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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국립보건원은 암연구를 기초과학, 임상과학, 생물정보학 3개의 분야로 크게 나누고 있다.
연구주체별로는 정부가 주로 기초과학과 임상연구를, 대학과 연구소가 생물정보학과 임상을,
산업계가 기초과학 및 생물정보학 쪽을 주로 담당하며 서로 긴밀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
“병의 근본을 모르고 치료할 수 없습니다. 병의 근원을 알아야 치료방법을 알 수 있고 그에 적당한 약재로 처방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허준’에 나온 듯한 이 말은 21세기 미국 최고의 병원과 연구소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이야기이다. 암 등 각종 질환은 눈앞에 보이는 환부가 아니라 병이 생긴 원인과 그 과정을 알고 새로운 치료법과 치료물질을 개발해야 정확히 치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바이러스에서 인간의 장기에 이르는 생물체의 모든 부분과 약물화학작용은 물론 방사선 치료까지 포함한 ‘생물의료(Biomedical)’ 분야의 육성과 이를 담당할 의과학자(Medical Scientist)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5개 대학병원, 20여개 대학(2년제 대학 포함)의 1만명에 이르는 생명과학 관련 교수와 학생이 있는 부산은 싱가포르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의과학자
‘두경부 종양외과·이비인후과·암센터 교수, 폐암·식도암·두경부암 연구센터 책임자’. 미국 존스 홉킨스의대 동양인 최초의 종신교수인 문철소(38) 박사의 직함이다. 부산 출신으로 국내에서 의대를 졸업한 그는 이 대학에서 유전학과 분자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의사이자 기초과학연구자이다.
삼투압 현상이 물의 농도 차이가 아니라 세포막에 물흡수를 조절하는 유전자가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한 그는 지난 2000년 MD앤더슨 암센터에 근무할 당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폐암치료를 담당한 의사이기도 하다.
존스 홉킨스의대의 방문교수인 인제의대 한진 교수는 “문 교수는 분자 단위의 연구에서 임상치료까지 모두 다 하는 의과학자”라며 “병원의 시스템도 각 과(課)에서 환자의 질환부위 뿐만 아니라 DNA연구, 동물실험, 기전연구, 수술까지 하도록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곳의 심장종양학과는 임상의사(M.D. 의과대학 졸업자) 50여명과 함께 생물 미생물 병리학 생리학 등 이학박사(Ph.D.) 50여명이 같은 비율로 있다. 임상의사와 과학자를 통칭하는 이같은 의료 스태프(의과학자)들이 이 대학병원에 3320명이나 근무한다.
휴스턴의 MD앤더슨 암센터의 경우에도 치료방사선과에 임상의사 55명과 기초과학자 60여명이 함께 근무하며 최선의 치료법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미국국립보건원의 기초연구
미국국립보건원(NIH)은 세계 최대의 의료연구기관이다. 지난해 예산규모는 280억달러(약 33조원). 27개 산하기관에 1만8923명의 연구인력이 있으며 박사연구원 2972명 가운데 임상의사는 733명인 반면 기초과학연구자는 1715명에 이른다.
NIH내 미국국립암연구소(NCI)는 NIH 전체 예산의 20% 가량을 사용하는 최대의 연구소이다. 이 연구소의 종신연구원 김성진(49) 박사는 게놈연구를 바탕으로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화해 가는 과정을 추적, 간암과 위암의 진단과 치료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 자연과학대학을 졸업하고 지난 1987년 일본 쓰쿠바대학에서 응용생화학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은 이학박사. 하지만 암예방연구실 유전자조절연구실장 등을 역임했고 우리나라 국립암센터와 국내 여러 대학의 자문을 맡고 있는 세계적 암연구 전문가이다.
김 박사는 “암연구는 오케스트라처럼 기초연구의 성과를 종합적으로 연결시켜야 하는데 한국은 기초연구와 임상연구가 따로 진행되고 의사들의 연구 개념도 부족하다”며 “동남권 원자력의학원은 설립 단계에서부터 임상의사와 기초연구자들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연구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국내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던 추인호 박사는 “공동연구로 광범위한 자료가 축적되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분석하는 생물정보학(바이오인포매틱스)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의과학연구의 성과
NIH에는 500병상 규모의 병원이 있다. 이곳에서 개발된 새로운 항암치료 등을 받기 위해 각종 난치병 환자들이 마지막 희망을 걸고 몰려온다.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이나 MD앤더슨, 뉴욕의 메모리얼 슬론케터링에서도 환자들의 80%는 임상실험을 자원하고 있다.
세계적인 연구자들과 제약회사, 병원의료진이 병의 발생원인부터 작용과정, 치료율 등을 면밀히 분석해서 개발한 새로운 약물과 치료법을 적용받기 위해서이다. ‘글린벡’처럼 임상실험에 성공한 약물과 치료법은 곧바로 상업화돼 의료산업을 이끈다.
분자생물학과 병리생물학을 접목시켜 기관지염의 원인을 캐고 있는 MD앤더슨의 구자석(42·생화학) 박사는 “미국은 20여년 전부터 학문간 경계가 없어졌고 환자치료로 번 수익금을 기초연구에 재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MD앤더슨 암센터의 연간 연구비는 2억6200만달러(3070억원)에 이른다.
이 병원의 서정아(43·약학) 박사는 “새로운 연구를 위한 대규모 동물실험실이 연구동의 지하 1층과 지상 8층 두곳을 모두 사용한다”며 “부산도 의료허브를 지향한다면 동물실험실과 생명공학연구소 등 생물의료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선 치료로 유명한 뉴욕의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의 이름이 긴 것은 1980년대 초반 메모리얼 병원과 슬론케터링연구소가 합쳤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사업가인 슬론2세와 케터링 두사람이 “제조업체(GM)처럼 병원도 암퇴치를 위해서는 연구소가 필요하다”며 1000만달러를 기부해서 세웠다. 이후 이 연구소는 전이성 항암치료 최초 성공, 세계 최초의 골수이식, 사이클로트론 최초 도입 등으로 암연구를 이끌어 왔다. / 메릴랜드주 = 손동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