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를 걱정하는 연구원이 무슨 수로 지역발전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 1일 오후 부산 남구 문현동 부산발전연구원(부발연·BDI) 휴게실. 올해 부산시 발주 용역이 줄어든다는 소문을 들은 몇몇 연구원들이 수심 가득한 얼굴로 담배연기를 뿜어대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부발연은 기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용역건수 감소는 운영비 감소로 이어진다.
한 연구원은 “부산의 미래 발전전략을 짜는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싶어도 여건이 안된다”며 “좋은 자리가 있으면 언제든 떠난다는 연구원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의 ‘대표적’ 싱크탱크(Think Tank)로 불리는 부발연은 부산시와 민간이 출자한 기금 1백5억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력은 연구직 15명 관리직 10명.
지난해 부발연이 수행한 용역업무 15건 중 9건은 부산시가 준 1년 이하의 단타성 과제물이고, 나머지는 중앙에서 받은 하청과제였다. 지식의 중앙종속 문제는 따로 하더라도, 용역기관의 입맛에 맞는 연구를 해야 하는 현실은 부발연의 고민이자 한계로 지적된다.
부발연 황영우 기획실장은 “연구원 1명이 연간 3~4건의 과제를 수행하고 있어 전문성 확보가 힘들다”며 “연구와 정보의 지방 분권화가 절실한 과제”라고 말했다.
또다른 싱크탱크로 꼽히는 부산시 정책개발실은 태생적으로 공무원이란 신분을 갖고 있어 비판적이고 ‘튀는’ 연구는 선뜻 못하고 있다. 19명의 연구원들이 주로 하는 일은 각 실·국·과에서 요구하는 과제처리가 대부분이다.
민간연구소인 부산경제연구소, 동남경제연구원, 동남발전연구원 등은 여건이 더 열악해 전임연구원 2~4명을 앉혀놓고 과제를 처리하고 있는 실정.
과학기술부에 따르면 부산에는 기업체의 개별 연구소 190개를 포함, 2000년 현재 총 226개(전국대비 4.3%)의 연구소가 있다. 연구인력은 2천1백78명으로 전국대비 1.9% 수준. 연구원 수는 지난 95년 878명에 비해 크게 늘었으나, 연구개발비는 지난 95년 2천3백46억원(전국대비 3.4%)에서 2000년에는 9백24억원(전국대비 0.9%)으로 뚝 떨어졌다. 연구환경이 나빠지고 있다는 말이다.
대학마다 수십개씩 있는 대학 연구소의 역할도 미약하다. 이들 연구소는 폐쇄적 연구풍토로 대학내, 대학간 네트워크가 거의 안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사한 연구를 하고 있는 ‘시 정책개발실-부발연’의 이원화 시스템을 확대 통합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며 재정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연구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제대로 된 싱크탱크가 있어야 부산의 밝은 내일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경제가꾸기시민연대 박인호 공동의장은 “기존 싱크탱크를 확대 통합해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지만, 수도권의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같은 국책연구기관을 해양도시인 부산에 유치하는 작업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 기획특집팀