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는 그 뜻을 쉽게 알아내기 힘든 지명이 많다. 특히 '메리깡'이라는 부두는 왜 이런 명칭이 붙었는지 알아내기 어렵다. 이 '메리깡' 부두는 미군 물자를 하역하는 부두인 8부두를 말하는데 굳이 '미군 하역 부두'란 이름을 놔두고 왜 이런 이름으로 불리는지 그 어원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러나 이 부두가 미군부두 즉 '어메리칸 부두'라는 것을 알면 그 어원을 쉽게 추적해 볼 수 있다. 이 '아메리칸' 부두를 미군들이 발음을 하면 '어메리칸'으로 첫음절의 [어]가 약하게 들리고 두 번째 음절의 [메]가 강하게 들린다. 그런 이유로 청각인상에 의존해서 이 발음을 적는다면 당연히 '(어)메리칸'이 될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메리칸' 부두가 되고 다시 마지막 음절의 청각인상을 강화하여 [칸]이 [깡]으로 된 것이다.
이러한 청각 인상에 따른 지명은 특정 지명을 한자로 옮길 때 많이 나타난다. 그 예로 '러시아'를 '아라사'로 표기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아라사'는 원래 러시아 사람들이 발음할 경우 첫음절에 약한 [으]가 생겨서 [으러샤]처럼 들린다. 이런 이유에서 청각인상에만 의존하면 '아라사'로 표기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메리깡'은 약하게 들리는 발음을 없애고 표기한 꼴이며 '아라사'는 약하게 들리는 발음을 강화해서 표기한 지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