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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금영 김승영 회장 |
과학기술계에서는 최근의 과학산업동향을 '티자(T子)의 전성시대'라고 한다.
IT(정보통신기술) BT(생명과학기술) NT(나노테크놀로지) ET(환경공학) RT(로봇기술) CT(문화기술) 등 이런바 정부가 미래 핵심전략기술로 정한 6T에 들지 않으면 과학기술로 취급받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의료를 포함한 과학기술 전 분야를 6T와 연결시켜 설명하고 있다. 어떨 때는 이 분야가 과학기술인지 헷갈리고, 다른 때는 사람의 삶에 있어 과학기술과 관련없는 분야가 없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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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역 기술경영인, 대학교수 등 30여명이 지난 5일 부산롯데호텔 연회장에서 열린 '제9회 최고기술경영자(CTO)와의 만남'을 경청하고 있다. 강덕철기자 kangdc@kookje.co.kr |
문화기술, 이른바 CT가 그렇다. 문화에 기술이라니. 그러나 세계적인 빅마켓으로 성장한 게임산업이나 국내 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노래반주기를 떠올리면 CT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이 분야는 단순히 청소년 문화, 노래방 문화를 위한 장비기술에 머물지 않는다. 한국의 역사와 음악 등 '우리 문화'를 지구촌에 함께 알려 한국산 가전제품과 자동차의 인지도를 높이고 '한류(韓流)열풍'을 몰고 온 원동력이 바로 CT산업이다.
부산과학기술협의회와 본사가 공동주최하는 '제9회 최고기술경영자(CTO)와의 만남' 강연자는 국내 최대이자 아시아 최고의 노래반주기 제조업체인 (주)금영 김승영(57) 회장이다. 노래방 TV 모니터 10대중 십중팔구는 "짠자란~"이란 초기음악과 함께 '금영'이라는 두글자가 나온다. 이 회사가 부산에 본사를 둔 (주)금영이다.
지난 5일 부산롯데호텔 연회장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김승영 회장은 CT산업을 시작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먼저 토로했다. 1984년 청소년용 전자오락기기 제조업체인 남경실업을 설립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일본에서는 부가가치가 높고 첨단영상기술이 필요한 비디오게임기 산업을 육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청
소년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애물단지, 즉 유해상품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정부에 중소기업 지원자금을 신청해도 서류조차 쳐다보지 않았다고 한다.
김 회장은 "학부모와 정부가 모두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어 사업을 한다는 자체가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게임산업 육성을 위해 대학교수와 정부 산하단체 직원들을 외국의 게임전시회, 박람회로 초빙해 투자 필요성과 인재육성을 호소했다. 그러나 원하던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거대한 비디오게임 시장은 일본이 독주를 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김 회장은 벽돌깨기 등의 전자오락기 대신 노래반주기로 발을 돌렸다. 일본에서 가라오케 열풍이 부는 것을 보고 종목을 바꾼 것이다. 1989년 회사를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상호도 (주)금영으로 바꿨다. 일본에서는 단순히 레이저디스크를 통해 노래를 틀어주는 방식이었지만 김 회장은 컴퓨터 칩을 이용한 컴퓨터 반주방식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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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4메가바이트 칩에 50곡을 수록할 수 있었다. 이후 컴퓨터 칩의 발전과 함께 250곡(32메가), 8000곡(3기가)으로 용량이 커졌다. 현재는 동영상까지 지원되는 160기가와 200기가급 노래반주기를 생산하고 있다.
노래반주기(가라오케)가 국내에 도입된 초기에는 'ASSA'라는 제품이 국내시장의 90% 이상을 석권했고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퉈 관련제품을 내놓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요구를 바로 반영해야 하는 사업 속성상 대기업은 신속성에서 밀려 철수를 했고 기술력에서 금영이 두각을 나타내 현재 국내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중국 등 세계시장은 거의 석권하고 있다.
