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주제
가야문화권 박물관 현황과 과제 = 이형기(고령군 학예연구사)
가야문화권 내에 위치하는 국립 박물관은 김해, 진주 등 두 곳이다. 1984년 개관한 국립진주박물관은 처음에 가야 전문 박물관으로 출발했으나 1998년 김해박물관이 문을 열면서 지금은 임진왜란 전문박물관으로 성격을 바꾸었다. 김해박물관은 가야문화를 잘 보여주는 고고학 전문 박물관이다.
경북 고령과 성주를 아우르는 대구박물관도 북부 가야문화권의 유물을 수장, 전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자치단체가 설립하는 공립박물관은 최근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공립박물관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1978년 개관한 부산박물관이다. 부산박물관 산하에 있는 복천박물관은 1996년 설립되어 나름대로 가야사 전문 박물관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공립박물관 중 개관되어 공개되고 있는 것으로는 경남 거창, 창녕, 진해, 마산, 의령박물관과 경북 고령의 대가야왕릉전시관이 있다.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김해의 대성동전시관, 함안의 유물전시관, 합천의 옥전유물전시관, 경북 고령의 대가야역사관 등이다. 이렇게 보면 개관되었거나 건설중인 가야권 공립박물관은 모두 14개소이다.
가야문화권에 위치한 대학박물관은 부산의 부산대, 동아대 등 6곳, 경남의 경남대, 경상대, 창원대 등 3곳, 대구·경북의 경북대, 계명대, 영남대 등이다.
문제는 공립박물관들의 역할과 기능이다. 자치단체들은 대개 지역 문화유산의 관리와 볼거리 제공 차원에서 박물관을 운영하지만 적지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먼저 인력난을 들 수 있다. 대개의 박물관에는 학예직원 1명이 일하고 있다. 많은 곳이라 해도 직원이 2,3명을 넘지 않는다. 기초자치단체 단위 박물관에서 근무하는 학예직원은 혼자서 전시, 연구, 조사, 유물관리, 박물관 운영을 맡고 있다.
여기에 사회교육은 물론 일반 행정업무까지 떠맡기도 한다. 이들은 또 연봉계약직으로 임용되어 신분보장이 불확실한 경우가 많다.
공립박물관의 운영비 확보도 문제이다. 국가나 자치단체의 경우 박물관 설립에만 관심이 있고 그 이후의 운영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학예직원의 자기계발과 기획 프로그램 없이 박물관이 호응을 얻기는 어렵다.
▲토론 / 이근우(부경대 박물관장) = 가야문화권 박물관의 현황과 과제를 지적한 발표문에 공감한다. 국공립 박물관과 더불어 전시, 연구, 조사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곳이 대학박물관이다.
대부분의 대학박물관들은 인터넷상에 가상 박물관을 구축해 놓고 있다. 그러나 해당 박물관이 발굴한 유적이나 수장중인 유물을 소개하는 방식이나 제공하는 도면의 해상도, 검색기능 등에서 적지않은 편차가 있다.
대학박물관이 가야문화를 소개하는 적극적인 창구가 되고자 한다면, 우선 정보가 통합되어 가야문화 전체상을 밝혀주는 방향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토론 / 백승옥(함안군 학예연구사)
박물관은 수익기관이 아니라 문화 서비스 기관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관광객을 유치해 재정을 확충하는 데 박물관 운영의 무게를 둔다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음은 전문 학예직원 문제이다. 이들은 대부분 연봉 계약직으로 채용되고 있다. 학예직이 산불예방에 동원되는 것은 명백한 계약 위반임에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학예직의 업무과다는 박물관의 원활한 운영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지자체 박물관의 직제와 관련해 최소한 관장은 전문 학예직이 맡아야 한다고 본다.가야권 박물관들이 상호 연계해 정보교환 및 운영 효율화를 꾀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다. 발표자의 말처럼 박물관 학예직원들의 모임이 빨리 만들어졌으면 한다.
