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광복 60년의 그늘 <2> 독립유공자·후손 200명 실태조사

온몸 바쳐 싸웠건만 돌아온 건 `가난 대물림`

부울경 거주 유족 12%가 독거노인

각종 병마와 싸우며 '쓸쓸한 황혼'

"가난한 후손들 배움 기회마저 박탈"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5-08-01 21:30:36
  •  |   본지 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일제 강점기 항일운동을 전개하다 붙잡혀 극심한 고문을 당해 하반신이 마비된 독립지사 김병현(80·경남 창원시 반지동) 선생. 보훈연금으로 생활하는 그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공원을 산책하는 것이 유일한 소일거리"라고 말했다. 조미령기자 ilove@kookje.co.kr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삶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들은 일제 강점기에 재산과 토지를 모두 몰수 당했고 해방후에는 권력의 노른자위를 차지한 친일파에게 '좌익'으로 내몰리기도 했다. 독립운동가인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해방전에 순국했을 경우 후손들의 삶은 더욱 고달팠다. 정부의 무관심속에 가난은 대물림됐고 배움의 기회도 박탈당했다.

특히 생존 독립지사나 유족 가운데 12%가 홀로 사는 노인인 것으로 나타나 충격적이었다. 부산 전체 125만1069가구 가운데 홀로사는 노인의 비율(4.3%) 3배에 가까운 수치이다.

현재 독립지사 및 후손으로 지정된 유공자는 9694명. 이중 5773명이 정부의 보훈혜택을 받고 있다.

본지가 7월 한달간 부산·울산·경남의 독립유공자와 후손 200명을 대상으로 생활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66%가 '빈곤층'이라고 응답했다. '소득수준이 상위권'이라는 응답은 4%에 그쳤다.

구체적인 소득수준과 질병·주거형태를 알아보기 위해 30명을 선정해 심층 면접을 벌인 결과 역시 비슷했다. 일제 강점기에 당한 고문의 후유증과 각종 질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독립유공자가 대부분이었다. 김임순(84) 할머니는 성필환(1896~1969) 독립지사의 며느리. 성 지사는 1920년 상해 임시정부의 군자금을 모금하다 일경에게 붙잡혀 옥고를 치렀다. 남편마저 일찍 잃은 김 할머니는 젊은 시절 삯바느질과 식모 생활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 8년전 치매에 걸린 김 할머니는 부산 동삼동의 조그만 아파트에서 딸 성소혜(55)씨와 둘이 산다. 보훈연금 80여만원으로 의식주와 약값을 해결한다.

남편이 임시정부 시절 백범 김구 선생의 경호원이었던 이모(75) 할머니. 그는 부산진시장에서 40여년간 생당면 노점상을 하며 두 아들을 억척같이 키웠다. 이 할머니의 고단한 삶이 시작된 것은 광복후 군인의 길(육사 7기)을 걷던 남편이 1961년 중령 예편후 일찍 숨을 거두면서부터이다. 나이가 많아 지난해 가을 노점을 그만뒀지만 모아둔 재산이라곤 부산지방보훈청에서 대출받아 구입한 덕천동 16평짜리 주공아파트 달랑 하나다. 이 할머니의 장남(50)은 현재 별 다른 직업없이 어머니와 함께 산다.

이들 가족의 월 수입은 1989년부터 지급되고 있는 100만원이 조금 넘는 보훈연금이 전부.

독립유공자 및 후손들의 또 하나의 특징은 홀로 사는 경우가 많다는 것. 본지 조사결과 12%가 홀로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거인이 '2인 이하'인 경우도 57%에 달했다.

부산흥사단 진영택 회장은 "독립유공자 3, 4대 역시 생활이 어려워 할아버지나 부모 세대를 모실 형편이 안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남 창원에서 3·1 만세운동을 이끈 독립지사의 손자 김모(73·부산 사하구 다대동) 할아버지. 11평 영구임대아파트에서 혼자서 쓸쓸한 황혼을 보내고 있는 그의 하루 일과는 단순하다. 심장병·뇌출혈과 싸우며 병원을 드나들거나 3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남포동 일대를 배회하는 것이 고작이다.

갖은 고생끝에 양복점 도매점을 장만했던 김 할아버지는 10년 전 믿었던 지인에게 보증을 섰다가 전 재산을 날린 뒤 쪽방생활을 하고 있다. 김 할아버지의 현재 월 수입은 기초생활수급자 수당과 보훈연금, 노인수당, 6·25 참전용사 수당, 장애인 3급 수당 등 총 53만여원이 전부다.

