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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1년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귀금속 공예 부문에서 금상을 딴 김경렬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금은방에서 세공을 하고 있다. 그는 요즘 월 50만 원 벌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노성 기자 |
한국은 1995년부터 2003년까지 국제장애인올림픽에서 3연패를 달성했다. 미래의 장인을 배출하는 우수 기능인력 양성소가 바로 부산이다. 지난해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부산은 금메달 7개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그렇지만 장애인에게 기술은 더 이상 희망이 아니다. 기능은 뛰어나지만 일자리가 없기 때문. 기술을 배우려는 지원자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지난 6월 21~23일 열린 부산장애인기능경기대회 출전선수 95명을 추적해 그 실태를 짚어봤다.
▲대우 못 받는 기술 장애인 =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김은미(여·46·시각장애 3급) 씨. 대학 졸업후 20년간 광고기획사를 운영한 베테랑이다. 경기가 어려워 폐업을 하고 지난달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소개로 A사에 취업했다. 채용조건은 월100만 원. 그런데 출근 첫 날부터 김 씨는 디자인이 아니라 단순노동을 해야 했다. A사는 월급도 70만 원 준다고 태도를 바꿨다.
"돈이 적은 건 괜찮은데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어요. 광고 전문가에게 잔 심부름을 시키는데 견딜 수 있겠어요? 장애가 있다고 일을 못하는 것도 아닌데…."
토목공학을 전공한 임모(28·지체장애 4급) 씨. 건설현장을 누비는 친구들이 가장 부럽다. "똑같이 토목기사 자격증을 땄는데 진로는 180도 달라져요. '장애'라는 딱지가 붙으면 그걸로 끝이죠." 3년간 수백 장의 취업원서를 썼던 임 씨는 결국 올해 '꿈'을 접었다. 대신 직업훈련기관에서 전자 기술을 배우는 중이다. "평생 실업자로 놀 수 없잖아요. 취업될 때까지 닥치는 대로 도전해 보는 수밖에요."
임 씨처럼 부산장애인기능경기대회 선수들은 평균 1.13개의 자격증을 갖고 있었다. 반면 30.5%만 직업을 갖고 있었다. 정규직은 13.7%에 불과했고, 비정규직(10.5%)과 자영업(6.3%)이 뒤를 이었다. 장애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98만4482원으로 전체 근로자 평균(240만 원)의 41% 수준이었다.
▲"최저임금만 받아도…" = "용돈만 벌 수 있다면 어디서든 일하고 싶어요." 전자기기와 컴퓨터 그래픽 기능사 정재민(33·지체장애 1급) 씨의 꿈은 직장이다. 그동안 수백 차례 취업 문을 두드렸지만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기초생활보호수급자로 지정되지 않았다면 생계도 못 이을 형편이다.
"전공분야에서 최저임금만 받고 일할 수 있다면 만족합니다." 제과제빵과 칵테일 기술을 보유한 김민정(여·26) 씨. 몇차례 아르바이트 한 기간을 제외하고는 고등학교 졸업후 마땅한 직업을 갖지 못했다. 그의 희망월급은 70만 원.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는 유순천(여·32·청각장애 4급) 씨. 대학 졸업후 10년째 직장을 찾아 헤매고 있다. 지난해부터 그림을 배워 올해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출전했다. "그림 교육이 장애인의 심성 발달에 효과가 크거든요. 복지분야에서 일할 때 도움이 될 거예요." 유 씨처럼 성인이 된 이후 한번도 직장을 갖지 못한 비율이 무려 17.9%에 달했다. 일자리가 없다보니 희망임금 수준도 높지 않았다. 72.6%가 150만 원 이하의 월급을 받고 일하겠다고 대답했다. 희망월급이 200만 원 이상은 7.4%에 불과했다.
▲오늘도 기술을 배운다 = 윤정근(27·지체장애 2급) 씨의 삶은 배움의 연속이다. 한독직업전문학교(2000년)→부산인력개발원(2003~2004년)→부산직업능력개발센터(2005~현재)를 돌아다니며 전자분야의 다양한 기술을 배웠다. 오직 취업을 위해서다.
안마수련원 강사인 김성미(여·40·시각장애 1급) 씨는 '걸어다니는' 국가 자격증이다. 사회복지사·세무회계·직업재활교사·안마사·중증장애인 컴퓨터 방문강사….
2005년 신라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올해 부경대 경영대학원에 입학했다. 마흔의 나이에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장애인 복지사업을 위해서다. "그래도 믿을 건 기술밖에 없잖아요. 장애인 후배들이 포기하지 않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 기술 장애인으로 살아보니 |
이름 |
보유기술 |
기술 장애인에 대한 생각은 |
이상욱 |
전산응용·기계제도 ·정보기기 기능사 |
"국내 장애인의 90%는 후천적 장애인이다. 나도 교통상해로 장애인이 됐다. 대학 졸업 후 6년간 취업을 시도했지만 불가능했다. 좋은 대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
이종근 |
시각디자인 |
"장애인은 분명히 불이익을 받고 있다. 지난해 전국대회에서 금상을 땄다. 하지만 취업과는 전혀 상관없었다. 현재 프리랜서로 일하는데 수입이 적고 불규칙하다." |
유정우 |
컴퓨터 수리 |
"장애인이 주로 배우는 수공예 기술은 대부분 사양산업이다. IT 등 첨단분야에서는 비장애인과의 경쟁에서 밀린다. 기능인으로 살기 힘들다. 갈 곳이 없다." |
김성미 |
안마사·직업재활교사 ·사회복지사 |
"기업은 정상인에 가까운 경증장애인만 채용한다. 중증장애인은 갈 곳이 없다. 시각장애인은 안마 밖에 할 일이 없다." |
차석수 |
점역교정사 |
"장애 종류에 맞는 직업교육만 시키는 것은 큰 잘못이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은 무조건 안마사 피아노조율사 텔레마케터로만 일한다. 나는 국문학을 전공했지만, 안마사와 점역교정사 공부를 새로 했다. 잘할 수 있는 일을 두고 다른 부분을 배운 것이다." |
김경렬 |
귀금속공예 |
"귀금속이나 목공예는 사양산업이 돼 버렸다. 창업은 물론 일자리 찾기도 쉽지 않다. 금은방을 운영 중인데 한달에 60만 원 벌기도 힘들다." |
유정희 |
워드프로세서 |
"희망없이 기술을 배우느니 차라리 영세민 지원금을 받는 편이 낫다." |
박훈철 |
재무회계·건축제도기능사 |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생산직에서 근무한다. 그나마 일할 수 있어 다행일 뿐이다." |
김은미 |
전자조판·광고디자인 |
"디자이너로 취업했는데 잡일만 시키더라." |
권덕찬 |
나전칠기 |
"요즘 나전칠기 기술을 배우려는 후배들이 없다. 일할 데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김정현 |
컴퓨터그래픽 |
"출퇴근때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휠체어를 타고 일 할 수 있는 회사가 거의 없다." |
김성숙 |
워드프로세서·미용기술 |
"어렵게 기능을 배워도 써 먹을 곳이 없다. 허공에 떠도는 기술을 배운다는 느낌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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