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적자원개발 기본계획(인재정책)은 ‘지식강국’으로 나아가는 국가차원의 방향제시라는 점에서 중앙과 지방이 함께 노력해야할 목표다. 하지만 여기에는 ‘지역인재’에 대한 문제의식이 빠져 있다. 지역학계에서 “지역은 영원한 중앙의 들러리인가”라는 자탄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실의 벽’을 돌파하기 위한 명확한 문제제기와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역차원의 ‘인적자원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인재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부산시와 시교육청, 지역대학, 연구기관, 산업계는 이에대한 인식과 대응이 미약하다.
▲소외와 차별은 존재한다=지방대 출신자들이 기업체 입사 때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대기업들이 지방대에 원서조차 돌리지 않고, 겉으로는 공채를 외치면서 속으로는 특채를 하고 있다는 것도 비밀아닌 비밀이다.
이 때문에 대학의 취업현실은 수도권의 일부 명문대 중심의 집중화 및 부화(富化), 지방대학과 비명문대학의 공화(空化)로 고착화되고 있다.
부경대 취업지원과 관계자는 “지방대 출신자가 수도권 대학 출신자와 비교해 정보 수집력과 국제화 감각 등에서 약간 차이가 날 수도 있으나 기업은 처음부터 선입견을 갖고 지방대 출신을 기피한다”며 “지방대생들이 취업에 불이익을 당하고 실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가질 수 없다는 것은 국가적 문제”라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2001년말 현재 지방의 4년제 대학은 모두 96개(59.3%), 재학생수는 72만1백25명(60.1%)이며 수도권의 4년제 대학은 66개(40.7%), 학생수는 47만8천4백60명(39.9%)으로, 대학수나 학생수에 있어 지방대가 더 많다.
그러나 부경대의 취업자료를 보면 전국의 대졸 신입사원 중 지방대생의 비중이 대기업 6.6%, 중소기업 15.4%, 기관 단체 16.7%로 평균 17.2%에 그치고 있다. 지방대생들의 취업상황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잘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입사한 대졸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수도권과 지방대학 출신간의 능력을 비교평가한 대목. 비교 결과 64.5%는 ‘차이가 없다’고 평가한 반면, 수도권 대학 출신자가 우수하다는 평가는 23.8%에 머물렀다.
지방대 육성위원회 추진위원장인 윤덕홍 대구대총장은 “단지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취업기회를 제한당하고 사회활동에서 상대적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은 사회적 모순의 극치”라면서 “정부는 지역인재발탁 장려제도 같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을 챙겨라=‘사람, 지식, 그리고 도약’이란 모토를 내건 교육부의 ‘국가인적자원개발 기본계획’은 그 자체만 보면 의미가 크다. 그동안 부처별로 중구난방식으로 추진돼온 인재정책을 정리해 실행 전략과 비전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부처와 한국개발연구원 등 7개 국책연구기관이 1년간 고심해 만든 이 기본계획은 국민의 기초역량 강화, 국가전략분야 육성 및 대학기능 혁신, 국가인적자원 활용 및 관리의 고도화, 인적자원개발 인프라 구축 등 4개 정책영역별로 2005년까지 추진할 16개 전략과제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전략속에는 ‘지역’에 대한 문제의식이 결여돼 있다. 지역과 관련된 내용은 ‘지역인적자원개발 역량 강화’ 정도로만 언급돼 있을 뿐 구체성이 없다. 한마디로 지역을 제쳐놓고 국가전략을 만든 것이다.
이에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정책 영역별로 보면 지역인재 부분이 반드시 빠졌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지역인적자원개발은 시도 교육청 중심의 평생교육에 중심이 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 프로젝트 누가 추진=지역인적자원개발에 관한 한 정책추진 주체가 누가 되느냐는 논란거리다. 여기에는 지방정부, 교육청, 노동청, 중소기업청, 대학, 연구기관, 산업체 등 여러기관이 관련돼 있고, 추진주체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시교육청이 중심역할을 맡았으면 하는 입장이나, 지역학계에서는 효과적인 정책수립 및 실행을 위해 부산시가 맡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부산시도 뒤늦게나마 지역인적자원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3월 부산시청에서 열린 ‘지역인재 대책회의’는 내용은 그저 그런 수준이었으나 시교육청, 노동청, 중소기업청, 상공회의소, 일부 대학관계자 등을 참석시켜 논의구조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종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15일 열린 회의에서 부산시는 △지역단위의 첨단산업 인적자원개발 계획 △산업분야 인력 D/B 업그레이드 △지역인재개발원 설립 지원 △산학관연 협의체 구성추진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내용들은 기존에 부서별로 중구난방식으로 추진해오던 것들을 짜깁기해 내놓은 것에 불과했다. 부산시 허남식 기획관리실장은 “지역 첨단산업 인적자원개발을 위해 올해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며, 산학관연 연계체제 구축을 통해 종합적인 지역인적자원개발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박창희기자
/ 임은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