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는 '주워야' 할까 '주어야' 할까. 서울 사람은 '주워야' 하고 북한 사람은 '주어야' 한다.
"야야, 종오(종이) 좀 줏어라." 경상도의 연로층에게서 듣게 되는 말이다. 물론 '줏다'는 몇몇 다른 지방에서도 쓰는 말이다. 북한에서는 '줍다' 대신에 '줏다'를 쓰는데 '주으니, 주어, 주어라'로 쓰는 것이 우리와 다르다. 우리는 옛말 그대로 ㅅ을 살리고 있으나, 북한에서는 이를 불규칙 용언으로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상도 사람들은 제멋대로 이말 저말을 하는 것을 '줏어대다'라고 하고, 귓결에 한 마디씩 얻어듣는 것을 '줏어듣다'라고 한다. 들은 대로 본 대로 이러저러한 말을 늘어놓을 때에는 '줏어섬기다'라고 한다. '어떻게나 줏어대는지, 어디서 줏어들었는지, 얼마나 줏어섬기는지'에서 느끼는 말맛은 표준어에서 느끼는 말맛과는 다르다.
사전에서는 '줏다'를 '줍다'의 사투리라 했다. 그런데 시선을 끄는 것은 이 말이 '줍다'의 옛말이란 풀이다. 경상도 말에는 표준어 신분으로 상승되기를 기다리는 말들이 많다. '줏다'도 그러한 말들 중의 하나다.
'주섬주섬'이란 말이 있다. 주섬주섬은 '줏다'를 소생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말이다. '줏다'의 '줏'에 '엄'이 붙은 '줏엄줏엄'에서 온 말이기 때문이다. '주섬주섬 주워라'란 표준어보다 '주섬주섬 줏어라'란 경상도 말이 더 어울리는 표현이다.
'줏다'를 살려야 한다. 옛말의 흔적을 간직한 '주섬주섬'이 있다. 북한에서도 '줏다'를 쓰고 있다. '줍다'와 함께 복수 표준어라도 처리했으면 하는 '줏다'는 꼭 주워야 할 경상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