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수현 기자의 남극 리포트 <6> 남극병

극지생활 최고의 적은 '고립감'

단조로운 일상 깨려 이벤트·취미활동

신선한 야채 부족해 비타민제로 보충

  •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   입력 : 2006-11-28 21:23:25
  •  |   본지 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 19일 세종기지 대원들이 브라질 수송기 편으로 칠레 프레이 기지에 도착한 야채를 나르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박수현 기자
바이러스가 살기 어려운 혹한지대인 남극에서는 적절한 예방조치를 취하기만 하면 별다른 질환이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처럼 의학이 발달하지 않고 극지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옛날 탐험가들은 여러 가지 피해를 당했다. 자외선에 의한 설맹, 비타민 부족으로 인한 괴혈병, 저체온증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남극 상공의 오존층은 구멍이 뚫려 있어 자외선 양이 다른 곳보다 많다. 게다가 사방이 얼음과 눈으로 덮여 있어 표면에 부딪혀 반사되는 양까지 합친다면 지구에서 자외선 노출이 가장 많은 지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남극에서 야외활동을 할 때는 강한 자외선을 차단하는 선글라스와 피부를 보호하는 선크림이 필수적이다.

남극은 식물이 자랄 수 없으므로 대부분의 음식은 냉동상태의 보급품을 해동시켜 조리한다. 신선한 야채를 제대로 섭취하기 어려워 비타민이 결핍되기 쉽다. 세종과학기지 대원들은 부족한 비타민을 약품 등으로 보충한다. 부정기적이지만 수송기 편으로 야채와 과일이 배달되면 기지 내에 생기가 넘친다. 지난 19일 오후 브라질 수송기 편으로 칠레 프레이 기지 공항을 경유한 야채 200kg이 이곳으로 배달됐다. 저녁에 식탁에 등장한 양배추 샐러드, 생마늘, 양파는 모처럼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그날의 하이라이트는 디저트로 등장한 사과 한 쪽. 한 대원은 한입에 먹기 아까운 듯 한동안 사과 향기를 음미하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혹한의 환경은 장시간 외기에 노출되었을 때 저체온증을 불러온다. 낮은 체감온도는 야외활동에 가장 큰 부담일 수 있으며 목숨을 위협하는 원인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물리적 원인들은 적절한 대책을 세우면 극복할 수 있다.

실제 남극에서 버텨내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정신적인 요인이다. 1984년 아르헨티나 기지대장이 불을 질러 기지를 폐쇄하고는 귀국해 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의사였던 기지대장은 1년 기한으로 남극에서 생활했는데 1년 후 본국에서 사람들이 와서는 1년 더 근무할 것을 명령하고 돌아가 버렸다. 공황상태에 빠진 기지대장이 정신착란을 일으킨 것이다.

1년을 기지에서 지내야 하는 월동대원들은 고국과 시간적 공간적으로 떨어진 채 생활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와 수면 장애, 단조로운 일상이 주는 무기력과 정신적 피로에 쉽게 노출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이벤트도 만들고 인근에 있는 다른 나라 기지를 방문하기도 한다.

대원들은 스트레스를 취미활동 등을 통해 푼다. 해양생물을 연구하는 송환석 대원은 이곳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면서 100편이 넘는 시를 지었다. 바닷가 실험동에서 밤을 새우다보면 가끔 감상에 빠질 때가 있다며 빼곡히 적힌 노트를 보여준다. 부산해양경찰서에서 파견돼 해상안전을 담당하는 이재석(경위) 대원은 UDT를 제대하고 해양경찰 특공대에서 단련한 몸으로 대원들의 안전을 담당하고 있다. 얼핏 무뚝뚝해 보여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섬세함을 지니고 있다. 이 대원의 취미는 '사진 찍히기'이다. 사진 찍는 취미를 가진 대원들이 많아 자주 포즈를 취해주다 보니 이젠 사진 찍히는 게 취미가 되어 버렸다고.

얼마 후 20차 월동대원들과 임무를 인수인계하고 귀국하는 대원들은 남극 생활을 정리하기 위한 저마다의 준비로 분주하다. 이들이 지난 1년간 남극병을 극복할 수 있었던 데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큰 힘이 되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후원 : 부산과학기술협의회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2. 2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3. 3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4. 4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5. 5[근교산&그너머] <1484> 통영 학림도 망산
  6. 6‘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7. 7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8. 8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9. 9아직 관객 많은 ‘오디세이’인데…아이맥스관에서 내린 사정
  10. 10아울렛서 만나는 김해 도자기
  1. 1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2. 2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3. 3[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4. 4부울경 광역의회 협력강화 선언 “미래산업 함께 육성”
  5. 5李 대통령 “국민 생명·안전 지키기가 최우선”
  6. 6‘가상자산 과세 유예’ 결론 못낸 당정
  7. 7여야 ‘조희대 국조’ 두고 공방 격화
  8. 8밤샘농성 장동혁 "피의자 선관위가 새벽 4시에 투표용지 가져가"
  9. 9[속보] 대통령비서실, 30억 들여 월평균 11회 여론조사…내용은 비공개
  10. 10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1. 1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2. 2‘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3. 3퇴직금 2028년부터 사외적립…체불 예방
  4. 4부산시 “부산에 글로벌 AI 허브 유치하겠다”
  5. 5미래에셋·대신증권·빗썸도 뚫렸다(종합)
  6. 6사실상 금융업 전체가 다 털릴 판…靑, 긴급 대응회의(종합)
  7. 7첫 100조 분기매출 하닉 “100조 주주환원 하겠다”(종합)
  8. 8전용터미널·화주 인센티브 등 북극항로 상업운항 지원 요구
  9. 9부산과학기술협의회·CTO평의회 역량 확대
  10. 10부산銀 센텀센터, 스타트업 지원 거점화
  1. 1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2. 2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3. 3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4. 4아울렛서 만나는 김해 도자기
  5. 5후배 경찰 신체 ‘덥석’…파출소 팀장 추행 혐의 피소
  6. 6영업중단 이어 단전 위기…피가 마르는 홈플러스 입점업체들
  7. 7부경대 5108명 정보유출…위탁보안 비상
  8. 8“일부 수사 강압·부실” 부산변회, 권한 커진 경찰 첫 평가
  9. 9김해 어르신 생활 불편 해결해 드립니다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9일
  1. 1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2. 2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3. 3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4. 4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5. 5‘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6. 6‘은퇴 기로’ 손아섭, 2년 만에 NC로…3000고지 향한 행진 계속
  7. 7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8. 8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9. 9김해FC, 제6대 사령탑에 설기현 감독 선임
  10. 10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