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지역인재를 누가 붙잡을 것인가.
전문가들은 지역대학이 선봉에 서야 하며, 지방정부·연구기관·상공계가 인재양성을 위한 손에 잡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인재의 산실인 지방대, 그 중에서도 부산대의 역할과 책임이 강조되는 것은 당연하다. 부산의 중추교육기관으로서 지역인재 문제를 풀어야할 핵심 주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산대는 여전히 긴 겨울잠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끼리끼리 문화’를 안고 기득권에 안주한 채 변화와 경쟁에는 무관심하다.
▲닫힌 부산의 상아탑=“S대 출신은 실력은 있는데 인성이 안좋고 기타 대학은 인성은 좋은데 실력이 부족한 경우가 있어요. 이것저것 따지다 보니 본교 출신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부산대 사회과학대 모 교수의 말이다. 모교 출신자를 선호하게 되는 원인을 지적한 이 말속에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정실, 연고주의가 녹아 있다.
부산대의 경우 2명 중 1명이 모교출신 교수다. 이공계는 사정이 좀 덜하지만 인문사회계열은 ‘학부에서 교수까지’라는 관행이 여전하다. 미국이나 싱가포르의 주요 대학들이 외부 두뇌영입을 당연시하는 것과는 썩 다른 분위기다. 모교출신 교수는 ‘동종교배’란 말이 암시하듯 대학 경쟁력 향상의 걸림돌이 된다.
부산지역의 대학가에는 외국인 교수를 좀처럼 찾기 힘들다. 부산대는 올해 처음으로 수학교육과에 일본인 1명을, 부경대 역시 처음으로 국제지역학부에 중국·캐나다인을 각각 1명씩 채용했다. 그나마 동아대(3명), 경성대(9명)는 사정이 조금 낫다.
부산대의 한 교수는 “어떤 학과의 구성원을 보면 교수회인지 동문회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며 “선후배라는 울타리에 갇히다 보면 능력보다 인정에 끌릴 수밖에 없고 연구성과에 대한 평가·검증도 제대로 안된다”고 지적했다.
특정학부 출신을 3분의 2이상 채용하지 못하도록 한 ‘교수 쿼터제’가 있으나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일부 대학은 학과간 ‘주고받기식 교수채용’으로 이를 피하고 있다.
▲보따리싸는 교수들=지방대 교수사회의 또하나 문제점은 지방→서울로의 수직이동이 많은 반면, 지방대내 수평이동은 거의 없다는 것. 교수들이 지방을 떠나는 이유는 복지·급여의 차이, 연구여건 불만 등이다.
지난달초 서울로 자리를 옮긴 P대의 모 교수는 “연구성과를 보기보다 알량한 학파주의 파벌주의에 매달려 있는 부산의 지식사회가 싫었다”고 고백했다.
교육인적자원부 등에 따르면 2001년 상반기에만 51명의 교수가 지방에서 서울로 자리를 옮긴 반면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동한 교수는 4명에 그쳤다.
“지방대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수도권 소재 대학으로 입성하려는 교수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지방대는 임시 정류장인 셈이죠.”
D대학 P교수의 전언은 지방대의 경쟁력이 왜 약화될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한다.
▲경쟁없는 1위?=부산대는 그동안 ‘지역 최고’라는 위상에 기댄 채 기득권을 누리며 안주해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산대 교수’라는 명함만 내밀면 최소한 지역사회에서는 최고의 지식인으로 대우받았던 게 사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부산대의 위상이 갈수록 떨어지는데다 지역의 인재풀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고인 물은 썩습니다. 수도권에 서울대가 우뚝 하다고 하나, 연·고대가 경쟁·견제 시스템을 갖추고 대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산대는 경쟁없는 지역 1위에 안주하면서 지역발전을 선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출신으로 부산에서 교수생활을 하는 O교수의 지적이다. 매년 서울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한다는 그는 “전국 규모의 학회에서 부산대 교수를 만나보기는 매우 어렵다”면서 부산대에 필적할 만한 대학을 키워 경쟁력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감한 변화 있어야=부산대 이공계열의 교수진은 그나마 탄탄하다는 평가가 있다. 또 부산의 일부 사립대에도 독특한 연구분야에서 나름의 학문적 성취를 보이는 학자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는 국내의 평가일 뿐이다.
부산대가 발표 논문수에서 세계 300위권에도 들지 못한다는 사실은 한국의 지방대 위상을 그대로 말해준다. 여건이 다르다해도 일본의 지방대들이 세계 무대에서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동아대 송서일 교무처장은 “국고지원과 대학마다의 특성화로 사립대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부산대를 포함, 부산권 대학을 살리는 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교수임용때 외부 전문가를 통한 위탁심사, 교수 쿼터제 강화, 교수임용 심사 결과 공개 등도 개선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부산대 한문학과 정출헌 교수는 “명문대와 지방대 간의 학문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교환교수제를 실시하는 것도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의 개혁은 사회의 다른 분야와 달리 스스로 하지 않으면 개혁 자체가 어렵다는 점에서 대학사회의 자기비판과 대안이 요구된다.
/ 박창희기자
/ 임은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