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인재유출’ 무엇이 문제인가.
▲박영구=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지방의 왜소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지만, 부산이 가장 심각한 것 같다. 부산은 전국에서 고통지수 1위 도시다. 91년 이후 인구가 계속 줄어든다는 것도 단순히 볼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볼 때 망해가는 도시가 아닌한 인구가 이처럼 줄어드는 도시는 없다. 부산의 경제구조와 인적자원 수급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초의수=인재유출과 인구감소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인재유출은 눈에 보일 정도로 수치화가 된다. 부산의 고교 졸업생 9.3%인 약 4천2백여명이 매년 수도권 소재 대학으로 진학한다. 대학과 대학원을 나온 고급 인력들도 끝없이 수도권 등으로 유출되고 있다. 이런 고급 인적자원만 부산에 잡을 수 있다면 부산은 엄청나게 달라졌을 것이다.
▲황한식=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이른바 스카이(SKY) 대학을 중심으로 한 대학의 서열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대기업 본사의 90% 이상이 서울에 있는한 지방은 영원히 소외될 수 밖에 없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근본적으로 중앙집중이 문제다. 정부가 서울에 집중된 국가의 중추기능을 분산시키고 물적·인적자원을 배분하지 않는한 문제는 결코 쉽게 풀리지 않는다.
▲박영구=나는 부산이 제2도시인줄 알고 지난 94년 서울서 내려왔다. 그런데 막상 내려와 보니 10위 수준이었다(좌중 웃음). 한국에는 1위인 서울만 있고 2위 도시가 없다.
-무엇부터 풀어야 하나. 부산시가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초의수=지방정부에 인재개발과 관련, 정책수단이 뚜렷하게 없다는 것도 문제다. 부산시 업무분장에는 인재 분야가 나와있지 않다. 해당 실국과별로 산업인력을 챙기고는 있으나, 총괄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최근 부산시도 인재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만큼 인적자원개발 용역이 발주되고 종합적인 관리 양성전략이 마련될 것으로 본다.
▲황수진=어떻게 보면 고급인력이 서울에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시장논리로 보면 그럴 수 밖에 없다. 취업시장이나 정보가 있는 곳으로 인재가 몰리는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해야 한다. 부산에 인재가 발붙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황한식=시장논리로만 봐서는 안된다고 본다. 중앙집중이라는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그 속에 있기 때문이다. 지방은 분권운동을 강화하면서 일자리를 만드는 등의 자구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박영구=부산시의 일부 공무원들은 인재정책을 이야기하면 공장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직도 물적 개발시대의 사고에 젖어있는 것 같다. 인재가 지역을 살린다는 마인드 변화가 시급하다. 그나마 최근 부산시가 인재에 대해 조금씩 눈을 뜨는 것 같아 다행으로 생각한다.
▲황수진=지역의 인재텃밭은 비교적 건강하다고 본다. 과학영재교실을 운영하면서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더러 본다. 그러나 이들이 앞으로 어디에서 일하게 될지는 자명하다.
서울 아니면 외국으로 간다. 부산은 이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사회적 백업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은 산학연 네트워크를 만들어 효율적으로 가동하는 일이 시급하다.
▲초의수=인재가 지역을 혁신시킨 사례는 많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 대만의 신주(新竹)지구 등이 대표적인 곳이다. 부산의 경우도 산학연 네트워크가 하루빨리 가동되게 해야 한다.
-부산의 대학과 지식사회가 2류에 안주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박영구=한국은 서울대가 망치고 부산은 부산대가 망친다는 우스갯말이 있다. 지역인재를 키우는 중추기관인 대학이 제역할을 해야 한다.
▲황수진=부산대 만이 아니라 지역대학들이 그동안 인재양성에 얼마나 충실했느냐는 물음엔 반성할 부분이 있다.
▲황한식=지방대가 제역할을 못한 부분은 나도 반성한다. 하지만 대학 내부의 혁신과 함께 정부의 지방대 육성책도 매우 중요하다.
-지역인재 문제의 해결책은.
▲박영구=인센티브를 만들어야 한다. 매력있는 직장이 존재하지 않는한 인재들은 결코 오지 않는다. 산학관연이 힘을 모아 ‘지역인재 연구 프로젝트’를 벌인 뒤 지방정부, 교육기관, 기업이 각자 역할을 맡아 수행해야 한다.
▲초의수=부산이 제2도시라는 명분을 버리자. 부산은 한국에서 하나뿐인, 세계에서 유일한 도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황한식=지역인재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책적 전략적 대안이 필요하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연말 발표한 ‘국가인적자원개발 기본계획’이 보여주듯이 지방정부가 가만히 있는한 국가정책은 계속 중앙집중 쪽으로 가게 된다. 부산시는 ‘지역인재 육성’을 정책 최우선 순위로 정해 적극 대처해야 한다.
▲초의수=부산을 살리는 길은 결국 인재확보에 달렸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할 곳은 지역대학이다. 대학이 지역을 살리느냐 죽이느냐를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대학의 혁신을 기대한다.
/ 정리=임은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