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지난 12일 부산시교육청 회의실. 부산의 44개 실업계고교 교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직업교육 상반기 추진실적 평가회가 열렸다.
박흥관 부산시교육청 과학정보기술과장은 "과도한 신입생 유치경쟁으로 인력과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면서 "올해부터 홍보 목적으로 중학교를 찾거나 중학 진학교사들에게 선물을 주는 행위를 자제하라"고 말했다.
회의 후 A교감은 "몇년전만 해도 정원을 채우지 못해 속앓이를 했는데 특성화고로 전환한 이후 경쟁률이 높아졌다. 그러나 실업고의 인기가 높아진 원인이 취업보다 대학 진학때문이어서 꺼림칙할 때도 많다"고 했다.
#장면 2. 부산종합고용안정센터는 최근 실업계 고교생 111명을 대상으로 '진로상담을 한번이라도 받아 본 적이 있나'는 내용의 설문조사를 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불과 42%만이 진로상담을 했고 나머지는 한번도 없다고 응답했다.
실업계 고교의 정체성을 되찾는 묘안은 없을까. 실업고의 목표는 직업교육을 시켜 취직까지 하게 만드는 '완성교육'. 그러나 학벌중시 풍조가 만연하면서 실업계고 학생의 70% 이상이 진학을 선택하고 있다. 실업고생에게 폭넓은 선택의 기회를 주려던 대입 정책이 오히려 '실업고의 인문계화'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정부의 일관성없는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정부는 올 3월 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해 2006년부터 '실업고생 무상교육'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가 두달 만인 5월 '예산이 없다'는 기획예산처의 반대에 부딪혀 포기했다.
정부의 실업계 정책이 혼선을 빚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지난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정부는 산업 기능인력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실업계고에 막대한 지원을 쏟아부었다.
김영삼 정부는 출범 초기 '실업계와 일반계를 50대 50으로'라는 구호를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산업구조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편되면서 정부의 실업계고 교육정책은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다.
1996년 직업교육의 축을 실업계고에서 전문대로 옮기는 것을 뼈대로 한 '직업교육 개혁안'까지 내놓아 실업계고를 혼란에 몰아 넣었다. 급기야 실업계고의 육성도 국가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기에 이르렀다.
국회 교육위원회 이군현(한나라당) 의원이 지난달 공개한 '2005 시·도별 실업교육 예산'에 따르면 올해부터 실업 및 직업교육 국고보조금 사업이 지방으로 이양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실업교육 예산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지방자치 정착과 지방분권 차원에서 국고보조금 정비 방안을 확정해 실업 및 직업교육 예산을 비롯한 144개사업(예산 9591억원)을 지방자치단체로 넘겼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치단체는 실업교육 관련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 의원은 "16개 시·도가 확보한 올해 실업·직업교육 예산은 1023억원으로 국고가 지원된 지난해 1187억원보다 164억원이 줄었다. 부산의 경우 지난해 88억1000만원에서 올해 87억2900만원으로 약간 줄었지만 울산은 37억8700만원에서 올해 19억3800만원으로 무려 절반 가까이 삭감됐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우리나라 직업교육의 비중은 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가운데 23위에 머물고 있다"며 "실업고 상황을 방치한다면 앞으로 고용시장 불균형 등 사회적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 기능인 양성은 국가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전교조는 실업고 내실화를 위해 다음과 같은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실업고 학생들이 정상적 교육과정을 마친 뒤 현장실습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국가차원에서 실업고생 취업정보센터를 설립한다 △실업고생에 대한 학비 감면 및 장학금 수혜폭을 50% 이상으로 늘린다 △실업고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산업체 연수를 내실화하고 산업체 근무 경력이 있는 교사의 경력을 인정한다 △실험실습 기자재 확보율을 75% 이상 늘리고 노후 장비를 교체한다 △실업고생의 학력향상을 위해 국어·영어·수학 기초학력 증진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국영기업 채용때 일부를 실업고 졸업생으로 충원하도록 쿼터제를 도입한다.
실업고 정책 담당자들이 귀담아 들을 내용이다.
사회1부 광역이슈팀
신수건 이노성 배성재기자
issue@kookje.co.kr
◇ 학력별 월평균 임금수준 |
연 도 |
고 졸 |
전문대졸 |
대졸(4년제) |
1981 |
18만6000원 |
26만2000원 |
39만6000원 |
1991 |
54만1000원 |
63만2000원 |
91만2000원 |
2003 |
145만6000원 |
148만9000원 |
220만8000원 |
〈자료:교육인적자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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