◇제4주제
가야문화자료센터 건립과 가야문화벨트 조성 = 김태식(홍익대 역사교육과 교수)
가야사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보여주고 제반 자료를 총괄정리하는 기능을 갖는 ‘가야문화자료센터’ 건립을 제안한다. 1차적인 자료센터의 기능을 하는 곳으로 국립김해박물관과 국립창원문화재연구소가 있으나 전문가들과 일반인들의 가야사에 대한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국립김해박물관은 보기 좋은 유물인 명품 중심으로 전시되고 있는데다 고분 유적을 주로 소개하고 있어 가야사의 전개과정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창원문화재연구소는 가야지역의 문화재를 발굴, 연구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나 아쉽게도 일반인의 접근이 쉽지 않고 자체 홈페이지조차 아직 개설되어 있지 않다.
가야문화자료센터는 다음의 세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어야 한다.
첫째, 일반인들에게 가야문화의 전개상황, 즉 가야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여주는 기능을 해야 한다.
둘째, 가야 관련 문헌자료를 모두 수집해 비치, 개방형 도서관으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서 말하는 문헌 자료는 가야사 관련 사료나 논문, 저서는 물론 가야 유적 관련 도록, 발굴보고서, 가야 관련 신문기사까지 포괄하는 것이다.
셋째, 가야문화 자료들을 디지털화해 누구나 손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야사를 입체적으로 정리해 소개하는 홈페이지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이 센터를 어디에 세워야할지는 신중한 검토를 요한다. 전기·후기가야의 중심지인 김해와 고령을 적지로 볼 수도 있고 인구가 많은 도시를 선택, 효율적인 운영을 기대할 수도 있다.
다음은 가야문화벨트 조성 문제이다. 이는 단순히 가야문화 답사코스로 볼 수도 있고 가야권 특정도시의 산책로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가야는 신라나 백제와 달리, 거의 마지막 시기까지 자신들의 소국 이름을 가진 정치체의 주민들이 역사상에 등장하고 있다. 부산 김해 함안 고성 창녕 고령과 같은 지역 모두 가야 소국의 중심지였던 것이다. 이같은 독특한 지역성과 분립성을 적극 활용해 관광자원화하고 가야사 복원의 전기를 마련하자는 것이 가야문화벨트이다.
이를 위해 학계에서 우선적으로 최대 32개에 이르는 가야 소국의 이름을 확인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 다음 ‘가야’라는 통일된 관점하에 지역성을 가미한 기념물이나 기념비를 설치할 수도 있다.
▲토론 / 임효택(동의대 박물관장) = 가야문화자료센터나 가야문화벨트 사업은 가야사의 대중화 및 가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연구를 위한 어떤 구심체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먼저 가야문화자료센터에는 가야유물의 효율적 관리기능, 보존 처리기능, 가야유적의 조사기능을 첨가해야 할 것으로 본다. 센터에 전시기능을 부여하는 것은 재고해봐야 할 문제다.
센터의 위치와 설립주체를 광역 차원에서 접근하면 경남도가 적임일 것같다. 경남에 도립박물관이 없으니 도립박물관을 지으면서 센터의 기능을 부여할 수도 있겠다.
센터의 건립취지, 기능, 제반여건 등을 고려할 때 부산을 적지로 설정할 수도 있다.
가야문화벨트 조성을 위해서는 지역별 다양한 답사코스가 개발되어야 하고 유적지 안내자 확보도 시급하다.
▲토론 / 박천수(경북대 고고인류학과 교수) = 가야문화자료센터 건립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여건상 김해, 함안, 합천, 의령, 고령의 박물관과 자료관을 지원 육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건립이 추진된다면, 일제하에서 간행된 보고서의 국역화와 미보고자료의 보고서 간행, 국립박물관 소장 유리원판 사진의 도록화 같은 작업이 필요하다.
센터는 지역안배 차원에서 고령지역이 좋다고 본다. 그 이유는 가야 후기의 중심국인 대가야의 위상은 다른 가야지역과 비교할 수 없고, 유적 분포 밀도와 보존 정도가 타 지역에 비해 탁월하기 때문이다.
가야문화벨트 조성과 관련해 32개 가야소국을 확인하는 문제는 지명 비정에만 의존하는 문헌사학은 한계가 있어 고총 고성 같은 고고자료의 분포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 정리=박창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