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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어울림·열린 도시로 부산 경관 리모델링 <2> 하천 주변 난개발

아파트에 가려진 수영강·온천천

강을 따라 고층 아파트단지 무분별 건설

입주민 조망권이 시민 경관권 무시 일쑤

설계단계부터 지구단위 계획 수립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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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부산의 대표적 자연형 하천인 온천천 변은 2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들이 장막처럼 드리워져 어렵게 복원한 온천천의 자연미를 잠식하고 있다. 김동하기자 kimdh@kookje.co.kr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센텀파크는 수영강을 둘러싼 거대한 장벽이다. 조망점인 좌수영교에서 보면, 높이 157m(최고 51층)인 센텀파크 옥상탑이 해발 634m의 장산을 완전히 가려 버린다. 상업용지에 건립된 마지막 아파트답게 용적률도 해운대신시가지(230%)의 배에 가까운 555%에 달한다. 동과 동 사이의 간격이 좁다 보니 정면 시야를 가리는 입면 차폐율이 100%에 가깝다.

수영강에서 원동IC 방면으로는 롯데-아시안게임 선수촌-대림-현대-센텀대주파크빌-대림아파트가 다닥다닥 붙어 자연 하천과 완벽한 '부조화'를 이루고 있다. 부산발전연구원(BDI) 이동현(도시공학 박사) 연구위원은 "센텀파크는 최소 높이 900m의 스카이라인을 완전히 가릴 만큼 위압적이다. 부산의 자랑인 도심 하천이 독불장군식 아파트로 인해 도심과 단절돼 버렸다"고 아쉬워했다.

센텀파크 맞은 편의 대림아파트와 르네상스아파트는 입주민의 '조망권'이 부산 시민의 '경관권'을 무시해 버린 대표적인 경우. 두 아파트 모두 남향 배치를 포기하고 수영강이 보이는 동남쪽을 바라보고 'ㄷ'자로 섰다. 아파트 단지 외부에선 수영강이 보이질 않는다. 원경을 이루는 장산도 완전히 가로막아 버렸다. 반면 수영 1호교 쪽의 현대아파트는 하천 경관을 잘 살린 건축물로 꼽힌다. 15층 이하의 4개동이 모두 남향으로 배치돼 동과 동 사이의 넓직한 틈으로 조망권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수영강의 난개발은 부산 시민에게 큰 손해"라면서 "만약 적극적으로 도시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아파트의 높이·배치·동간 간격을 사전에 조율했더라면 경관을 잘 보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부산시도시계획조례도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할 경우 15층 이하 건축물만 가능한 2종 주거지를 3종(높이 제한이 없고 용적률도 300%까지 가능)으로 전환가능한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그러나 재개발조합이나 시공사가 지구단위계획을 악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성대 강동진(도시공학과) 교수는 "부산시 건축·도시계획심의위원회가 건축물의 용적률을 낮추라고 하면 해당 주민들의 민원이 봇물처럼 터진다. 시공사들도 설계를 바꾸면 경제성이 없어진다고 반발한다. 심의위원들은 고육지책으로 경관에 가장 악영향을 주는 일부 동의 1~3개층만 낮추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부산시가 다양한 지형지세와 경관을 고려한 엄격하고 명확한 지구단위계획 심의지침을 마련하지 않아 발생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녹색도시부산21추진협의회' 류광태 사무국장은 "영국이나 프랑스의 경우 1960년대부터 경관을 해치는 시설이 주요 조망점에 들어서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계획허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전략적 보존조망(Strategic Views)이 런던에만 28곳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용도만 맞으면 무조건 건축허가를 내주고 있어 자연 경관을 지킬 수 없다"고 진단했다. 경관보호에 너무 인색하다는 것이다.

자치단체의 '주민 눈치보기'도 경관을 파괴하는 요인이다. 정부는 지난 2000년 도시계획법을 개정해 자연환경이 뛰어난 지역을 경관지구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현재 부산의 경관지구는 남구 UN공원 주변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새로 지정한 것이 아니라 과거 풍치지구를 경관지구로 이름만 바꿨다. 경관지구로 지정되면 4층 이하 또는 15m 이하로 건출물의 높이가 제한된다. 부산시가 경관지구 지정을 꺼리는 것은 재개발 대상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우려해서다. 여기다 미관심의제도가 1990년 중반 규제완화 차원에서 폐지되면서 최소한의 심의장치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부산 금정~동래~연제구를 잇는 온천천은 '하천은 살고 경관은 죽은' 사례다. 최근 1~2년새 월드메르디앙·벽산·삼익·동원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건립되면서 주요 간선로인 중앙로에서 온천천을 볼 수 없게 됐다. 건물 배치도 들쭉날쭉하고 색채도 일관성이 없다. 특히 양산 이전이 확정된 송월타올(주)과 대한제강(주) 부지에 대규모 아파트 건립이 추진되고 있어 온천천을 둘러싼 콘크리트 장벽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강 교수는 "도시기본계획에는 특정대상의 500m 내외를 중점관리지역으로 선정해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만약 부산시가 온천천 주변을 중점관리지역으로 선정하거나 지구단위지구로 지정했더라면 현재보다는 훨씬 나은 경관을 갖췄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색채의 통일성 정도만 강제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사후약방문' 격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도심 하천의 경관을 지키는 대안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유럽처럼 '계획허가제'와 같은 강도높은 규제는 아니더라도 '사전심의제'와 '평균높이제'로 경관 훼손을 다소나마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설계단계에서부터 경관을 고려한 심의를 진행하는 사전통제를 통해 난개발을 막을 수 있다는 것. 고층 건물의 경우 일부 층은 높이 제한을 풀어주되, 나머지는 저층으로 짓도록 유도해 중요 조망점을 지키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과거 버려지다시피했던 일본 오사카의 도톤보리카와가 복원을 통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부산의 대표적 도심 하천인 동천이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이다. 부산발전연구원 제공
# 英·佛·日 경관법 제정 엄격한 규제