일제의 고문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생존 독립지사 김병현(80·경남 창원시 반지동) 선생. 부인과 단 둘이 사는 그는 창 밖을 바라보는 일로 하루를 보낸다. 조선독립당을 만들어 일본 열차 폭파를 기도했던 김 선생은 1944년 7월 일본 경찰에 붙잡혀 극심한 고문을 당했다. 최근에는 뇌졸중과 척추디스크에 심장병까지 달고 산다. 그나마 최근 정부가 선물해 준 전동 휠체어 덕분에 근처 공원으로 산책나가는 일에 재미를 얻게 됐다.

한편 부산 사상구청이 최근 독립유공자 및 후손 20명을 대상으로 소득수준을 분석한 결과 월 소득 300만원 이상에 주택을 보유한 중산층은 7명에 불과한 반면 월소득 300만원 미만의 중·하층이 13명이었다. 충격적인 것은 월 소득 100만원 이하에 영구임대주택이나 전·월세에 거주하는 극빈층의 비율이 40%인 8가구에 달했다는 점. 특히 독립유공자의 손자 12명 가운데 극빈층이 절반인 6명이나 돼 '가난의 대물림'이 뚜렷했다.

국민대 장석흥(사학과) 교수는 "독립지사들이 항일운동을 하느라 재산과 가정을 돌보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후손들은 물려 받은 것 없이 배움의 기회도 박탈당하는 악순환이 반복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회1·2부 광역이슈팀

신수건기자 giant@kookje.co.kr

이노성기자 nsl@kookje.co.kr

조미령기자 ilove@kookje.co.kr

배성재기자 passion@kookje.co.kr

※기사제보=(051)500-5191 issue@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2. 2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3. 3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4. 4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5. 5[근교산&그너머] <1484> 통영 학림도 망산
  6. 6‘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7. 7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8. 8아직 관객 많은 ‘오디세이’인데…아이맥스관에서 내린 사정
  9. 9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10. 10후배 경찰 신체 ‘덥석’…파출소 팀장 추행 혐의 피소
  1. 1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2. 2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3. 3[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4. 4부울경 광역의회 협력강화 선언 “미래산업 함께 육성”
  5. 5李 대통령 “국민 생명·안전 지키기가 최우선”
  6. 6‘가상자산 과세 유예’ 결론 못낸 당정
  7. 7여야 ‘조희대 국조’ 두고 공방 격화
  8. 8밤샘농성 장동혁 "피의자 선관위가 새벽 4시에 투표용지 가져가"
  9. 9[속보] 대통령비서실, 30억 들여 월평균 11회 여론조사…내용은 비공개
  10. 10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1. 1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2. 2‘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3. 3퇴직금 2028년부터 사외적립…체불 예방
  4. 4부산시 “부산에 글로벌 AI 허브 유치하겠다”
  5. 5미래에셋·대신증권·빗썸도 뚫렸다(종합)
  6. 6사실상 금융업 전체가 다 털릴 판…靑, 긴급 대응회의(종합)
  7. 7첫 100조 분기매출 하닉 “100조 주주환원 하겠다”(종합)
  8. 8전용터미널·화주 인센티브 등 북극항로 상업운항 지원 요구
  9. 9부산과학기술협의회·CTO평의회 역량 확대
  10. 10부산銀 센텀센터, 스타트업 지원 거점화
  1. 1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2. 2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3. 3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4. 4후배 경찰 신체 ‘덥석’…파출소 팀장 추행 혐의 피소
  5. 5아울렛서 만나는 김해 도자기
  6. 6영업중단 이어 단전 위기…피가 마르는 홈플러스 입점업체들
  7. 7부경대 5108명 정보유출…위탁보안 비상
  8. 8“일부 수사 강압·부실” 부산변회, 권한 커진 경찰 첫 평가
  9. 9김해 어르신 생활 불편 해결해 드립니다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9일
  1. 1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2. 2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3. 3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4. 4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5. 5‘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6. 6‘은퇴 기로’ 손아섭, 2년 만에 NC로…3000고지 향한 행진 계속
  7. 7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8. 8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9. 9김해FC, 제6대 사령탑에 설기현 감독 선임
  10. 10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