김 회장은 세계적인 노래반주기 회사의 대표지만 내성적이고, 노래도 잘 못부른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금영 노래반주기가 성공한 것은 제가 노래를 너무 모르고, 못불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래반주기에서 나오는 음악은 가수의 음반에서 발췌한 것이 아니라 연주자들이 따로 연주한 곡이다. 음악전문가인 이들의 연주는 너무 예술적이어서 "가볍고 쉽게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업무상 스트레스를 풀고, 가족 또는 직장동료와 친목을 다지는 가볍고 즐거운 시간에 맞는 음악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그는 또 반주기에 수록된 노래를 신곡으로 계속 업데이트시키고, 초기에는 5~10인조였던 연주단을 오케스트라 규모로 확대시켰다. 노래반주기뿐 아니라 수록곡의 수준까지 높였던 것이다. 서울에 있는 음향연구소의 3개층에는 40명의 전문가가 각각 방음장치와 각종 음향장비가 갖춰진 독립된 방에서 음을 듣고 음질을 분석하고 있다. 김 회장은 "무겁지 않고 대중적이지만 수준높은 연주로 금영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친숙해졌고, 이와함께 우리 국민들의 음악 수준도 이슬비에 옷 젖는 것처럼 대단히 높아졌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 노래방에서 '100점'이 자주 터지는 이유도 알려줬다. 초기에는 노래반주기 생산업체들이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박자와 음정을 정확하게 측정해서 점수로 환산시켰다. 그런데 고장이 잦았다. 대리점들을 통해 이유를 알아보니 점수가 낮으면 발로 차고 마이크를 던지는 바람에 고장이 많이 난다는 것이다. 이후 목소리가 크고 박자가 맞으면 100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그렇게 해도 100점을 받을 수 없는 음치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불규칙적으로 100점이 나오도록 조절해 놓은 것도 있다고 했다.
노래반주기는 IT와 결합된 퓨전(융합)기술이다. IT기술의 발전에 따라 노래반주기도 급속히 진화하고 있다. (주)금영은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노래방에서 불렀던 자신의 노래를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들을 수 있는 제품을 이미 개발했다. 원하는 노래를 선택하기 위해 노래반주기 앞에 고개를 숙여 버튼을 누를 필요없이 리모컨으로 선곡할 수 있는 최첨단 터치스크린 방식의 곡목검색기도 개발을 끝냈다.
빠르면 올 연말 출시될 'e-마이크'는 노래방 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무선 마이크 반주시스템(가라오케)'인 이 제품은 첨단 IT기술을 활용해 마이크 자체에 곡목검색기를 부착시켰다. 여기다 노래방의 애물단지인 마이크 선도 없앴다.
또 수년 전부터 심혈을 기울여 개발하고 있는 음성인식 노래반주기는 노래방 안에 소음이 많고, 주당들은 혀가 꼬부라져 발음을 알아듣기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기술적으로 곧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의 성장에는 기술력뿐 아니라 김 회장 스스로의 엄격함도 크게 작용했다. 그는 회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전문분야의 인재들이 들어오자 창업 때부터 도와준 친동생을 그만두게 했다. 회사는 기업주의 개인재산이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 일구어 가야 하기에 친인척 문제를 배제시켰다는 것이다.
'부적절한 거래'는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회사 직원이 휴일날 외주업체로 부터 접대를 받은 것을 알고 그날로 해고시켰다. 협력업체나 대리점에서 고생하며 부품을 생산하고 노래반주기를 판매하는데 휴일에 쉬는 사람을 불러내 접대받은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키워온 (주)금영의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474억원, 직원은 136명이다. 이와는 별도로 중국에 설립한 현지공장과 필리핀 현지법인을 통해 수익기반을 확충하고 있다. 지난 2001년부터는 노래반주기 외에 앰프와 스피커 등 주변기기를 생산하고, 가정용 반주기와 차량용 DVD, 모바일과 컬러링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계열사로는 KY건설, 에이온미디어(모바일 정보서비스) 스퀘어원뮤직(음반제작)이 있다.
기업은 수요가 많은 큰 시장을 찾아다닌다. 본사의 위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재 (주)금영의 본사와 조립공장은 부산 부산진구 양정3동에 있다. 서울에는 제1 연구소와 음향연구소, 해외영업부가 있다. 김 회장은 "본사를 서울로 옮기려 했으나 고향이자 회사가 성장한 부산을 등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40대 후반인 지난 1991년 동의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이후 경영학 석사 학위도 받은 만학도인 그가 운영하는 (주)금영은 협주와 악보 표시가 가능한 디지털피아노, 피아노학습 보조장치, 미디 템포변환에 따른 음성데이터 제어방법 등 32개의 국내·외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또 전자산업대상 경영자 부문 대통령상, 무역의 날 통상산업부 장관상, 재정경제부 장관상 등 각종 상을 받았다.
현재 김 회장은 소외종목인 핸드볼 육성을 위해 부산시핸드볼 협회장을 맡고 있으며 과학꿈나무 육성과 부산과학기술 진흥을 위해 부산과학기술협의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손동운 과학기술전문기자 dwsoh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