영국 런던시는 스카이라인 보존을 위해 도시 전체의 고층건물 제한구역도를 갖추고 있다. 자치단체도 지역의 랜드마크를 '로컬 뷰(Local Views)'로 지정해 관리한다. 도심 한 가운데를 흐르는 템즈강은 역사적 건물과 주변 경관이 조화를 이룬 대표적인 경우. 조망점의 위도와 경도를 철저히 계산해 경관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은 건물은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프랑스도 1977년 제정된 도시계획법인 POS(Plan d'Occuparion des Sols)에 근거해 도시구조·형태·조직을 변형시킬 수 있는 건축물을 엄격히 제한한다. 세느강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도 어느 한곳 막힘이 없는 정돈된 스카이라인 때문이다.

지난 2004년 경관법을 제정한 일본은 자치단체 차원에서 엄격히 하천을 관리한다. 오사카 중심부는 부산처럼 4개의 하천으로 얽혀 있다. 하천의 수면은 오사카 땅 면적의 11%를 차지할 만큼 광범위하다. 메이지시대에는 운하로 사용돼 물류 이동의 중심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일본 경제의 근대화와 함께 운하 기능은 상실됐고 수질도 악화됐다. 위정자들은 하천을 복개해 도로로 만들어 버렸다. 부산의 대표 하천인 동천(부산진구 당감동 선암사~서면~북항 입구)의 훼손 과정과 유사하다. 오사카 시민들은 악취가 풍기는 하천을 외면했다. 상인들도 하천이 보이지 않게 건물을 지었다. 오사카시가 '물의 도시 프로젝트'를 수립해 하천 경관 살리기에 나선 것은 1995년. 우선 도심과 하천의 단절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통경축'을 확보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재건축 심의를 강화해 건물과 건물 사이의 간격을 넓혔다. 제방 콘크리트를 깎고 상가와 하천을 연결하는 데크를 곳곳에 만든데 이어 500억원을 투자했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연장 2.7㎞의 도톤보리카와(道頓堀川) 양측에는 너비 8m의 유보도(산책로나 휴식 공간)를 설치해 접근성을 높였다. 도심 거주지와 비즈니스센터가 밀집한 히가시요코보리카와(東橫堀川)와 나카노시마(中之島)에는 녹음이 우거지도록 수목을 심었다. 키쓰카와(木律川)는 문화행사를 열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했다. 수변극장과 '오사카 리버 퍼레이드' 축제로 관광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부산발전연구원 이동현 연구위원은 "오사카 하천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면서 하천변을 등지고 선 건물은 줄어들고 하천을 마주보고 선 건물이 점차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며 "특히 버려졌던 하천이 이제는 일본 프로야구 한신타이거즈가 우승할 때 무려 10만명이 뛰어드는 대표적인 도심명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광역이슈팀=이노성 배성재기자

issue@kookje.co.kr

◇세계 주요도시 경관 규제

 

부 산

나가노현·사이타마현

런 던

파 리

경관
(조례)

올해 제정 추진

2004년 경관법 제정

런던 경관조례

경관조례

내 용

1990년 중반 미관 심의제도 폐지.
지구단위계획 심의지침이 없어 법적 하자 없으면 허가를 내주는 건축 허가제.
시민참여제도 부재.

높이 15m, 건축면적 1000㎡가 넘는 건축물의 신축·증축시 신고제 도입.
경관형성에 관한 주민협정을 체결해 부적합건물을 퇴출. 주민협의를 통해 도시디자인 이뤄짐.

계획허가제.
전략적 보존조망 28곳 지정.
건축허가전 높이 실루엣 색채 질감 장식 등 검토.
내셔널·시빅트러스트 활성화.

계획허가제(기존의 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건물의 고도 억제).
상제리제의 경우 개선문 주변 800m까지 파노라마식 경관보호. 내셔널·시빅트러스트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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