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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숙도 쓰레기매립장 앞 억새풀밭 강가에서 천연기념물 201호인 큰고니가 힘차게 비상하고 있다. |
‘ㅅㅅㅅㅅㅅㅅㅅ’…꽈글꽈글 겨울 철새가 줄지어 날아간다. 철새 무리가 나는 풍경에는 그들 나름의 지혜가 깃들어 있다. 맨 앞의 지도자가 방향을 잡는다. 녀석의 양 날개 깃 사이에서 실낱같이 발생하는 상승기류는 뒤따르는 새들에 도움을 준다. 지도자가 지치면 둘째가 임무를 교대한다. 먹이를 취할 때는 우선 척후병이 들판에 내려 사방을 살핀다. 안전한 여행을 위한 질서다. 철새는 생태계 먹이사슬의 상층부를 차지하는 경쟁력있는 생물종이다.
총선을 두달여 앞둔 지금, 지조없는 정치인을 빗대 ‘철새 정치인’이라는 말이 다시 유행할 터이다. 하지만 이 말은 철새에겐 엄청난 모독. 새의 천국인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진귀한 겨울 손님이자 신비로운 대자연의 창조물인 녀석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워서야.
겨울철새 도래지로는 창원 주남저수지, 창녕 우포늪, 멀리는 충남 천수만과 강원도 철원 등이 있지만 부산 시민들에게 가장 친숙한 곳은 을숙도(乙淑島) 주변이다. 1966년 천연기념물 제 179호로 지정된 을숙도는 이름처럼 ‘새가 많이 살고 물이 맑은 곳’이다. 자연생태계의 보고인 습지대로 이뤄져 있다.
최근 명지대교 건설 등 각종 개발사업에 포위돼 이곳 습지대는 점차 훼손되고 있다. 한때 큰고니와 도요새, 기러기류가 지천이고 흰뺨검둥오리와 병아리를 채가는 솔개까지 관찰되던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였지만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에 밀려 그 명성이 쇠락해가고 있다.
이 겨울, 수첩 쌍안경 조류도감 등을 챙겨 비장한 마음으로 철새 탐조여행을 떠나보는게 어떠할지. ‘자연의 마지막 방어선’ 속을 비상하는 철새를 보며 개발 지상주의에 매몰된 인간의 우매함을 깨달아볼지어다. / 박재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