는 "산리쿠산 미역을 많이 사용하는 전남 고흥군 어촌계에서 국내 품종을 개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본에서 종자를 구해 오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 해조류 종자규모 파악조차 안돼
- 농업분야엔 1조 이상 투자
지난달 19일 충북 충주시에서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산양식분야 워크숍이 열렸다.
해조류의 품종보호제도 도입이 도마에 올랐다. 연구원들은 △국내 자생 해조류의 유전자원 확보 및 보존대책 △품종보호요건에 대한 표준화 연구 △해조류 분야 전담부서 지정 등을 요구했다.
결론은 "해조류연구센터에서 현황 파악을 하고 해양수산부는 필요한 예산을 확보한다"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해조류 품종보호제도의 현주소를 보여준 것이다.
누가 더 많은 종자를 개발하느냐를 놓고 세계가 전쟁에 돌입한 상태다. 우리 정부도 뒤늦게 종자전쟁에 뛰어들었지만 아직은 관심이 농업 분야에 한정돼 있다. 21세기 식량자원인 해조류는 시나브로 외국종자에 완전히 점령된 상태다.
경기도 수원 서둔동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는 15만 점의 식물유전자원이 보관돼 있다. 양적으로는 세계 6위다. 농림부는 또 올해부터 2015년까지 1조3300억 원을 농업 종자산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는 조금씩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딸기시장에선 국산 품종 점유율이 벌써 18%로 올라섰다.
반면 해조류에 대한 투자는 참담하다. 정부는 국립·민간·대학연구소에 산발적으로 보관돼 있는 해조류 종자의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농업 분야에 투자된 10%만큼이라도 해조류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 수산업계의 애원이다.
# 품종도, 로열티도 어민들은 '금시초문'
 |
| 지난 8일 부산 강서구 동리어촌계 어민들이 해조류 품종보호제도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해조류 종자는 거의 일본산인데, 로열티를 주면 어떻게 살아갑니까."
지난 8~9일 일본산 종묘를 사용해 김 양식을 하는 부산 강서구 동리·신전·신호·녹산어촌계 어민 26명을 만났다. 2009년부터 품종보호제도가 실시된다는 사실을 아는 어민은 2명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양식 품종의 이름을 아는 어민은 아예 없었다. 일본산 김 종묘는 종류만 100가지가 넘는다. 김태성 동리어촌계장은 "가구당 매년 600만~800만 원의 패각(김 사상체가 붙은 굴껍데기)을 구입한다. 안정성을 위해 보통 2~4개 종자를 섞어서 양식한다"고 했다. 종자를 혼합 배양할 경우 동일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없어 브랜드화가 어렵다. 지역 특성에 맞는 종자를 찾을 수 없는 단점도 있다. 한종환 신전어촌계장은 "어떤 종을 쓰느냐에 따라 수확량이 천지 차이"라면서도 "어떤 종자가 좋은지 모르기 때문에 섞어쓰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전국의 김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부산지방수산청에 따르면 바다 수온의 상승으로 지난해 11~12월 양식김 생산량이 총 4522t으로 전년 대비 33% 감소했다. 김문길 신호어촌계장은 "높은 수온에도 잘 자라는 종묘를 찾기가 어렵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어민들이 종묘업체에서 일괄적으로 김 종자를 구입하기 때문이다. 종묘업체가 국내 양식환경에 맞지 않는 종자를 들여올 경우 한 해 농사를 고스란히 망치는 수밖에 없는 구조다.
◇ 올해 김 종묘 생산량 추정치 단위:상자(500g기준) |
전체 |
일반 김 (참김,방사무늬김) |
잇바디 돌김 |
모무늬 돌김 |
2825346 |
1176751 |
687875 |
960720 |
|
◇2005년 주요 해조류 종묘 생산량 (단위:틀) |
미역 |
다시마 |
모자반 |
142600 |
49750 |
600 |
※자료 : 한국해양 수산개발원 수산업 관측센터 |
|
◇일본의 식물 로열티 대응 현황 |
내용 |
처벌 및 법규개정 |
육성자 권리, 전용실용권 침해, 종자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수익을 얻는 경우 |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엔 이하 벌금 (2003.7.8 종묘법 처벌 강화) |
수입금지 품목에 식물 품종 육성자의 권리를 침해한 물건도 포함.(지적재산권 침해방지) |
관세법 개정 (2003.4.1) |
품종 판별 강화 |
2003년 DNA 분석을 통한 품종식별 가이드라인 공포 |
해외 진출 확대 |
일본 국제협력단 (JICA)주관으로 동남아, 아프리카, 중동에 품종보호 제도 관련 무상훈련 실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